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냥개?' 등산로에서 반려가족 봉변.. 이대로 방치해도 되나

지난 4일, 80대 남성 A씨는 반려견 ‘샌디’와 서울 용마산에서 아차산으로 넘어가는 등산로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기 구리시 관내 접어들어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던 A씨와 샌디는 순식간에 달려오는 대형견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샌디를 지키려던 A씨는 바닥으로 고꾸라졌고, 대형견은 샌디를 물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A씨 가족들은 샌디를 찾기 위해 주변을 수소문했습니다. 그렇게 3일을 찾아 헤매던 7일, 가족은 산속에서 싸늘한 주검이 된 샌디를 발견했습니다. 샌디의 장례를 치른 뒤, 인근 마을을 찾은 A씨 가족은 문제의 대형견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당일, 인근에서 멧돼지 포획을 위해 엽사와 엽견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주민들의 설명을 들은 겁니다. A씨 가족들과 다른 시민들이 구리시에 민원 전화를 넣은 결과, 사건 당일 포획단이 운영되고 엽견이 활동을 한 사실까지는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구리시 측은 “엽견이 등산로를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엽견이 반려견을 죽였다는 증거는 없고, 들개일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구리시 측 주장처럼 샌디가 엽견에게 물려가 죽였다는 물증은 없습니다. 당시 상황이 급박했고 고령인 A씨가 이 상황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씨는 당시 샌디를 물고 간 개를 뒤쫓던 도중 2~3마리의 대형견들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엽견이 등산로를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구리시 설명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A씨 가족은 동그람이에 “인근 지역 주민에 따르면 지난 1월, 엽견으로 보이는 대형견 2마리가 등산로를 배회하고 있다는 목격담과 사진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사진 속에는 목줄 없는 대형견이 등산로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해당 사진 메타데이터에는 마을 인근 등산로 입구의 위치 정보도 담겨 있었습니다. 설사 엽견이 샌디를 물어 죽였다고 해도 구리시는 “구리시가 포획 허가를 내주는 것은 맞지만 포획단을 직접 관할하지 않는다”며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A씨 가족은 이에 대해 “구리시가 ‘엽견이 등산로를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주장하려면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며 “주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A씨와 샌디에게 벌어진 일처럼 엽사들이 보유한 사냥개들에게 시민들과 반려견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21년 11월, 대구의 한 야산에서는 사냥개 3마리에게 반려견이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한 같은 해 12월에도 강원 춘천시의 한 주택가에서 80대 노인이 사육장을 탈출한 사냥개 3마리의 습격을 받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노인은 팔과 다리 곳곳에 깊은 상처를 입어 피부 이식 수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A씨와 샌디에게 벌어진 사건이 ‘사냥개 때문’이라고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앞선 사례들을 돌아봤을 때, 유해 야생동물 포획이라는 명분으로 사냥개가 시민들이 돌아다니는 등산로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이 사냥개들은 강한 공격성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육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경비 혹은 사냥 목적으로 키워지는 개들 상당수는 사회화가 안 돼 있다”며 “개에게 먹을 것을 잘 주지 않아 굶주리는 등 욕구 불만을 가진 사례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위험하게 사육되는 개들을 관리할 규정도 사실상 전무합니다. 어웨어 황주선 연구이사(수의학 박사)는 “행정 규칙상 엽사 1명당 엽견 1마리를 데리고 다닐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면서도 “실제로 이 규칙대로 엽견을 운영하는 엽사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규정을 어긴다 해도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뜻입니다. 물론, 국내에서 엽견 없이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황 이사는 “국내처럼 평평한 지형보다 산지가 많고, 산탄총만 사용 가능하도록 한 규제 때문에 엽견 없는 유해야생동물 포획은 사실상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는 게 황 이사의 설명입니다. 엽사들이 보유한 엽견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사실상 관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멧돼지의 경우, 출몰 지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지역이 바뀌면, 그 지역으로 사냥개가 팔려가는 일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개들의 이동이 잦은데도, 그 개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사냥개를 공격성을 극도로 높이는 방식으로 사육하면서, 그 개는 등록도 되지 않은 채 어느 누구의 관리 감독도 받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실상 사냥개는 엽사들이 총기 이외에 야생동물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되는데, 그 무기 또한 국가의 관리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황 이사는 여기에 더해 ‘공중보건’ 차원에서의 사냥개 관리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ASF와 같은 전염병을 위해 멧돼지를 포획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멧돼지와 직접 싸우며 접촉하는 사냥개가 어디에 있는지 관리하는 건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개를 사냥에 동원하는 게 어쩔 수 없다지만, 다른 방법도 고심하고 장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황 이사는 “일부 엽사 중에는 사냥개 없이 야간에 미끼를 놓고 숨은 뒤 포획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개를 사용하지 않고 야생동물을 포획할 방법들을 국가에서도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안전사고 예방과 공중보건 측면에서 사냥개 포획 방식에 대한 전향적인 대책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꼭 살아야 해" 시한부 견주가 버린 모찌, 새 주인 품으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견주가 공영주차장에 편지와 함께 유기한 반려견이 최근 새 주인을 찾았다. (관련기사: "꼭 살아야 한다"... 시한부 판정 견주, 반려견 주차장에 남겨둔 사연) 동물보호단체 엘씨케이디(LCKD)는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찌의 사연을 올리고 언론 매체에서 정말 많은 관심이 쏟아졌는데 예상보다 너무 큰 관심에 놀라운 일주일을 보냈다"며 "그 관심이 모여 입양자가 나타났고, 오늘 새로운 가족 품에 안기게 됐다"고 밝혔다. 유기견 모찌는 지난달 경기 성남시 태평동 탄천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구조됐다. 