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붕괴, 우크라에 기회 됐나... “3곳 이상 전선서 동시다발 대반격”

2023.06.09 20:00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점령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반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남부 헤르손주(州) 카호우카 댐 붕괴로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과는 달리, 오히려 러시아군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는 등 예상외의 양상으로 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댐 폭파가 우크라이나군에 ‘의외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날부터 자포리자주,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등 3개 이상의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공격했다. 독일산 주력전차 레오파르트-2, 미국산 브래들리 장갑차, 프랑스산 보병전투차량 AMX-10 등 서방이 제공한 기갑차량들이 작전에 대거 등장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수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NYT는 “미국 등 서방에서 특별 훈련을 받은 병력 일부도 가세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 개시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WP는 “러시아 점령군 축출을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반격을 시작하면서 서방의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한 전쟁의 중요 국면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롭 리 미국 포린폴리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NYT에 “새로운 여단 중 일부가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보이며, 대반격은 실제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이 본격화한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은 다소 뜻밖이다. 6일 새벽 카호우카 댐 파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헤르손 상륙 저지를 위해 일대를 침수시키려는 목적에서 저지른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고, 대반격 속도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았다. 러시아의 ‘사전 대응’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수행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대반격이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최전방에서 시작됐고, 러시아 점령지를 공격하려면 드니프로강을 건너야 한다. 작전 실패의 리스크가 큰 헤르손은 애초 주요 공략 지점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WP도 자포리자가 반격의 핵심 지역이라며 “평지로 이뤄져 진군이 편하고, 탈환 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 간 연결을 끊을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댐 붕괴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유리한 카드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보고서에서 “헤르손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의 방어 요새가 (홍수로) 파괴됐고, 무기도 손상되는 등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 포병부대도 초소엔 일부만 남고 후퇴했다. 가디언은 “댐 재건까지 러시아 진지 일대는 습지 지형이 될 텐데, 이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의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군사 작전 이외의 측면에서 보면, 댐 붕괴에 따른 우크라이나 피해는 막대하다. 드니프로강 일대 정착촌 30여 곳이 침수돼 최소 14명이 사망했고, 약 6,000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최소 5,000㎢ 면적의 농지가 사막으로 변하고, 수십만 명이 식수난을 겪게 됐다. 게다가 러시아군은 홍수 대피소까지 공격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인근 우크라이나 관할구역 내 대피소에 포격을 가해 자원봉사자 등 9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미국 CNN방송은 침수된 헤르손주 지역의 68%가 러시아군 점령지인데, 이들은 우크라이나 구조대에까지 총격을 가하며 구호 활동을 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서 40일 버텼다… 첫돌 아기 등 어린이 4명 '기적 생환'

아마존 열대우림 한복판에서 발생한 경비행기 추락 사고 이후 실종된 아이들 4명이 40일 만에 무사히 발견됐다. 생후 11개월째 사고를 당해 정글에서 첫돌을 맞은 한살박이 아기도 있었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콜롬비아 군 당국은 9일(현지시간) "(아마존 정글인) 구아비아레와 카케타에서 행방불명됐던 아이 4명이 생존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정부에 공식 보고했다. 군 당국은 구조요원들이 아이들을 살피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발견된 아이들은 레슬리 무쿠투이(13), 솔레이니 무쿠투이(9), 티엔 노리엘 로노케 무쿠투이(4), 크리스틴 네리만 라노케 무쿠투이(1)다. 이들은 영양실조 증세를 보일 뿐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조종사를 포함한 어른 3명과 어린이 4명을 태우고 산호세델과비아레를 향해 날던 소형 비행기가 콜롬비아 남부 아마존 정글인 솔라노 마을로 추락했다. 성인 3명은 숨진 채로 발견됐으나, 동승했던 아이들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정부 당국은 헬리콥터 5대, 인력 150여 명, 탐지견 등을 투입해 추락 지점 인근 숲을 샅샅이 뒤져, 유아용 젖병과 먹다 남은 과일 조각 등을 찾아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군 당국은 "더 움직이지 말라"는 아이들 할머니 육성 녹음 메시지까지 헬기로 방송하며 탐색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최대 40m까지 자라는 거대한 나무, 악천후, 위협적인 야생동물 등으로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아이들의 생존 소식에 "온 나라의 기쁨"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아이들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군에서 명명했던 이번 구조 작전명은 '에스페란사'(스페인어로 희망이라는 뜻)다.

