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강인만 사과? 협회는 뭐하나"… 들끓는 축구팬들 분노

2024.03.19 14:55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40여 일 만에 남자 축구대표팀에 복귀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대국민 사과 예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축구 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사태를 키운 대한축구협회는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이강인만 재차 고개를 숙이는 상황이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19일 협회에 따르면 이강인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태국전 대비 훈련에 앞서 손흥민(토트넘)과 축구대표팀 동료들뿐 아니라 축구 팬들에게도 사과할 예정이다. 이날 별도 질의응답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은 앞서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손흥민과 몸싸움을 벌여 전 국민적 질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고, 아직도 회복 중에 있다. 이강인은 곧장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했음에도 비난이 끊이지 않자 영국 런던으로 손흥민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기도 했다. 이에 손흥민은 "(이)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이강인은 손흥민 외에도 아시안컵 일정을 함께 소화한 다른 대표팀 선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처럼 당사자들 간 화해를 한 마당에 이강인이 협회 혹은 대표팀 차원이 아닌 선수 개인으로 또 한번 대국민 사과에 나서게 되자 축구 팬들은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협회와 팀이 선수를 보호하진 못할망정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제는 훈련에 집중해서 다시 한번 열심히, 잘하는 모습으로 보답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 사과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축구계에서도 지금 중요한 건 협회가 그간의 미흡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쇄신안을 마련하는 것이지 이강인의 사과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 협회는 아시안컵 기간 동안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일부 유감을 표명했을 뿐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외신을 통해 대표팀 내 갈등 사건이 수면 위로 들어났을 땐 폭로에 적극 가담했던 것도 모자라 재차 추가조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태에 불을 붙였다. 카드도박 논란부터 유니폼 뒷돈 판매 의혹까지 갖가지 사건이 고구마 줄기처럼 터져 나왔을 때도 개인의 일탈이지 협회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사과 기자회견은 선수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협회 내 관련 책임자나 정몽규 회장이 하는 게 맞다"며 "협회가 달라지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선수가 희생양이 되는 상황도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인, '밝은 표정'으로 입국... 20일부터 훈련 합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대표팀 갈등 이후 처음으로 국내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중 나온 팬들에게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손을 흔들며 고마움을 표했다.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이강인은 초록색 캡모자에 형광색 후드티를 입고 밝은 모습으로 입국장 문을 통과했다. 마중 나온 팬들의 "힘내라"는 외침에 활짝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들거나 팬들이 건넨 선물을 받기도 했다. 이날 공항은 이강인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십 명의 팬들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간 이강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던 만큼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경비도 삼엄했지만, 다행히 불미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공항을 빠르게 빠져나간 이강인은 곧장 경기 고양시에 있는 대표팀 숙소로 향했다. 훈련에는 20일부터 합류한다. 관건은 대표팀 선수들과 앙금 없이 예전처럼 잘 어울릴 수 있을지다. 이강인과 갈등을 빚었던 손흥민(토트넘)은 전날 입국해 이날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이강인과 몸싸움을 하다 다친 손가락은 붕대를 풀긴 했지만 여전히 퉁퉁 부어있다. 이강인이 손흥민과 몸싸움을 벌였을 당시 일부 고참급 선수들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에게 이강인의 요르단전 출전 제외를 요구했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졌었다. 당시 고참급 선수 대부분은 이번에도 대표팀에 소집됐다. 일찍이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 김진수(전북현대)는 이달 초 "(아시안컵에 함께 뛰었던) 선수들과 연락을 자주 한다"면서도 "그때 일(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에 대해선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손흥민 또한 최근 인터뷰에서 "(대표팀이) 분명히 어수선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18일 경기 고양의 고양종합운동장에 소집된 선수들은 아시안컵 때와 달리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훈련에 임했다. 대표팀 소집 때마다 했던 팬들과의 하이 파이브 행사도 하지 않았다. 이번 A매치 기간에는 오픈 트레이닝도 하지 않을 예정이다. 황선홍 남자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선수단 결집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강인을 대표팀에 발탁하면서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운동장에서 최대한 빨리 푸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했지만,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첫 경기가 21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26일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의 두 번째 경기가 있다지만,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술을 익히고, 선수들 간 합을 맞출 시간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황 감독은 "지금 모인 선수들과 얘기했을 때 (불거진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동지에서 적으로...오타니vs다르빗슈 '서울 빅뱅'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와 다르빗슈 유(38·샌디에이고)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꿈의 대결을 벌인다. 오타니, 다르빗슈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4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 서울시리즈에 나란히 출격한다. 오타니는 2번 지명타자 출전이 유력하고, 다르빗슈는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이들은 8년의 나이차로 공통분모가 많다. 둘 모두 일본프로야구 닛폰햄에서 데뷔해 리그를 평정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등 번호도 11번으로 같았다. 다르빗슈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닛폰햄 유니폼을 입고 93승 38패 평균자책점 1.99을 찍고 2012년 메이저리그 텍사스와 계약했다. 오타니는 다르빗슈가 떠난 뒤인 2013년 닛폰햄에 입단해 5시즌을 뛰었다. 투수 성적은 42승 15패 평균자책점 2.52, 타자 성적은 타율 0.286 48홈런 166타점이다. 빅리그 입성은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했다. 다르빗슈와 오타니는 각각 닛폰햄을 2006년, 2016년 일본시리즈 우승에 올려놓기도 했다. 닛폰햄 선후배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기량을 발휘한 이들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함께 힘을 합쳐 일본을 정상에 올려놨다. 둘의 인연은 깊지만 정작 적으로 상대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일본에서는 활동 시기가 달랐고, 미국에선 뛰는 리그가 달라 만날 기회 자체가 적었다. 하지만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타니가 에인절스를 떠나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계약하면서 다르빗슈가 몸담고 있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로 오게 됐다. 마침 미국 본토 개막에 앞서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서울시리즈가 열려 이들의 맞대결은 일찍 성사됐다. 첫 대결을 앞두고 예열은 끝났다. 다르빗슈는 19일 고척돔 마운드에 올라 투구 감각을 익혔고, 오타니는 17~18일 두 차례 평가전에서 총 5타석(5타수 무안타)을 소화했다. 오타니는 다르빗슈에 대해 "어릴 때부터 정말 좋아했고, 본받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금까지 한번도 붙어보지 않아 기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다르빗슈는 "이제 적이 돼 대결한다"며 "사적인 감정 없이 열심히 투구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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