우크라이나 전쟁이 던진 숙제, 미래에도 중요한 재래식 전력

입력
2023.02.06 19:00
25면

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혁신은 무기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 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20여만 명 사상, 장기 소모전 된 우크라이나 전쟁
첨단기술 불구, 재래식 전력의 중요성 더욱 부각
우리 군의 미래전쟁 대응태세에도 시사점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이 작년 2월 24일 발발했다. 벌써 거의 1년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어림잡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인 사상자가 적어도 각각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10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발표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가 1만8,657명에 이른다. 이 중 7,110명이 사망자로 집계된다. 이처럼 수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오는 전쟁은 너무나 참혹하다. 현재 러시아는 봄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도 서방국가의 무기 지원을 호소하면서 이에 대비하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이 잔인한 전쟁을 멈출게 할 것인가?

현대전은 첨단기술에 의한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따라서 군사전문가들은 탱크, 기갑, 포병, 보병 등 재래식 전력은 현대전에서 쓸모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래식 지상전의 특징을 지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의 복합적 전쟁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재래식 전쟁을 치르면서 군인과 민간인의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 한편,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최첨단 정보·정찰·감시체계가 재래식 지상전을 도왔다. 재래식 무기와 병력 주도의 전쟁이 '기술 기반 현대전'의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에 발발한 가장 큰 규모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의 특징을 보여주면서 미래전의 양상을 시사한다.

전쟁의 근본 목적은 주권과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자국의 영토를 최대한 확장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영토를 전쟁 이전 상태로 수복하려고 한다. 이러한 영토 쟁탈의 전쟁에서 병력과 재래식 무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되찾기 위해서는 병력, 탱크, 보병 전투차량, 보병 등 재래식 전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여타 전력은 이러한 주요 재래식 작전을 지원 및 보완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서방국가에 탱크, 보병 전투차량, 장거리 포탄, 폭격기 등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현재까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27억 달러 상당의 군사지원을 제공했는데 주로 재래식 전력 강화를 위한 비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첨단기술을 시험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특히 드론, 인공위성, 인공지능(AI), 사이버 능력 등을 최대한 활용했다. 수십 종의 상업용 및 군사용 드론이 전쟁에서 정보·정찰·감시 및 타격 기능을 수행했다. 드론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상전을 지원하는 한편 군과 민간 핵심시설과 지상 무기를 파괴했다. 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 고속 인터넷을 제공하고 상업용 위성이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해서 러시아군의 이동과 전쟁범죄 등을 추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인공지능의 데이터 처리, 안면인식, 음성인식 등의 기능이 전쟁을 지원했다.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능력이 주목을 받았으나 전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러시아가 개별 사이버 능력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능력이 취약하고 우크라이나의 자체 능력 및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지원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이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쟁은 지상전이 결정짓는다. 보병과 재래식 무기체계가 핵심전력이고 첨단기술 무기는 지상전을 지원한다. 유행처럼 전 세계가 '기술 만능' 전력 구축에 혈안이 되어있다. 여전히 전쟁에서 주축이 되는 기반전력은 병력과 재래식 무기체계이다. 첨단기술 우위의 무기를 조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첨단무기 개발·획득에 치중하면서 재래식 기반전력을 너무 취약하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우리 군도 되새겨야 할 가장 값진 교훈이다. 지난 1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듯이 전쟁의 비극은 처참하다.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지략을 총동원해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이석수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