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려진 아버지 유언...효성家 차남은 왜 형제들 향해 발끈했나

2024.05.16 12:00

고(故) 조석래 전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형제간 우애'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 유언장 내용이 유출된 데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을 겨냥해 "형제들 행위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며 발끈했다.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과 조 전 부사장 사이의 경영권의 분쟁에 이어 상속 재산을 놓고 법정 분쟁이 이어질 분위기다. 조 전 부사장은 16일 법률 대리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최근 유언장을 입수해 필요한 법률적 검토 및 확인 중에 있다"며 "유언장의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상당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한 바 현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아직까지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 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고 지난 장례에서 상주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효성 형제의 난'을 일으켰던 조 전 부사장은 지난 3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의 빈소를 찾았다가 5분여 만에 자리를 떴다. 상주가 아닌 조문객이었다. 앞서 고인은 지난해 대형 로펌 변호사의 입회하에 유언장을 작성, "부모·형제 인연은 천륜"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언장에는 조 전 부사장에게도 주요 계열사 주식 등으로 유류분(법정 상속비율)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도록 한 상속 재산 분할 비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이날 입장 발표에 따라 유류분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효성 10.14%, 효성중공업 10.55%, 효성첨단소재 10.32%, 효성티앤씨 9.09% 등이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이 유류분 청구소송을 내 승소하더라도 경영권과는 무관한 싸움이 될 전망이다. 조현준 회장은 (주)효성 지분의 21.94%, 조현상 부회장은 21.42%를 가지고 있다.

SK 둘째 딸 민정씨 10월의 신부 된다...신랑은 중국계 미국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민정씨가 10월의 신부가 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민정씨는 10월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에서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 A씨와 결혼식을 올린다. A씨는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공공정책대학원을 나왔으며 현재는 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주한 미군으로 1년 정도 근무한 경력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SK하이닉스에서 퇴사한 민정씨는 미국에서 예일대 의학박사 출신 정신의학 전문가 등과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인테그럴 헬스'(Integral Health)를 공동 설립했다. 인테그럴 헬스는 미국 헬스케어 기관, 건강보험 회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심리 건강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업체다.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를 나온 민정씨는 2014년 재벌가 딸로는 이례적으로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자원 입대해 화제가 됐다. 전역 후 중국 상위 10위권 투자회사인 '홍이투자'에 입사해 글로벌 인수·합병(M&A) 업무 경력을 쌓았고 2019년 SK하이닉스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2022년 초 휴직했다.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원격 의료 스타트업 '던'에서 무보수 자문역을 맡고 지역 비정부기구(NGO) '스마트'(SMART)에서 교육 봉사를 하기도 했다.

유튜버 된 '야생마' 이상훈 “로커 아닌 ‘배커’의 모습 보여드릴게요"

