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은 위헌적 제도가 아니다

입력
2024.05.04 00:00
19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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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했다. 형제자매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위헌이고, 패륜적 행위를 한 상속인에게도 일률적으로 유류분을 인정한 것과 사망자를 장기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자를 우대하는 조항이 없는 것은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했다.

헌재의 결정 직후 일부 언론이 헤드라인을 유류분 위헌이라고 달아서 많은 사람이 오해하기도 했다. 지인이 필자에게 갑자기 연락해서는 이제 유류분 청구 못 하는 것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필자는 대학원에서 상속법을 전공했었기 때문에 유류분이 위헌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얘기했었는데 기사 헤드라인 때문에 상당히 놀라기도 했다.

유류분이 위헌이라는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개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가족 구성원 중에서 한 사람만 수입을 얻는다고 해서 그 수입이 오로지 그 사람의 몫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가족을 이룬 이상 나의 수입이 오로지 내가 잘해서 돈을 번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배우자가 가정을 잘 관리했고 자녀들이 아빠 힘내라고 힘을 주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일했을 것이다. 더구나 가족 간에는 상호 부양의무도 있다. 내 명의로 수입이 들어온다고 해서 오로지 내 돈이라는 생각은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 재산은 가족의 공동재산으로 보아야 한다(물론 우리 민법이 이와 같은 가족공유재산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유류분 제도의 기원이 된 게르만법은 가족공동체라는 관념이 강해 혈족만 상속할 수 있었고 아예 유언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혼할 때의 재산분할청구권도 이러한 생각과 맞닿아 있다. 부부 중 한 사람만 수입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부부는 결혼 생활 중 재산을 공동으로 형성한다는 이념, 수입이 없던 배우자가 이혼 후에도 생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념에 따른 것이다. 유산의 경우도 그런 측면이 강하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가족 재산에 의지해 생활해 오던 사람이 부모 사망 후 갑자기 그 이전보다 훨씬 못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의 재산 처분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것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부모의 역할, 의무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여러 선진국에서도 형태가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유류분 제도를 갖고 있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똑같은 유류분액을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유류분 제도의 취지에 벗어나는 경우에는 굳이 유류분 제도로 상속인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 가족 구성원으로의 역할을 내팽개치거나 패륜적 행위를 한 경우에는 제한할 필요가 있다. 또 형제자매에게 인정해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부유해지면서 부모로부터 상속받을 재산도 크게 증가했고 유류분 소송도 넘쳐 나고 있다. 소송을 통해 형제자매는 원수가 돼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유류분 제도 때문일까. 부모가 자신의 재산이 가족의 재산이라고 인식하고 적절히 나눠주었다면 유류분 소송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유류분 제도가 부모에게 최소한 자기 재산의 2분의 1만큼은 마음대로 처분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자녀들에게 나눠주는 재산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유류분 침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용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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