댐 폭파 수습도 못했는데 비료 수송관 폭파…끝없이 커지는 전쟁

"러시아산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를 우크라이나로 운송하는 수송관이 우크라이나 공작원에 의해 폭파됐다"고 러시아가 7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카호우카댐 폭파로 인한 홍수 피해가 수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송관 폭파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전쟁이 끝없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수송관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동이 중단됐는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에 협조하는 대가로 암모니아 수송관을 재가동시켜 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수송관 폭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방해 빌미로 작용해 전 세계적 식량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AP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의 수송관이 5일 저녁 폭파됐다고 주장했다. 폭발로 민간인들이 부상을 입었다. 수송관은 2,500㎞ 길이로, 러시아 사마라주 톨리아티에서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를 잇는다. 러시아가 전 세계로 암모니아를 수출할 때 쓰던 통로다. 수송관 파괴 시점이 공교롭다.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과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 연장' 협상을 앞둔 가운데 발생했다. 협상의 골자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이 흑해를 이용할 때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협정이 체결됐지만, 러시아는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과 관련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며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해왔다. 러시아는 수송관 폭파를 협상 안건으로 들이밀며 "우크라이나의 흑해 이용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밀, 옥수수 등의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라는 점을 이용해 '세계인의 식량'을 인질로 잡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호우카댐 붕괴 피해는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폭파 사흘째인 8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침수 지역에서 약 6,000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피해가 계속 커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피해 현장을 찾았다. 그는 7일 독일 빌트 인터뷰에서 "침수된 집 지붕 위에 올라선 사람들은 시체가 물 위를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사망자 규모는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피해 범위가 워낙 방대해 국제기구 구조 손길도 닿기 어렵다. 홍수로 지뢰가 대거 유실된 것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기름 등 각종 화학물질이 유출되면서 식수도 부족하다.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 자포리자 원전 냉각수 수원으로 쓰는 저수지 수위도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댐 폭파를 '러시아의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에 나섰다. 다만 댐이 러시아 관할지라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클럽은 '죄악의 소굴'"… 구약성서 읊으며 유부녀만 죽인 '바이블 존'

