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아이가 1분 사이 사라졌다… 43년의 기다림 "살아만 있어다오"

2024.05.18 04:30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봄직한 가장 끔찍한 상상. 눈앞의 아이가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1981년 11월 28일, 카트리스 리의 두 번째 생일. 카트리스는 엄마 샤론의 품에 안겨 이모 웬디와 함께 독일(당시 서독) 중서부 도시 파더보른 근처 영국 육해공군 군인회(NAAFI) 슈퍼마켓에 갔다. 카트리스의 가족은 영국 왕실기병대 소속으로 독일에 주둔하던 아빠 리처드를 따라 파더보른으로 이주해 살고 있었다. 그날따라 카트리스는 쇼핑카트에 타지 않겠다고 보챘다. 크리스마스 전 마지막 군 월급날이라 마트 안은 크게 붐볐다. 계산 직전 샤론은 파티에 쓸 감자칩을 담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카트리스랑 여기 잠깐 있어." 샤론은 카트리스와 웬디를 계산대에 두고 감자칩 코너로 뛰어갔다. 1분도 채 안 된 짧은 시간. 돌아왔을 때 카트리스는 없었다. 43년간의 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당시 카트리스는 엄마 뒤를 따라갔다. "카트리스가 쫓아가고 있어." 웬디는 샤론의 등에 대고 외쳤다. 샤론은 듣지 못했다. 웬디는 카트리스가 엄마와 만나 함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틀렸다. 잠깐 한눈판 사이 아이는 실종됐다. 같은 시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리처드는 점점 불안해졌다. "30분 정도 차 옆에 서 있었어요. 금방이면 된다고 했는데… 뭔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곧바로 '군인 모드'가 발동됐다. 슈퍼마켓에 재빨리 경보를 울리고, 동료 군인들과 수색에 나섰지만 카트리스는 없었다. 7세였던 카트리스의 언니 너태샤는 삼촌과 함께 집에 있었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또렷이 남아있다.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던 엄마의 비명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요." 너태샤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고 악몽을 꾸게 된다. "아무리 내 잘못이 아니라고 되뇌어도 그날 함께 가지 않았던 데 죄책감이 듭니다." 카트리스 실종 후 리처드·샤론 부부는 더 이상 자녀를 갖지 않기로 했다. 아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1989년 갈라섰다. 카트리스는 1979년 11월 28일 독일 린텔른의 영국군 병원에서 태어났다. 왼쪽 눈에 두 번의 수술이 필요한 안질환(사시)을 갖고 있었다. 곱슬거리는 연한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가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였다. 실종 당시 어깨에 프릴이 달린 푸른 계열 타탄 체크 원피스 위에 청록색 더플 코트를 걸치고, 빨간색 웰링턴 부츠를 신고 있었다. 영국 왕립 군경찰(RMP)이 카트리스 찾기에 나섰다. 다만 실종 현장이 독일인 거주지에 있었기 때문에 현지 경찰의 협조가 필요했다. 초동 수사는 카트리스가 인근 리페강에 빠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뤄졌다. 경찰은 강을 따라 가가호호 수색도 했지만 카트리스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아이가 길을 잃고 헤매다 인근 강에 빠져 익사했을 것이라는 경찰 추정과 달리 가족들은 처음부터 납치를 의심했다. 리처드는 "카트리스는 목욕하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물을 싫어했다"며 "누군가 카트리스의 손을 잡고 슈퍼마켓에서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납치로 수사 방향을 돌렸을 땐 골든타임이 이미 지난 후였다. 슈퍼마켓과 연결된 도로를 차단하고, 안에 있던 사람들 명단부터 확보했어야 한다는 게 가족들 주장이다. 리처드는 "카트리스가 실종된 날 계산대에서 일했던 직원이 조사를 받는 데 6주가 걸렸고, 어떤 경우는 20년도 걸렸다"며 "탐지견이 투입된 건 24시간이 지나서였고, 국경수비대에 실종 사실을 알린 건 48시간 후였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RMP는 언론에 이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카트리스의 실종이 기사화된 건 실종 6주 후였다. 가족들은 카트리스가 자신의 원래 이름과 부모를 모른 채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2000년 재수사가 시작됐다. 영국 BBC방송의 범죄 추적 프로그램 '크라임워치'는 같은 해 11월 카트리스의 21번째 생일에 맞춰 실종 사건을 재구성해 방송했다. 이후 신원미상의 한 여성이 리처드의 전화 자동응답기에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프랑스에서 딸을 찾으세요." 경찰은 음성이 녹음된 테이프를 가져갔지만 수사에 진전은 없었다. 사건은 다시 종결됐다. 가족들의 싸움은 필사적이었다. 2012년 RMP는 초기 수사 과정에서의 실수를 인정했다. 초동 수사 중 수집된 정보를 재분석해 리페강의 지류인 알메강을 수사 구역으로 식별해냈다. 2017년 수사는 다시 재개됐다. 36년간 묻어뒀던 한 남성의 사진도 공개됐다. 카트리스 실종 당시 어린아이를 녹색 세단에 태우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남성이었다. 수사팀은 카트리스 실종 다음 날 알메강 다리에서 문제의 녹색 세단이 목격됐다고 밝혔다. 이듬해 4월 군과 민간 법의학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알메강 변을 파헤쳤다. 100명이 넘는 병력이 5주간 발굴 작업에 동원됐다. 뼛조각이 발견됐지만 카트리스의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수사는 소득 없이 종료됐다. 2019년 9월 RMP는 영국 남서부에서 전직 군인 출신 한 남성을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무혐의로 풀려났다. 1년 뒤 RMP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을 때만 수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카트리스 실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양날의 검이었다. 카트리스를 사칭하는 인면수심의 사기꾼들로 가족들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2020년 8월에는 하이디 로빈슨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카트리스인 척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했다. 너태샤에게 친구 요청을 한 로빈슨은 가족들의 계정 폐쇄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DNA 검사 결과 당연히 카트리스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오히려 '은폐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여성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점이 참작됐다. 34년간 군 복무 후 1999년 전역한 리처드는 카트리스 사건에 매달렸다. 그는 RMP가 아닌 민간 경찰이 사건을 인계해 독립적으로 수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1년 11월에는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아버지 대 아버지'로 만났다. 하지만 군과 정부는 그의 믿음을 앗아갔다. 리처드는 "당시 총리와의 만남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의미 있는 어떤 것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항의 표시로 그는 여왕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로로 받았던 훈장 2개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31일 다른 퇴역 군인들과 함께 총리 관저가 있는 런던 다우닝가를 행진할 예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그만 포기해라.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편해지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아요.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리처드)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오늘이 해답을 얻는 날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카트리스가 살아서 건강하게 최고의 삶을 살아왔기를 바랄 뿐입니다."(너태샤)

