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직 유지한다... 민주 "검찰 기소는 정치탄압"

입력
2023.03.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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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무위 '당헌 80조 적용 제외' 인정
이재명 "이제 검찰의 시간 끝났다"
비명, 속전속결 당무위 개최에 불만
추가 기소와 재판 일정 가중은 부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기소에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22일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당헌 80조'의 직무정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장 거취에 대한 불확실성은 털어냈지만, 검찰의 추가 기소와 잇단 재판으로 향후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당무위원회의를 열어 이 대표 기소를 부당한 '정치탄압'이라고 판단한 최고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인정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당헌·당규의 해석 권한을 갖는 당무위는 지도부와 시·도당위원장, 시·도지사 등 80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치탄압 여부를 투표한 결과, 회의 참석자와 서면 의견서를 합쳐 총 69명이 "당헌 80조 3항의 적용에 동의한다"고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은 없었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정치탄압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것은 혐의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정치탄압의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라며 "그런 점들이 고려돼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의회에서도 오래된 사건이거나 공정성과 균형성이 확연히 무너진 경우 등 '정치탄압의 징후'가 있을 경우 검찰의 잘못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검찰의 시간 가고 이젠 법원의 시간"

당무위는 지난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 이수진 의원에 대해서도 이 대표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각각 당에서 정책조정위원장,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다.

당헌 80조 1항은 사무총장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에 관한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단,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 의결을 통해 따로 결정할 수 있다(80조 3항)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 대표 등 3인에 대해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당무위에 올렸다. 이 대표는 최고위에서 "검찰이 온갖 압수수색과 체포영장 쇼를 벌이며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정해진 답대로 기소했다"며 "이제 '검찰의 시간'이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예외 조항으로 당헌 80조 형해화" 비판

당무위 결정을 두고 비이재명계에선 불만이 나왔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예외 조항이 당헌 80조 전체를 형해화했다"면서 "국민들 앞에서는 민주정당을 외쳐놓고 돌아서서는 기만한 '쇼윈도' 행태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김종민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근본적으로 방탄정당이 안 되게 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당무위 결정이 검찰의 기소 후 약 7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나온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당 총무조정국은 이날 당무위원들에게 당일 회의 사실을 공지하며, 불참 시엔 서면을 통해 실명으로 의견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대표 거취를 결정하는 중대 사안을 기소 몇 시간 만에 서면으로 하는 게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지도부가 비명계의 반발을 의식해 당무위 개최를 밀어붙였다는 시각이 많다.

이 대표는 한숨을 돌린 셈이 됐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검찰이 추가 기소할 가능성이 크고, 당헌 80조 해석 논쟁은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 게다가 격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정상적으로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이재명, '당직정지 예외' 희극 첫 수혜자"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부터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참호전을 준비했다"며 "당무위의 '당직 정지 예외' 적용이라는 웃지 못할 희극의 첫 수혜자도 본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혐의가 입증돼 기소된다는 뉴스를 봤다"며 "더 이상 민주당 대표를 수행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