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특검' 맞불 놓고 싶지만... 신중한 與 지도부 왜?

2024.05.20 19:00

국민의힘 일각에서 '김정숙 여사 특검'을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영부인 첫 단독외교"라고 2018년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치켜세우자 호재를 만난 듯 공세에 나섰다. 야권이 밀어붙이는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 하지만 앞장서야 할 여당 지도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역풍을 우려하며 사안이 커질까 오히려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왜 이처럼 몸을 사리는 것일까. 박정훈 국민의힘 송파갑 당선자는 20일 페이스북에 “2018년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전용기 투어 사건은 검찰 수사로 진실이 신속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검찰에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당선자는 본보 통화에서 "당시 청와대가 예비비를 타내는 과정, 그리고 청와대가 인도 정부로부터 김정숙 여사 초청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 직권 남용이나 국고 손실 혐의가 없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선 최형두 의원도 전날 “특검하려면 이 의혹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김정숙 여사 버킷리스트’ 의혹을 썼다가 소송에 시달린 언론인 재판 기록이 있다”며 비슷한 주장을 폈다. 김민전 비례대표 당선자는 최근 김건희·김정숙 여사는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 관련 의혹도 함께 규명하자며 '3김(金) 여사 특검'을 제안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온도 차가 뚜렷하다. 성일종 사무총장은 YTN라디오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대해 “국가의 외교를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했던 단독 외유”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특검 추진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야당이 모든 걸 특검으로 가자고 하다 보니 오죽했으면 여당 의원도 이런 얘기(김정숙 여사 특검론)를 하는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이날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도 성 사무총장과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각각 김정숙 여사 타지마할 방문의 부적절함과 이를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로 추켜세운 문 전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특검 언급은 없었다. 맞불 작전에 나섰다가 자칫 김건희 여사 특검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다는 딜레마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과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한 의원은 본보에 "(김정숙·김건희) 패키지 특검을 주장할 경우, 김건희 여사도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기류"라고 전했다. 원내 관계자도 "의석 수가 적은데 3김 특검을 추진한들 실익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내에선 불만이 나온다. 한 수도권 원외 인사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데 당 지도부가 너무 소극적"이라며 "김정숙 여사나 김혜경씨 의혹은 관련 액수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보다 훨씬 크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인도가 초청한 건 문체부 장관"… '김정숙 타지마할' 논란 쟁점 살펴보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2018년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당장 여당에서 "'관광'을 '외교'로 둔갑시켰다"며 김 여사 특검 주장이 등장할 만큼 논란의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보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둘러싼 공격과 방어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꼼꼼히 따져봤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허황후 기념공원을 개장할 때 인도 정부로부터 초청이 왔는데, 나로서는 인도를 또 가기 어려웠다"며 "고사를 했더니 인도 측에서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하더라"고 밝혔다. 인도 측 초청에 '김 여사가 인도로 가게 됐다'는 뜻이다. 물론 여당의 얘기는 다르다. "초청한 인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는 주장이다. 초청받지도 않은 김 여사가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인도를 갔다는, 사실상 '셀프 초청'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20일 당시 상황에 정통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2018년 당시 인도가 우리 외교부에 공식 초청한 인사는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단은 여당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는 인도 측이 '대통령이 안 되면 최고위급 사절단을 보내달라'는 전제를 달았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에 대사관에서는 일정이 안 되는 국무총리 대신 문체부 장관을 추천했고, 인도 측은 이에 장관을 초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도 장관 역시 국감 일정 때문에 참석이 힘든 상황이었다. 행사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하던 정부는 김 여사가 방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인도 측에서 최고위급 인사를 계속 요청했고, 김 여사가 사절단으로 방문하겠다고 하자 반색하며 '국빈 대우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인도가 장관 참석을 요청한 것도, 정부가 김 여사를 셀프 초청한 것도 맞다는 얘기다. 김 여사는 인도 방문 일정을 마치는 날 '타지마할'을 방문했다. 여당은 이를 급조한 관광 일정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일정표에 없던 타지마할에 가서 '단독외교'를 했다면, 외교부 보고서에 남겼을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당시 출장 보고서에는 타지마할 방문 내용은 없었다. 김 여사의 타지마할 일정은 순방 참가자들에게 배포한 현지 일정표에 처음 등장했다. 전직 외교부 관계자는 "타지마할 방문은 인도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마지막에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인도는 주요 국빈이 방문하면 타지마할을 보여주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비비 신청 등 사전에 작성된 공식 일정에 타지마할은 없었지만, 인도 측 요청에 따라 최종적으로 추가됐다는 얘기다. 배 의원은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으면 달 수 없는 대통령 휘장을 버젓이 걸고 대통령인 듯 인도를 다녀왔다"는 점도 꼬집었다. 대통령 휘장 사용처를 명시한 대통령 공고 제7호 '대통령 표장에 관한 건'에 따르면 사용처는 "대통령 관인 집무실, 대통령이 임석하는 장소,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자동차·기차·함선 등"으로 명시돼 있다. 원칙적으로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은 전용기에는 휘장을 달 수 없다는 것이다. 2018년에도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때 대통령 전용기를 탔지만, 휘장은 가렸다. 