‘청양고추 300배 매운 과자’ 먹고 숨진 미국 10대… “사인은 심폐정지”

지난해 미국에서 유행했던 ‘매운 과자 먹기 도전’에 참여했다가 숨진 미국 10대 소년의 사인이 심폐정지로 밝혀졌다. 해당 과자의 맵기 정도는 청양고추의 최대 300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매사추세츠주(州) 검시소는 지난해 9월 1일 사망한 해리스 윌로바(당시 14세)의 부검 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검시소는 보고서에서 “심비대증 및 좌전하행 관상동맥의 심근교를 가진 사람이 고농도의 캡사이신 함유 음식을 섭취한 환경에서 발생한 심폐정지로 숨졌다”고 밝혔다. 심비대증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상태를 뜻한다. 심근교는 관상동맥 일부가 심장 바깥쪽이 아니라, 심장 근육 안쪽으로 파고들어 있는 선천성 질환이다. 심근교 상태에선 근육이 혈관을 눌러 협심증을 유발하는 위험이 드물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시소는 이러한 윌로바의 사인 외에 자연사나 사고사 등 구체적인 사망 유형에 대해선 “결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윌로바의 모친은 부검 보고서와 관련한 언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윌로바가 사망 몇 시간 전에 먹은 매운 과자인 ‘파키 칩스’가 아들의 건강을 위태롭게 했다고 주장했다. 파키 칩스에는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인 ‘캐롤라이나 리퍼’와 ‘나가 바이퍼 페퍼’가 들어갔는데, 이 중 캐롤라이나 리퍼의 스코빌지수(SHU·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한 수치)는 청양고추의 300배가량인 약 150만~220만 SHU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작년 극도로 매운 과자를 먹고 최대한 오래 버티는 ‘원칩 챌린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유행했다. 윌로바는 사망 당일 친구가 건넨 파키 칩스를 먹고 심한 복통을 호소했고, 그날 오후 자신의 방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세상을 떠났다. 제조사는 이날 성명에서 “해리스 윌로바의 죽음에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한다”며 “원칩 챌린지는 성인 대상으로 진행됐고, 파키 칩스는 ‘어린이 또는 매운 음식에 민감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을 위한 음식이 아니다’라는 명확한 안내가 있었다”고 밝혔다. 윌로바의 사망 일주일 후, 제조사는 파키 칩스를 전량 회수했고, 상품 구매자를 상대로 환불 조치를 시행했다.

