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수명은 10년뿐"…소프라노 홍혜경, 이 말 때문에 40년 간 메트에 섰다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메트에서 40년째 활동 중인 소프라노 홍혜경(65)은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배역을 까다롭게 고르고, 출연 횟수도 조절한다. 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보컬 마스터 시리즈'란 제목의 리사이틀을 앞둔 그를 전화로 만났다. 고국에서 여는 단독 리사이틀로는 2014년 '메트오페라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이후 10년 만이다. 미국 뉴욕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홍혜경은 "이렇게 좋은 오페라 출연이 10년이면 끝난다는 캐스팅 디렉터의 말에 무척 슬펐다"고 데뷔 당시를 돌아보며 "내 목소리에 맞는 작품을 잘 소화하고 침착하게 경력을 쌓아 나가는 게 진정한 성장임을 그때부터 생각했다"고 말했다. "캐스팅 디렉터 말처럼 최고로 빛났다가도 3~5년 만에 무대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많이 목격했다"고도 했다. 이번 공연에 대해서는 "좋은 소리를 지키는 게 노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며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서는 무대이니 만큼 본이 되는 공연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홍혜경은 15세 때 미국으로 가서 1982년 한국인 최초로 메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1984년 모차르트 '티토왕의 자비' 세빌리아 역으로 화려하게 메트에 데뷔했다. 메트에서만 400회 가까이 공연했고 2022년 봄까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에 제5의 하녀 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이제 어느 작품에 출연해도 나보다 먼저 데뷔한 성악가가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 홍혜경에게 매니저는 거절을 많이 한다며 '아티스트 노(No)'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그가 "내가 원하는 것을 잘 가려 선택하고 스스로 삶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라서다. "소프라노로서 빛나는 날을 죽이지 말라"며 결혼과 출산을 늦추라는 주변 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메트 데뷔 직후 결혼해 세 자녀도 낳았다. 홍혜경은 콘서트보다 오페라를 좋아한다. 그는 "나를 흥분시키는 것은 내 목소리를 써서 드라마를 이어 가고 또 다른 여성으로 변하는 것"이라며 "가발과 메이크업을 벗으면 다시 엄마의 삶으로 돌아가는 게 좋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외국 무대에서 쌓아 온 음악 경력을 한국 팬과 공유하는 고국 콘서트 무대는 늘 즐겁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의 '정결한 여신이여', 도니체티 '안나 볼레나'의 '울고 있나요? 고향의 성으로 데려다주세요' 등 "바쁜 일정으로 그간 놓쳤던, 좋아하고 부르고 싶은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려줄 예정이다. 푸치니 '투란도트'의 '주인님, 들어주세요!',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 귀에 익은 곡도 준비했다. 홍혜경이 활동을 시작한 1980년대는 서양 오페라에서 아시아인 성악가가 낯설게 보였던 때였다. 활동이 쉬웠을 리 없다. 그는 "홍혜경이라는 음악가가 아닌 한국인, 아시아인으로 무대에 서면서 어깨가 무거웠다"며 "생활도 인간관계도 잘해야 했기에 더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제 그는 더 많은 '노(No)'를 하며 보통 사람의 삶을 더 즐길 계획이다. "꼭 하고 싶은 공연만 골라서 하고 손자, 손녀와 지내는 귀한 시간을 더 가지려고 해요. 스트레스 받으며 열심히 뛰었던 과거로는 이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방심위, '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 노출한 보배드림에서 '의견진술' 받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된 온라인 커뮤니티의 의견진술을 듣고 해당 게시물 삭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방심위는 20일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A씨가 초상권 침해 및 명예훼손으로 방심위에 신고한 안건을 심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과 유튜브 채널 '유렉카'에는 A씨의 이름, 얼굴, 나이, 직장 등 신상정보가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다. A씨는 방심위에 두 곳을 신고했고, 방심위는 보배드림 운영진의 의견을 듣기로 의결했다. 방심위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삭제하거나 접속 차단을 하려면 커뮤니티나 사이트 운영진의 '의견진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운영진은 회의에 출석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진술서를 낼 수 있다. 방심위는 이후 보배드림에 대한 시정 요구(게시물 삭제 또는 접속 차단)를 의결할 예정이다. 유튜브 채널 '유렉카'는 A씨가 신고한 영상을 비공개로 바꿔 안건이 각하됐다.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최초 공개한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도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해 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방심위 통신소위는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심의하는 곳으로, 비공개된 정보는 심의 요건에 맞지 않아 각하한다.

