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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정 "'제2의 손흥민'? 재능보다 인성! 기본이 있어야 한다" [단독인터뷰]

2023.11.29 05:59

"바짝바짝 붙어! 그렇지!" 강원 춘천시 손흥민체육공원 내 축구장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러 퍼졌다. 낯익은 얼굴과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손흥민(31·토트넘) 아버지 손웅정(61) 손축구아카데미 대표이자 감독. 그는 이곳에서 축구를 배우는 14세 안팎의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할 거야? 똑바로 안 할래?", "OO아! 좋았어! 그렇게 하는 거야!" 채찍과 당근을 쏟아내는 그의 말에 축구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스무 명 남짓의 아이들은 손 감독의 예리한 눈빛을 느끼며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손 감독은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느라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느라 바빴다. 내년 대회 준비를 위해 나름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는 경기 시작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지은 눈치였다. 아이들의 재능을 보지 않고도 말이다. 손 감독은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을 기다렸다. 넓은 주차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축구장에 서서 부모와 함께 도착한 아이들을 지켜봤다. "저는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는 것만 봐도 성향을 알 수 있어요. 딱 걷는 것만 봐도 말이죠." 손 감독은 차에서 내려 축구장으로 올라오는 아이와 부모의 모습을 꼼꼼히 살펴본다고 한다. 그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과잉보호받는 아이들이다. 아무리 재능이 있고 뛰어나도 부모와 아이의 그릇된 성향이 보이면 뽑질 않는다. 주차장에서 여기 운동장까지 올라오는 것만 보고도 벌써 70, 80%는 결정이 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손 감독은 "인성, 도덕성이 바로 서지 않으면 기량이 좋은 선수는 될 수 있어도 훌륭한 선수는 될 수 없다. 대들보가 휘면 기둥이 휜다고 부모님의 성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축구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 재능을 뒷받침해 줄 성실함과 겸손함이 갖춰져야 큰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손 감독은 지난 2019년 이곳의 7만1,000여㎡ 부지에 손흥민체육공원을 완공했다. 크고 작은 축구장 3곳과 실내구장 1곳 등이 들어섰다. 손 감독은 9~10세 아이들을 위주로 선발해 기본기부터 가르친다. 공과 친해질 수 있도록 패스와 드리블, 킥, 슈팅 등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다. 공과 몸이 하나가 돼야 축구의 기본기가 잡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2의 손흥민'을 만들고 싶어 이곳을 찾은 일부 부모들은 고개를 갸웃한다는 것. 기본을 다져야 할 아이들에게 꽃과 열매부터 따주려 한다는 거다. 그는 그런 부모들에게 작심 발언을 했다. "'계이불사 금석가루(鍥而不舍 金石可鏤)'라고 새기기를 그만두지 않아야 쇠나 돌도 뚫을 수 있어요. 반복만 한 스승이 없거든요. (손)흥민이는 이런 기본기를 다지는 데 저하고 13년을 했어요." 손흥민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자그마치 13년 동안 아버지 손 감독과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손흥민이 아버지와 함께 지옥 같은 훈련을 모두 견뎌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렇게 고난의 길을 견딘 그는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라 전 세계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젠 '손흥민 아버지' 대신 '인간 손웅정'의 삶에 주력하고 싶은 마음이다. 뒤늦게 찾은 작가로서의 생활도 즐겁다. 내년에는 자신의 독서노트를 토대로 한 신간이 나올 예정이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손흥민에게 잔소리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손 감독, 올 연말과 신년은 영국이 아닌 한국에서 맞을 계획이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2021)에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의 경기를 편히 볼 수 없는 게 운명"이라고 쓴 바 있다. 아들 손흥민의 경기가 있는 날은 소화가 안 돼 식사를 거르는 게 일쑤인 적이 많았다. 이달 초만 해도 무패행진(8승 2무)을 이어가던 토트넘은 최근 3연패 수렁에 빠져 5위까지 떨어졌다. 손 감독의 심정은 어떨까. "흉년이 들 수 있고, 풍년도 들 수 있어요. 흉년 들었다고 침체해 있을 거 아니고 풍년 들었다고 교만 떨 거 아니잖아요. 호황은 좋고 불황은 더 좋다고 했어요. 그게 인생사잖아요."