대만, 새 총통 취임 사흘 앞두고 ‘의회 집단 난투극’

대만 새 총통 취임식을 사흘 앞두고 의회에서 여야 의원들 간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쟁점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고, 부상자도 최소 6명에 달했다. 18일 영국 로이터통신과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은 전날 제2야당 민중당과 공조해 이른바 ‘5대 입법원(국회)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법안 낭독’ 등 절차를 진행했다. 국회와 입법위원(국회의원)의 권한을 확대하고 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법안이었다. 그러나 여당 민진당은 ‘국회 개혁 명목으로 권력 남용 소지가 있는 법안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반대해 왔다. 여야 간 대립은 끝내 난투극으로 비화했다. 민진당 의원들이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연단으로 올라가 점거를 시도하자, 이를 국민당 의원들이 저지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먹질과 발길질이 오간 것은 물론, 일부 의원은 연단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지기도 했다. 의원 6명(민진당 5명, 국민당 1명)은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했다. 결국 국민당 출신 한궈위 입법원장(국회의장)은 산회를 선포한 뒤, “21일 국회에서 표결 절차를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총통 당선자로선 새 정부 출범부터 험난한 상황에 처했다. 오는 20일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야권이 장악한 국회가 ‘극한 갈등’ 국면에 빠진 탓이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상한 의원들과 당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국회와 야당은) 헌법을 준수해 합리적 논의로 돌아가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민진당을 “폭력적·불법적 정당”이라고 비난한 뒤, 라이칭더 당선자를 향해서도 “총통으로 취임하지도 말라”며 바짝 날을 세웠다. 대만 정치권에서는 폭력 사태가 이따금씩 발생한다. 로이터는 “대만은 ‘난폭한 민주 국가’로 입법원 내에서 가끔 충돌이 일어난다”며 “라이칭더 새 정부가 출범 후 더 큰 불안과 갈등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젤렌스키 “파리 올림픽 휴전 없다... 러시아에만 유리한 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하계올림픽 기간 중 러시아와의 전쟁 휴전 제안을 “러시아에만 유리하다”며 거부했다. 최근 중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휴전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와 상관없이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이날 프랑스 AFP통신과의 인터뷰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림픽 휴전’이 성사된다 해도 러시아군이 약속에 따라 철군할 것으로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휴전 기간에) 무기와 군대를 아무 제지 없이 우리 영토로 들여올 위험이 있다”며 “우리는 적에게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는 어떤 휴전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2년 넘도록 계속되는 이번 전쟁의 휴전 논의가 무르익은 상태는 아니다. 이달 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기간 휴전을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공동 제안했을 뿐이다. 16, 1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올림픽 휴전’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히기만 했다. 휴전 이행 여부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먼저 ‘휴전은 없다’고 못 박은 셈이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에는 계속 ‘러브콜’을 보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밀착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를 원한다”며 다음 달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 회의에 중국이 참가해 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처럼) 러시아에 영향력을 지닌 나라들이 전쟁 종식을 바라는 우리 편에 설수록 러시아도 더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에 대한 러시아군의 최근 공세에 대한 발언도 내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르키우) 상황은 우선 통제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이번에는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고 할 수 있으나, 너무 기뻐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우리 영토 안에 더욱 깊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불안정한 상태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