"입에 피 묻혀 볼까요?"...'마약중독 경찰' 지성 연기, 악마는 '지소드'에 있었다

하얀 이와 잇몸 구석구석 묻은 붉은 피가 섬뜩하게... 지난달 24일 첫 방송된 SBS 드라마 '커넥션' 1회 엔딩 장면에서 배우 지성은 이런 모습으로 병원 복도를 내달렸다. 상황은 이랬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 간 그는 간호사가 그의 팔에서 뽑은 피를 채혈실에서 찾아내 꿀꺽 마시고 도망갔다. 피검사로 마약 투약이 들통날까 겁나서였다. 지성이 맡은 역은 경찰서 마약팀 경감 장재경. 마약범죄를 수사하던 그는 괴한들에게 납치돼 마약에 중독됐다. 중독된 채 마약 범죄를 쫓는 경찰의 위태로운 모습은 그가 병원에서 도망가느라 숨을 헐떡일 때 입에서 슬쩍 드러나는 핏빛으로 극대화됐다. 뱀파이어 같은 경찰이라니. 이와 입술 등에 피 분장을 도드라지게 한 채 달린 건 지성의 아이디어였다. '커넥션'의 김문교 PD는 "재경이 자신이 휘말린 마약 범죄의 전모를 알아내기 위해 달려 나가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 지성이 연기 준비도, 상의도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지성은 '커넥션'의 '신스틸러'다. "마약을 간절히 찾아 헤맬 때는 흐릿하고 생기 없는 '동태눈 연기'를 하다가도 경찰로 사건을 추적할 때는 명탐정 코난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보여주는 반전으로 캐릭터에 입체감"(박진규 드라마평론가)을 준다. 지성은 "마약에 중독된 모습을 연기하다 과호흡이 와서 촬영장에서 쓰러질 것 같은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지성이 살인 사건에 연루된 고교 동창들, 재경의 마약 중독을 눈치 챈 동료 경찰 등과 1대 1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들이 드라마의 백미"(김교석 방송평론가)다. 스릴러의 긴장감은 배우 간 경쟁이 아닌 소통으로 빚어졌다. '커넥션' 관계자에 따르면, 지성은 팀원 창수(정재광)와 폐쇄회로(CC)TV로 사고 정황을 추적하는 장면을 찍기 전 "네가 날 더 뻔뻔하게 바라봤으면 좋겠어, 갖고 노는 느낌으로"라고 말했다. 창수는 경찰 선배가 마약에 중독된 걸 알고 있는 후배로, 재경에게 압박감을 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연기 제안이었다. 이렇게 팀워크를 다진 '커넥션'은 "배우들에게 과몰입하며 보는 수사물은 오랜만"이란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 10% 돌파(9.1%·15일 방송)를 앞두고 있다. 올해 데뷔 25년을 맞은 지성은 촬영장에서 종종 감독을 울린다.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드라마 '킬미, 힐미'(2015)를 연출한 김진만 PD는 "지성이 눈물과 콧물을 주르륵 흘리며 '이거 내 싸움이야'라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목이 메 '컷' 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옛일을 떠올렸다. 지성 연기의 힘은 '디테일'에 있다. '킬미, 힐미'에선 교복 상의에 운동복 바지를 입고 여고생 요나를 연기했다. 고등학생들이 실제로 그렇게 입고 다니는 걸 지인에게 듣고 택한 의상이다. 드라마 '피고인'(2017)에서 감옥에 수감된 지성이 "내 빵 내놔"라고 소리 지르며 크림빵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은 영화 '황해'(2010)에서 하정우가 김을 여러 장 입에 욱여넣는 장면과 함께 야무진 '먹방 연기'로 회자한다. "일부 연기파 배우들이 캐릭터를 자신의 연기 스타일대로 표현한다면, 지성은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한다. '피고인'을 만든 조영광 PD는 "죄수 느낌이 너무 강해 지성은 촬영장에서 이름 대신 '3866(죄수 번호)'으로 불렸다"고 제작 뒷얘기를 들려줬다. 그가 촬영 현장에서 '지소드'(지성+메소드 연기의 합성어)라 불리는 배경이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연기 대상을 두 번이나 받았지만, 배우로서 지성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MBC 범죄 재연극 '경찰청 사람들'(1993~1999)에서 범인의 친구로 나와 재연 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당시 서울 여의도 주변에 몰려 있었던 방송사들을 집처럼 찾아갔다. 드라마 제작국 문 앞에 쌓인 대본 인쇄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전남 여수에서 홀로 서울로 이사해 신문 배달 등으로 생활비를 벌며 배우의 꿈을 키우던 지성은 거처가 마땅치 않아 한강공원 벤치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노숙 생활은 드라마 '카이스트'(1999)에 캐스팅되면서 끝났다. '카이스트'에 출연하고 싶어 114에 전화를 걸어 제작사 번호를 알아낸 뒤 오디션을 봤고, 그 열의를 눈여겨본 송지나 작가가 배역을 따로 만들어줬다는 건 방송계의 유명한 일화다. 그의 연기 열정은 동료 배우들에게 때론 난감할 정도다. 배우 김성균은 "영화 '명당'(2018) 촬영 때 지성이 쉬지 않고 계속 연기 연습을 해 '지성 지금 연습 중이다'며 매니저한테 잔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 경찰 연기에 대해 지성은 "심각한 (마약) 문제 해결 방안을 (드라마가) 제시할 순 없지만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재경의 모습 등을 통해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배우로서 지성의 책임감도 커졌다. 그는 "드라마 '딴따라'(2016)를 찍을 때 '어른인 내가 모자라고 세상이 모자라서 너희가 힘든 거야'란 대사를 애드리브로 했다"며 "아빠가 되다 보니 단순히 시청률을 올리는 게 아니라 무엇인가 의미 있는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더라"고 연기 철학이 바뀐 계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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