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킬패스, 황희찬 원샷 원킬… 환상의 EPL 듀오

2022.12.03 02:55

손흥민의 발에서 시작돼 황희찬이 '원샷 원킬'로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들의 환상의 호흡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3일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의 킬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해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안와골절 부상으로 마스크를 쓰고 거침 없이 질주한 손흥민의 투혼이 빛났다. 손흥민은 우리 진영에서 따낸 공을 받은 뒤 약 50m를 거침 없이 상대 진영으로 달렸다. 상대 수비의 견제를 받았지만 골문으로 쇄도하던 황희찬에게 기가 막힌 패스로 연결했고, 황희찬이 탁월한 골 결정력을 발휘했다. 손흥민은 ‘라스트 댄스’가 될지 모르는 카타르 대회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초인적인 마스크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안와골절 부상 탓에 월드컵 출전이 힘들어 보였지만 놀라운 회복력과 불굴의 의지로 쉼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또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도 헤딩과 오버헤드킥을 시도하는 등 온몸을 던졌다. 시야를 가리는 불편한 마스크 착용 여파로 특유의 날카로운 모습은 사라졌지만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 동료들은 물론 한국 축구에 큰 힘이 됐다. 황희찬도 그 동안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했지만 최종전에서 마침내 그라운드를 밟아 결정적인 순간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한국 16강행 '경우의 수'…포르투갈 잡고 우루과이가 가나 이겨야 절대유리

한국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경우의 수’가 성립돼야 한다. 우선 한국은 포르투갈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 현재 1무 1패를 기록 중인 한국이 포르투갈에 패하면 이미 승점 3을 챙긴 가나에 밀려 조 2위 확보가 불가능하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긴다는 전제하에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가 있다. 우선 가나가 우루과이를 잡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가나가 승점 6을 획득해 한국(승점 4)은 떨어진다. 만약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긴다면 가나는 탈락하고 한국과 우루과이가 승점 4로 동률을 이룬다. 이때는 골득실→다득점→승자승→페어플레이 점수 순으로 16강 진출팀을 가리게 된다. 만약 한국과 우루과이가 모두 1골 차로 상대를 꺾는다면 한국이 득실 차에 앞서 16강에 진출한다. 또한 다득점에서도 한국(2골)이 우루과이(0골)에 앞서 있기 때문에 한국이 포르투갈에 1대 0, 우루과이가 가나에 2대 0으로 이겨도 한국(득점 3골)이 우루과이(득점 2골)에 다득점에서 앞서 16강에 진출한다. 단 우루과이가 가나를 2골 차로 이길 경우 한국이 무조건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건 아니다. 만약 한국이 포르투갈을 1대 0으로 이기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3대 1로 꺾는다면, 승점(4)·골득실(0)·다득점(3골)·승자승(무승부)이 모두 동률이 돼 페어플레이 점수를 따져야 한다. 이 때문에 카드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페어플레이 점수마저 같으면 동전 뒤집기를 통해 16강 진출팀을 가린다. 마지막으로 우루과이와 가나가 비기면 한국과 가나가 나란히 1승 1무 1패(승점 4)가 된다. 이렇게 되면 가나의 골득실은 0으로 유지된다. 현재 한국의 골득실이 -1인 만큼 한국이 포르투갈을 2골 차 이상으로 잡으면 16강에 오른다. 다만 두 팀이 골득실에서 동률이 될 경우 한국이 불리해진다. 다득점에서 한국(현재 2골)이 가나(5골)에 3골 차로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은 포르투갈과 1골 차 승부를 하더라도 대량 득점에 성공해야 한다.

'결전의 날'…자리 비운 벤투와 포르투갈의 기구한 인연

조국과 숙명의 대결을 앞둔 파울루 벤투(53) 감독의 심정은 어떨까. 포르투갈의 국가대표를 거쳐 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았던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은 건 운명이었다. 지난 4년 동안 준비한 모든 과정이 현재 포르투갈에 오롯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 포르투갈의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가나전 당시 레드카드를 받았기 때문에 벤치가 아닌 관중석이 그의 자리다. 원칙상 '원격 지휘'도 금지된다. 하지만 준비한 잘하면 된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선수들을 훤히 꿰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는 벤투 감독의 동료이자 제자였다. 호날두는 벤투 감독이 2004년까지 선수로 마지막을 보냈던 포르투갈의 스포르팅에서 처음 만났다. 2002-2003시즌 팀에 합류한 호날두의 나이는 겨우 17세였다. 벤투에게 호날두는 그야말로 까마득한 후배였다. 두 사람이 소속팀에서 함께한 시간은 짧았다. 호날두가 1년여 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부름을 받아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활동 영역을 넓힌 호날두는 2010년 벤투 감독과 재회했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의 수장으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호날두를 어르고 달래 가며 활용했다. 현재 손흥민(30·토트넘)에게 판을 깔아주듯 호날두를 중심으로 전술을 구성했고, 불협화음 없이 팀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성이 강한 호날두도 팀의 대선배이자 대표팀 스승인 벤투 감독의 카리스마를 존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한한 포르투갈 레전드 루이스 피구(50)는 "벤투는 선수 시절부터 우리 중에서 최고의 지략가였다"라며 벤투 감독의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벤투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포르투갈이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경질됐다. 주장 완장을 찬 호날두 역시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간신히 한 골을 만회하며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었다. 당시 벤투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제자들이 현재 포르투갈 대표팀에 포진해 있다. 미드필더 윌리암 카르발류(30·레알베티스)와 수비수 페프(39·포르투), 공격수 히카르두 오르타(28·브라가) 등이 벤투 감독이 발탁해 기용한 선수들이다. 페르난두 산투스(68)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과 벤투 감독의 인연도 남다르다. 두 사람도 스포르팅 시절 사제 관계였다. 산투스 감독은 벤투의 현역 마지막을 함께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해임됐다. 그러나 그는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하차한 뒤 후임으로 부임한 인물이다. 현재까지 8년째 포르투갈을 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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