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떼일라" 법원 찾는 세입자 최대...역전세 대책 도마에

입력
2023.06.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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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 등기 신청 1만5,000명 
정부 고심... 반대 여론도 적잖을 듯

서울 노원구 A아파트는 최근 전세보증금 반환 비상에 걸린 집주인이 한둘이 아니다. 2년 전 최고 5억5,000만 원까지 치솟았던 전용면적 84㎡ 전셋값이 3억 원 아래로 급락해 적잖은 집주인이 '역전세 부메랑'을 맞았기 때문이다. 고금리 여파로 전세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인근 새 아파트 입주까지 쏟아진 여파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금 내주려고 대출 알아보는 집주인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최근 1년 넘게 전셋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신규 전셋값이 계약 당시보다 밑도는 역전세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 전체 전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역전세에 몰린 것으로 추산되며, 올 하반기 '역전세난'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에 정부 역시 추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올 하반기 역전세난 정점

6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금융·재정당국은 긴급 시장점검 회의를 열었다. 논의한 여러 안건 중엔 역전세 대응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전체 전세 가구의 절반 이상(52.4%·102만 가구)이 역전세 위험 가구라는 분석을 내놨는데 팩트(사실)라고 본다"며 "올해 말 역전세난이 정점을 찍을 거라고 보고 여러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이런 징후는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전세계약이 끝난 뒤에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법원에다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달 3,600여 건(1~5월 1만5,000여 건)을 기록, 역대 최대를 찍었다. 전셋값이 꺾인 지난해부터 차츰 늘기 시작한 임차권 등기 건수는 올 들어 그야말로 급증하는 추세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쏟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임차권 등기가 이뤄지면 해당 주택은 전세금반환소송을 거쳐 경매로 나온다. 집주인이 자산 여력이 되면 경매 전 전세금을 돌려줘 불을 끌 수 있지만 경매까지 가면 세입자로선 피가 마를 수밖에 없다. 경매 상황에 따라 전세금을 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2020년 7월 31일 이후 전셋값이 가파르게 뛰어 2021년 속속 고점을 찍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 역전세난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부 발걸음이 빨라진 배경이다.

정부는 현재 역전세에 처한 집주인에게 한시적으로 전세금반환보증 대출 문턱(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낮춰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득이 낮아도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당장 급한 불은 꺼도 정부가 갭투자자를 도와줬다는 반대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가계빚을 늘리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시장에선 은행 대출을 받은 집주인이 당장 빚을 갚을 수 없어 이런 주택은 월세로 나올 수밖에 없고, 결국 전세 공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역전세난은 결국 세입자에게 상당한 재산상의 불이익을 안기는 거라 정부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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