[단독] 서용빈, LG 퓨처스팀 감독으로 7년 만의 컴백

서용빈 KT 퓨처스팀 수석코치가 LG 퓨처스팀 감독으로 7년 만에 컴백한다. 27일 야구계에 따르면 LG는 최근 KT에 양해를 구하고 서 코치와 계약에 합의했다. 황병일 전 감독과 계약 해지로 공석이 된 신임 퓨처스팀 감독 적임자로 LG ‘원클럽맨’이자 지도자 커리어가 풍부한 서 코치를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1994년 우승 주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서 코치는 2006년 은퇴 후 LG 구단 최초의 ‘코치 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연수를 거쳐 2008년부터 전력분석원, 2군 육성코치, 타격코치를 역임하며 경력을 쌓아 나갔다. 2014년 1년간 다시 주니치에서 타격 보조코치로 연수를 했고, 2015년 LG로 돌아와 2017년까지 1군 타격코치를 맡다가 시즌 종료 후 사퇴했다. 2018년부터 3년 간은 해설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내실을 다진 끝에 2020년 말 KT의 퓨처스팀 감독으로 선임돼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감독 재임 중이던 2021년 8월에는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올 시즌엔 김기태 감독에게 자리를 내주고 퓨처스 팀 수석코치로 한 시즌을 보냈다. 한편 LG는 정수성 코치와 최상덕 코치도 영입했다. 정수성 코치는 넥센ㆍSKㆍKT를 거쳐 올 시즌 두산에서 한 시즌을 치르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최상덕 코치는 2010년 넥센 육성군 코치를 시작으로 SK에서 2020년까지 코치 생활을 했다. LG 출신의 김용의와 최승준도 코치로 복귀한다. 김용의는 2021년 은퇴 후 스카우트로 일하다 LG를 나와 올 시즌 해설위원으로 활약했고, 최승준은 LGㆍSK를 거쳐 2020년 한화에서 은퇴한 뒤 야구아카데미 등에서 일했다. 2013~2016년까지 LG의 안방을 책임졌던 최경철 코치도 최근 롯데와 결별 후 8년 만에 LG 유니폼을 입는다. 정주현은 은퇴 후 지도자로 데뷔한다. 이들은 LG와 결별한 이종범 김민호 조인성 임훈 윤요섭 코치 등의 1ㆍ2군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우승하면 결혼식 사회”…팬과 약속 지킨 LG 오지환

29년 만의 LG 우승을 이끈 오지환이 팬과의 ‘우승 공약’을 지켰다. ‘결혼식 사회’다. 지난 3월 30일 열린 2023 KBO 미디어데이에서 LG를 응원한다고 밝힌 한 팬의 요청이었다. "올해 말 결혼 예정인데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오지환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면 사회를 봐달라"는 말이었다. 오지환은 웃으며 "우승과 관계없이 결혼식 사회는 무조건 보겠다"고 약속했고, 미디어데이를 찾은 10개 구단 야구팬은 한마음으로 환호했다. LG는 29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고, 오지환은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해 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그리고 화끈하게 약속을 이행했다. 오지환은 26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청담에서 열린 LG팬 김남현씨의 결혼식에 아내 김영은씨와 공동 사회를 맡았다. 오지환은 "미디어데이 때 공약했던 대로 통합우승과 MVP를 차지하고, 팬 결혼식 사회까지 볼 수 있어서 기분 좋게 한 해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정말 기쁘고 결혼을 더욱 행복한 마음으로 축하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커플의 앞날을 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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