이달 초 한 유튜브 채널에 강렬한 사운드와 화려한 조명이 꽉 들어찬 록밴드 공연 영상이 업로드 됐다. 영상 속 로커들은 경기 안양에 위치한 공연장 퍼플홀에서 장발을 휘날리며 ‘까마귀’라는 곡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별다른 부연 없이 3분 43초간 공연을 이어간 밴드는 영상 말미에서야 “밴드 what!입니다”라고 본인들을 소개했다. 알고리즘을 통해 영상을 접하게 된 야구팬들이라면 채널명을 확인하고 익숙한 이름과 숫자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전 프로야구 LG 투수인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게 유튜브 채널 '이상훈Backer47 band What!’을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딱히 영리를 목적으로 한 건 아니고, 그냥 시간 될 때마다 편하게 영상 하나씩 올리고 있어요.” 이 위원은 최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특유의 덤덤한 말투로 유튜브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그는 “해설위원을 시작한 6년 전부터 야구시즌이 끝날 때마다 (콘텐츠 제작회사들로부터) 유튜브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몇 번 미팅을 해보니까 아무래도 회사와 계약을 맺으면 채널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될 테고, 뜻하지 않은 연출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매번 그냥 넘어갔는데, 몇 년간 유튜브 관련 얘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그 단어가 친숙하게 느껴졌다”는 그는 “’유튜브를 통해서 뭔가를 알리려고 하거나 영상을 제대로 편집해서 올리거나 하지 말고 그냥 시간 될 때 ‘쌩’으로 (영상을) 올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대부분의 영상은 투박하다. 개인 작업실에서 홀로 핑크플로이드의 유명곡이나 애국가를 기타로 따라 치는 모습을 담거나, 별다른 설명 없이 최근 공연 실황을 쪼개 올리는 식이다. '유명 야구선수 출신' 채널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채널명에 쓴 ‘배커(backer)’라는 단어에도 녹아있다. 이 위원은 “나는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이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 정도”라며 “로커(rocker)라고 하기에는 모자람이 많기 때문에 ’뒤(백)에서 그림자처럼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backer라는 명칭을 스스로에게 붙였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마다하고 밴드 멤버들과의 조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이 위원이 채널 내에서 본인의 존재감을 완전히 지운 것은 아니다. 채널명에 본인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47’을 덧댄 것처럼, 일부 영상을 통해 주인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4회로 나눠 올린 ‘기타스토리’ 영상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영상을 통해 기타 입문기부터 밴드를 결성한 과정,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전하고 있다. 이 위원은 “지난해 록밴드 뉴크의 리더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최동섭의 진행으로 유튜브 채널 ‘잡학다식스토리(잡스)’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출연한 영상을 올렸다”고 전했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영상인 만큼 ‘음악인’ 이상훈의 성장스토리가 깔끔한 편집기술을 통해 친절하게 소개돼 있다. 또한 그는 고인이 된 전 롯데 포수 임수혁의 추모공연 영상을 직접 찍어 올리기도 했다. 2010년 촬영한 영상이다. 이 위원은 “야구 선수 시절에 중계방송 테이프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돌려보는 습관이 생겼다”며 “당시 영향으로 밴드 활동을 하면서도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기록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캠코더로 찍은 영상 외에도) 주변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해서 보내준 영상도 많다”며 “앞으로는 예전 영상들도 꾸준히 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채널을 개설한 지 한 달여 됐고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14일 기준 구독자 수가 벌써 1,000명 가까이 된다. 대부분의 구독자는 알고리즘을 통해 채널을 발견하거나 입소문으로 유입된 이들이다. 그중에는 ‘야구인’ 이상훈의 영상을 기다리는 팬들도 있다. 이 위원은 이에 “나는 중계 때도 야구를 과학적으로 얘기하기보단 그냥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사람"이라며 "팬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이해력을 높일 만한 적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애초에 '유튜브를 이렇게 저렇게 운영하겠다'고 정립하고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상황이 된다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라도) 나중에는 야구나 일상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명선수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통념 깬 사나이는 누구?