1968년 스코틀랜드 최대 항구도시 글래스고의 늦겨울은 유독 우울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연중 170일 이상 비나 눈이 내리는 곳이 글래스고다. 겨울이면 글래스고는 특유의 짙은 회색이 도시 전체에 내려앉곤 했다. 별다른 유흥 거리도 없는 겨울밤, 회색 도시에 생동감이 남아 있는 곳은 도심의 몇몇 댄스 클럽뿐이었다. 그 당시 글래스고의 클럽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배로랜드 볼룸'이었다. 특히 매주 목요일 밤 25세 이상만 입장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 '배로랜드 사교 행사장'은 인파로 가득했다. 나이만 확인되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자유롭게 춤출 수 있었기에 배로랜드는 그 시대 글래스고 성인 남녀의 '해방구'로 기능했다. 글래스고의 간호사 패트리샤 도커(25)도 그해 2월 22일 목요일, 배로랜드 클럽으로 향했다. 남편과의 관계가 멀어져 힘들어했던 도커는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말을 부모에게 남긴 후 집을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도커는 다음 날 아침 자택 차고 문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얼굴은 둔기에 맞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손상됐고, 성폭력을 당한 흔적도 뚜렷했다. 부검을 맡은 길버트 포브스 글래스고 의과대학 교수는 "피해자는 목이 졸려 사망(교살)했으며, 사건 당일 생리 중이었다"고 밝혔다. 도커 피살 사건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마지막 목격 장소가 사람들로 붐볐던 배로랜드 클럽이었기에 도커가 만났거나 클럽을 떠날 때 동행했던 인물에 대한 진술은 중구난방이었다. 시신 발견 현장에서 없어진 건 도커의 핸드백이 유일했고, "23일 새벽 '날 내버려 둬'라는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는 동네 주민들 진술로는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 수사의 활로가 뚫린 건 같은 유형의 살인 사건이 다시 발생한 이후였다. 도커가 살해된 지 1년 6개월가량 흐른 1969년 8월 17일, 세 아이의 엄마였던 제미마 맥도널드(31)가 글래스고의 한 아파트 지하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교살된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맥도널드 역시 얼굴에 둔기로 구타당한 흔적이 있었고, 생리 중이었으며, 핸드백만 없어졌다. 누가 봐도 동일범의 소행이었다. 스코틀랜드 경찰은 즉시 배로랜드 클럽을 떠올렸다. 맥도널드도 목요일이었던 전날(8월 16일) 밤 배로랜드 클럽의 사교장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이번엔 목격자 진술이 나왔다. "약 182㎝의 키에 날씬한 체형, 짧은 갈색 머리, 그리고 대화 중 성경(Bible) 구절을 계속 인용하는 습관이 있는, 자신을 존(John)이라고 소개한 남성이 맥도널드와 함께 있었다." 역대 스코틀랜드 최대 미제 사건의 용의자, '바이블 존'이 처음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순간이었다. 바이블 존은 그러나 경찰보다 기민하고 빨랐다. 경찰이 희미하게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 무렵인 1969년 10월 31일, 한 아이의 엄마였던 헬렌 퍼톡(29)의 시신이 글래스고 한 아파트의 뒷마당에서 발견됐다. 범죄 동선과 흔적은 이번에도 동일했다. 퍼톡 또한 목요일이었던 10월 30일 배로랜드 클럽을 방문했고 △성폭행 후 교살 △얼굴 구타 △생리 중 △핸드백 분실 정황도 일치했다. 다만 퍼톡 사건의 경우, 동행자가 존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퍼톡의 지인인 진 랭퍼드는 10월 30일 배로랜드 클럽에서 퍼톡과 함께 존이라는 남성과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랭퍼드에 따르면, 존은 구약성서 구절을 계속 인용하면서 "배로랜드는 '죄악의 소굴'"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신)는 댄스홀(클럽)을 수십 개의 죄악이 만들어지는 곳이라고 믿고 있다"는 설교를 이어 간 존은 "결혼한 여성들이 배로랜드 클럽을 방문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고 했다. 랭퍼드는 존, 퍼톡과 함께 10월 31일 새벽 귀가했다. 집이 가까워 먼저 작별 인사를 나눈 그는 "퍼톡을 데려다주고 가겠다"는 존의 말을 별다른 의심 없이 믿었다. 그리고 존은 같은 날 오전 2시, 글래스고의 클라이드강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는 모습이 운전기사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스코틀랜드 시민들은 연쇄살인 정황을 파악하고도 범인을 잡지 못한 경찰을 질타했다. 궁지에 몰린 경찰은 그 당시로선 획기적인 '용의자 몽타주'를 그리기로 결정했다. 바이블 존의 몽타주는 레녹스 패터슨 글래스고 예술대 교수가 랭퍼드의 진술에 근거해 완성했다. 그림에는 '짧은 갈색 머리' 등 2차 살인 사건 당시 확보한 진술에다 '맞춤형 정장을 입고 고급 담배를 피우는 25~30세 남성'이라는 이미지도 추가됐다. '뒷북' 수사는 역대급 규모로 진행됐다. 배로랜드 클럽을 중심으로 글래스고 내 복수의 사교장에 형사 16명이 돌아가며 잠복했고, 100명 이상의 형사가 이 사건에 전담 배치됐다. 형사들은 바이블 존과 같은 헤어스타일의 남자를 특정하기 위해 배로랜드 클럽 인근 이발소 450여 곳을 탐문했다. 또 글래스고의 모든 치과 의사를 만나 랭퍼드가 기억해 낸 '앞니가 어긋난 남성'의 진료 기록도 확인했다. 영국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현재까지 바이블 존 사건과 관련해 스코틀랜드 경찰이 수사한 주변 인물은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 중 5,000여 명이 용의자로 분류돼 추가 심문을 받았고, 랭퍼드는 경찰이 추린 300여 명을 직접 만나 '존'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기까지 했다. 용의자 체포의 적기를 놓친 수사는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경찰은 3차 살인 사건 직후 '존 화이트'라는 남성을 가장 먼저 범인으로 지목했다. 배로랜드 클럽에서 젊은 여성과 말다툼하던 존 화이트의 생김새가 몽타주와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앞니가 겹쳐 있지 않았고, 퍼톡의 양말에 남아 있던 체액 유전자정보(DNA)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후 1970년대 영국에서 여성 13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피터 셔플리프'라는 인물을 주목했다. 그가 1970년 이전 스코틀랜드를 자주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퍼톡의 남편이 "셔플리프가 범인"이라고 계속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년간의 조사 끝에 그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수사가 계속됐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러다 2004년, 경찰은 "14세 소녀 두 명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복역했던 피터 토빈이 바이블 존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토빈이 1968년 전후 배로랜드 클럽 인근에 거주했고, 복역 전에 가명으로 '존'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게 핵심 증거였다. 그러나 토빈도 범인이 아니었다. 그의 전 부인은 "토빈은 살인 사건 발생 당시 나와 함께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영국 브라이튼에서 생활했다"는 알리바이를 제공했고, DNA 검사에서도 존과 일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외모는 존의 몽타주와 전혀 유사하지 않았다. 55년째 잡히지 않은 바이블 존에 대한 수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최대 미제 사건인 탓에 대중의 관심 또한 여전하다. 바이블 존 사건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작가 돌로레스 레돈도는 지난해 11월 영국 매체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존은 아직 살아 있다"고 주장했다. 레돈도는 "자체 조사 결과, 존이 스코틀랜드 경찰을 피해 오래전 스페인으로 도주해 노인으로 늙어가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일 순 있다. 하지만 '스페인의 노인 남성' 중에서 존을 특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유일한 목격자' 랭퍼드는 2010년 사망했다. 존도 살아 있다면, 최소 80세가 됐을 것이다. '늙은 존'을 청년 시절 그림과 비교해 찾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버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