미국 역시 영부인이 단독으로 해외 순방에 나설 경우 대통령 휘장은 사용하지 않는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말리를 단독 방문했을 때 대통령 휘장이 아닌 미 공군성의 휘장을 달았다. 청와대는 당시 "대통령을 대신한다는, 대표단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이는 분명 규정 위반이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 이희호 여사가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였다고 주장했다. 이 여사는 2002년 5월 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동특별총회 본회의에서 정부 대표단 수석대표 자격으로 기조연설을 했는데,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동행하지 않았다. 문제는 어디까지를 '외교활동'으로 볼 것이냐는 점이다. 이 여사가 국제기구 회의에 초청받아 연설을 한 것이라면, 이를 외교활동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황상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유엔에 가서 연설까지 한 것을 외교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결국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는 문 전 대통령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추미애 탈락에 당원 탈당 후폭풍... 놀란 이재명의 '당심 달래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심 달래기'에 주력하고 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예상과 달리 추미애 당선자가 탈락하자 그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이 탈당 러시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 탈당을 만류하는가 하면, 내후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쥔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당원 권한을 확대하겠다며 때 이른 당근까지 내밀었다. 누구보다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이 대표이지만 당원들의 거센 반발에 놀라 자세를 낮추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19일 대전에서 열린 당원과의 만남 행사에 참석해 "최근 당에 섭섭하고 아픈 사연도 꽤 있죠"라고 운을 뗐다. 사흘 전 당내 국회의장 경선 결과를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언제나 바르고 편한 길만 있는 건 아니다"라며 "내 생각은 옳고 여기에 부합하지 않은 다른 생각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걸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당원들을 연신 추켜세우며 탈당을 직접 만류했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원이 가장 많은 정당이 민주당"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우리가 열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이가 있다고 해서 틀렸다고 단정하고 외면하면 결국은 끝"이라며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내가 더 책임지겠다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도종환 의원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낭송하면서 "당을 위해서, 대한민국을 위해서, 이재명을 위해서 여러분 좀 참아주시고 함께 가주시겠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광주에서 열린 당원 행사에서는 차기 지방선거를 거론하며 반발 여론을 달랬다. 전국 시도에서 선출하는 위원장이 지방선거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이들을 뽑는 과정에서 당원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반반으로 나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비율을 당원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같은 지도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의 후폭풍은 여전하다. 당원 커뮤니티에는 추 당선자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민주당 당선자들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비이재명계를 가리키는 멸칭)'으로 비판하면서 이들을 색출하자고 주장하거나 탈당 인증글을 올리는 등 과격한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때와 비슷한 규모로 탈당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은 이례적으로 제재에 나섰다. 의장 경선 관련 음모론을 펴거나 표 색출에 나설 경우 일괄적으로 일주일간 팬카페 활동을 정지시키고, 특히 탈당이나 탈퇴를 언급할 경우 재가입이 불가한 강제탈퇴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지했다. 해당 팬카페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당시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공격에 앞장선 곳이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당대표직 연임을 요청하는 당원들의 목소리에도 즉답하지 않은 채 웃음으로 넘겼다. 이 대표는 한 당원이 연임을 요청하자 "연임"이라고만 했고, 옆에 있던 박정현 최고위원이 "연임하기로 한 것 아니냐"고 하자 웃으며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렸다.

외교부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한국서 먼저 검토"

외교부가 지난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한국 정부에서 먼저 검토 했다고 밝혔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김 여사 인도 방문이 인도 측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내용과 배치된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인도 측은 당초 지난 2018년 11월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과 디왈리 축제에 당시 외교부 수장이던 강경화 전 장관을 초청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여타 외교일정으로 강 전 장관의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인도 측에 통보했고, 인도 정부는 이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던 도종환 전 장관을 초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우리 정부는 도 전 장관의 행사 참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부인이 함께 방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인도 측에 설명했고, 이후 인도 측은 우리 측 설명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명의 초청장을 송부해 왔다. 이번 외교부 설명은 문 전 대통령 회고록 주장을 뒤엎는 내용이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에 대해 "모디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조성 계획을 설명하면서 개장 때 꼭 다시 와달라고 초청했다"라며 "나로서는 인도를 또 가기가 어려워 고사했더니 인도 측에서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해 아내가 대신 개장 행사에 참석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당시 행사와 관련해 “외교부 출장자에 대해서만 여비를 지급했으며, 김 여사 방인 관련 예산은 문체부에서 편성·지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 방인 행사 주관부처인 문체부에서 관련 예산을 편성 및 지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