"우리의 정신은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유럽리그에서 전인미답을 달성할 지도자가 탄생했다. 그것도 40대의 젊은 나이로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한 남자, 스페인 출신의 사비 알론소(43) 레버쿠젠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2022년부터 레버쿠젠의 지휘봉을 잡은 알론소 감독은 올 시즌 '무패 트레블(3관왕)'이라는 대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분데스리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경기 등을 포함해 공식전 '50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레버쿠젠은 현재 41승 9무로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단 3경기뿐이다. 18일 아우크스부르크와 리그 최종전을 비롯해 23일 아탈란타(이탈리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 그리고 카이저슬라우테른(2부리그)과 벌이는 독일축구협회(DFB)-포칼 결승전이다. 우선 알론소 감독은 지난달 리그 5경기를 남겨두고 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끌었다. 팀이 1904년 창단한 이래 120년 만의 첫 우승이다. 현재 리그 27승 6무인데, 남은 건 완전무결한 무패 우승을 이루는 일. 지금까지 분데스리가에서 무패 우승을 달성한 팀은 전무하다. 아우크스부르크와 리그 최종전에서 이기거나 비기면 리그 무패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미 유럽클럽대항전 출범 이래 공식전 최다 연속 무패 기록도 갈아 치웠다. 종전 기록은 1963년 12월부터 1965년 2월까지 축구계 레전드 에우제비우가 활약했던 벤피카(포르투갈)의 '48경기 무패'였다. 알론소 감독은 2개의 우승 트로피를 더 가져오려 한다. 차범근 시대 이후 36년 만의 유럽대항전인 UEL 우승에 도전한다. 레버쿠젠은 1987~88시즌 UEL의 전신인 UEFA컵에서 정상에 오르며 첫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또한 1992~93시즌 이후 31년 만에 DFB-포칼 우승도 노린다. 이쯤 되면 알론소 감독은 기록을 파괴하는 지도자로 보인다. 경기 내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그도 지난 13일 보훔전을 승리하고 50경기 무대를 달성한 뒤 "이번 결과에 만족한다"며 "우리는 패배 없이 타이틀을 가져오는 대단한 목표를 코앞에 뒀다. 이번 시즌을 역사적인 시즌으로 만들겠다"며 무패 우승의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스포츠계에는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통념이 있다. 그런데 이 통념을 깬 이가 알론소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론소 감독은 유럽의 빅 클럽과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 '레전드'로 통한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축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로도 유명했다. 넓은 시야로 패스 한 번에 공격을 풀어주는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했다. 중원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공수를 이끌었는데, 이는 지금의 '오프 더 볼(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움직임)'이 뛰어난 선수였다. 위치 선정이 탁월했던 그는 뛰어난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공을 배급하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정확하고 감각적인 롱패스 능력은 그가 레전드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면서 그는 스페인 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했다.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1999~2004)에서 프로 데뷔해 리버풀(잉글랜드·2004~09), 레알 마드리드(스페인·2009~14), 바이에른 뮌헨(독일·2014~17)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불과 19세의 나이에 레알 소시에다드의 주전이 된 알론소 감독은 2002~03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팀이 라리가 준우승을 일구는데 기여했다. 당시 라리가 최우수 스페인 선수로 선정됐고, 스페인 국가대표로 발탁됐을 정도로 스타로 급부상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2003년 이천수가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해 알론소 감독과 함께 뛰었다. 이천수는 알론소 감독을 보고 "스피드는 조기축구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패스하는 걸 보고 주전인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패스에 있어선 알론소 감독을 따라갈 선수가 없었다. 리버풀로 이적한 뒤에는 스티븐 제라드(현 알 에티파크 감독)와 그라운드를 누비며 호흡했다. 