당시 모찌 옆에 있던 편지에는 견주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더 이상 반려견을 돌볼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모찌는 지난달 말 성남시 보호소에 입소해 입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찌의 입양 소식이 전해지자 SNS에는 "모찌가 좋은 주인 만나 다행이다. 안 좋은 기억 다 잊길 바란다" "좋은 보호자를 만나 남은 견생을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너무 축하한다. 새 입양자는 복 받으실 거다" "진짜 가족과 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등 응원 글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견주의 사연이 거짓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엘씨케이디는 16일 "저희들이 들은 여러 의혹에 대해 모찌 입양자에게 말씀드렸고 인지하고 계신다"며 "그것과 상관없이 귀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가족이 돼 주셨다"고 했다. 또 "또 하나의 유기견이 의혹을 지닌 채 발생했고 이런 일이 거듭되면 유기견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발생할까봐 걱정스럽다"며 "누군가의 거짓이나 과장으로 인해 모찌도 다른 유기견들도 모두가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위기의 도심동물들

한반도 유일한 고양잇과 포식자 '삵'이 위험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삵의 안정적인 서식지였어요.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요. 이곳에서 삵 '영준이'와 '주선이'를 떠나 보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서구 강서습지생태공원을 찾은 우동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복원센터 선임연구원은 한때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삵이 자리를 잡고 살았던 공간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우 연구원은 2010년 이전부터 이곳에 사는 삵, 너구리 등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이들의 행동권을 추적하는 연구를 해왔다. 서울에서는 드물게 자연 생태계가 보존된 이곳에서 삵이 사라진 건 2011년 10월 경인아라뱃길이 개통되면서다. 경기 김포시 전호산과 이곳을 넘나들던 삵은 경인아라뱃길 공사로 서식지가 단절되면서 그 수가 줄었다. 우 선임연구원은 "이후에도 조사해보니 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고 이곳을 들락날락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전과 달리 안정적인 공간 확보는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삵이 살았던 공간과 우 연구원이 최근까지 삵의 흔적을 찾았던 지역을 2시간 가까이 돌아다니고 나서야 1개월 정도 지난 삵의 배설물을 찾을 수 있었다. 배설물에는 쥐와 새의 발톱이 섞여 있었다. 이는 삵이 이곳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완전히 정착해서 살지 못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했다. 서식지 단절은 삵의 행동반경과 연관이 있다. 삵을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오대현 참생태연구소 부설 생태융합연구소장에 따르면 자연에서 암컷의 행동권은 1~2㎢, 수컷은 4~16㎢로 번식기 등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우 선임연구원은 "강서습지생태공원의 경우 삵이 야생에서보다 제한된 서식지를 집약적으로 이용했지만 경인아라뱃길이 생기면서 이조차도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는 삵이 개발사업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삵이 우리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1960, 70년대 이전 개체 수 조절 역할을 했던 표범, 호랑이, 늑대 등이 절멸하면서 이제는 삵이 먹이사슬의 최종 포식자가 됐다. 오 소장은 "최종 포식자가 먹이가 되는 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게 되고, 이는 종의 쏠림 현상을 막으면서 생물 다양성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삵이 살아가는 현실은 척박하다. 이전에는 전국에 널리 분포했지만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줄었고, 결정적으로는 1960년대 쥐 잡기 운동 과정에서 농약에 중독된 쥐를 먹으면서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강서습지생태공원에 살던 삵 '영준이'와 '주선이'의 말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호산과 공원을 넘나들던 영준이는 우 선임연구원이 발신기를 단 지 한 달 만에 찻길 사고를 당한 채 길 위에서 발견됐고, 주선이는 3개월 만에 한강 범람 이후 신호음이 끊겼다. 실제 최근 5년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되는 삵의 수는 2019년 9마리, 2021년 13마리, 지난해 17마리로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구조 원인을 살펴보면 차량과의 충돌이 16건으로 제일 많았고, 어미를 잃음, 인공구조물 침입 후 고립, 덫에 걸림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삵에게 가장 위협적인 요인은 찻길사고다. 국립생태원 '로드킬 다발구간 정밀조사'에 따르면 2022년 찻길 사고로 죽은 법정보호종 388마리 가운데 230마리(59.3%)가 삵이었다.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는 "국토 면적 대비 전국 도로 밀도 기준을 보면 삵의 행동반경인 2㎢ 내에 도로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찻길사고가 삵의 장기적 생존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소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식지가 줄면서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양계장이나 축산농가 근처에서 설치된 덫에 걸리거나 고립돼 구조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삵을 절실하게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삵이 사람과 가까이 자리 잡고 사는 점도 작용한다. 삵은 이미 사람과의 접촉에 익숙해져 있어 도시 인근 공원을 비롯해 양계장 등 주택가까지 내려와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원 태백시의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생후 60일 미만의 어린 삵이 고양이로 오인돼 안락사되기도 했다. 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먼저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로드킬과 고립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김 재활관리사는 "생태통로나 유도울타리를 활용해 로드킬 사고를 줄이고, 농가에서 삵의 접근을 막을 때도 신체 훼손과 사고로 이어지는 올무나 덫이 아니라 차단벽이나 안전한 포획틀 등을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들의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소장은 "산림성 포유류인 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산을 살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발표된 논문을 보면 삵이 팜유 농장에 많이 발견되지만 결국 인근 산림에 보금자리를 두고 먹이를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면 행동권이 겹치게 되면서 개체군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동물 기획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