리버풀에서 통산 209경기 20골 19도움을 올리며 활약한 알론소 감독은 팀의 2004~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2005~06시즌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제라드 감독은 "알론소는 내가 호흡을 맞춘 최고의 미드필더"라고 말할 정도였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알론소 감독은 팀의 중심이었다.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사비 에르난데스(현 FC바르셀로나 감독)와 중원을 책임졌다. 알론소 감독은 후방에서 수비와 더불어 롱패스로 공격에 가담했다면, 에르난데스 감독은 중원에서 전진하며 빠르고 짧은 패스로 공격을 이끌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통산 233경기 6골 30도움을 올린 알론소 감독은 이곳에서 UCL 우승은 물론 리그 첫 우승(2011~12시즌)까지 경험했다. 알론소 감독의 진가는 그가 이적할 때마다 나타났다. 이전 팀들이 그의 공백으로 허덕이는 모습을 보여서였다. 그가 리버풀을 떠난 뒤 리버풀은 리그 7위로 떨어져 UCL 출전권을 따지 못하는 충격에 빠졌다. 레알 마드리드도 그가 뮌헨으로 옮긴 뒤 롱패스의 그늘을 떨쳐내지 못한 채 부진했다. 루카 모드리치, 토니 크로스 등이 알론소 감독의 공백을 메웠지만 수비 불안은 어쩔 수 없었다. 알론소 감독은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로도 공적을 세웠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등 규모가 큰 메이저 대회에서 3연패를 일궈냈다. 에르난데스, 세르히오 부스케스와 함께 중원을 책임지면서 얻은 성과였다. 탄탄한 수비력과 롱패스에 의한 공격력은 알론소의 전매특허가 됐고, 한 시대를 풍미한 월드클래스로 이름을 남겼다. 알론소 감독은 현재 '명장'으로 떠올라 빅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감독이 떠나겠다는 의사를 보였던 뮌헨과 리버풀, 바르셀로나 등 많은 클럽에서 그를 탐냈다. 짧은 시간 그가 이룬 업적이 실로 어마어마해서다. 알론소 감독은 1부리그 지도자로 첫발을 내딛고 엄청난 대업을 이룬 레버쿠젠에서 한 시즌을 더 보낼 전망이다. 돌이켜보면 알론소 감독은 좋은 지도자가 될 운명이었다. 선수 시절 라파엘 베니테스(스페인), 카를로 안첼로티(이탈리아), 조제 무리뉴(포르투갈), 펩 과르디올라(스페인), 루이스 아라고네스(스페인) 등 명장들에게 지도를 받았다. 가장 영향을 받은 스승은 뮌헨 시절 함께한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다. 그가 레버쿠젠에서 선보인 전술만 봐도 '과르디올라식 축구'와 비슷하다. 알론소 감독은 정교한 전술로 경제적인 축구를 선보인다. 수비와 중원의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수적 우위를 점한 뒤 빠른 패스와 공간을 활용한 빌드업이 그것이다. 공을 소유했을 때는 상대 수비를 끌어들여 중앙과 측면에 공간을 만들어 득점 찬스를 노리고, 공을 없을 땐 '5백'을 방불케 할 정도로 타이트한 두 줄 수비를 보여준다. 이는 현대축구가 추구하는 콤팩트한 전술로,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놀라운 건 알론소 감독은 레버쿠젠을 불과 1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역 은퇴 후 레알 소시에다드 유소년 코치직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9년 레알 소시에다드의 하위리그 팀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지난 시즌 헤라르도 세오아네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뒤 레버쿠젠에 부임해 첫 1부리그 감독이 됐다. 부임한 이후 알론소 감독은 그해 레버쿠젠을 리그 6위로 마무리하며, UEL 진출권 획득에도 성공했다. 올 시즌 돌풍을 예고한 시동을 건 셈이다. 결국 레버쿠젠의 전술은 알론소 감독 자신과 흡사하다. 자신이 그라운드에서 뛰었던 움직임을 그대로 팀에 접목시켰고, 정확한 패스 하나로 골을 결정짓는 모습을 보였다. 중원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이 기반이 된 축구를 구사하며 연계 플레이를 끌어올렸다. 이러한 전술로 분데스리가 정상에 오른 그는 유럽리그를 변화시킨 과르디올라 감독,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등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알론소 감독은 친구도 명장이다. 아스널(잉글랜드)의 미켈 아르테타(41) 감독과 어린 시절 지역팀인 안티구오코에서 함께 공을 찼다. 아르테타는 1997년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1군까지 올라갔지만 부진 속에 일찌감치 영국으로 터를 옮겼다. 그렇게 레인저스(스코틀랜드), 에버튼(잉글랜드), 아스널을 거쳐 은퇴한 뒤 2016년부터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3년간 맨시티의 코치로 활동했다. 이후 아스널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올 시즌 맨시티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경쟁 중이다. 알론소 감독과 아르테타 감독은 스승 과르디올라 감독의 영향을 받아 첫 부임한 1부리그 팀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이뤄냈다. 둘의 우정은 올 시즌 UCL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아르테타 감독은 지난 9일 아스널과 뮌헨의 UCL 8강 1차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알론소 감독에게 뮌헨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들었느냐'는 질문에 "좋은 질문이다. 하지만 답변은 못 드리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