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자들 "준비 안 된 비봉이 방류, 서두를 필요 없었다"

국내 동물학자들이 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를 놓고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비봉이는 방류된 지 7주가 지났지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관련기사보기: 방류 한달 소식 없는 '비봉이', 실종 대비책은 없었다) 비봉이의 실제 훈련 기간이 48일에 불과한 데다 방류 당시까지 사람을 따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비봉이 방류협의체(해양수산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그룹, 핫핑크돌핀스)는 결국 비봉이를 제주 앞바다에 방류했다. 야생∙외래동물을 진료하는 한재익 전북대 수의대 교수는 "야생동물이 갇혀 사는 게 옳은 방향은 아니다"라면서도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 태어났거나 오랜 시간 사람에게 길들여진 동물은 야생으로 다시 돌려보낼 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구조된 뒤 짧은 기간 치료받고 야생으로 되돌아가는 야생동물도 적응을 위해 충분한 훈련기간을 거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봉이의 경우 오랜 시간(17년) 사람에 의해 사육됐다"며 "다시 돌려보내기로 정했다면 장기적으로 충분한 준비와 훈련이 이뤄졌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훈련과정 중 방류에 적합하지 않은 조건 등이 발생할 때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동물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유사 사례를 위해 사육 야생동물의 자연 복귀를 위한 적절한 적응훈련 등의 절차와 유관기관 간 협력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의인문학자인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비봉이는 사람과 오래 살았다"며 "사람이 동물의 삶에 개입한 이상 동물의 입장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방류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면서도 "인간이 동물에게 잘못한 점을 만회하려고 한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만 진정 동물을 위한다면 동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방류를 놓고 "긴 호흡으로 장기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천 교수는 "방류 결정 과정과 결과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유사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경우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애니청원

"들고양이도 사람 곁에 머무는 동물… 안락사 이외의 해법 찾아야"

'들고양이가 악동이라고요? 국립공원 내 안락사 지침 개정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11월 25일)한 애니청원에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감해 주신 분이 2,100여 명에 달했습니다. 환경부의 '들고양이 포획·관리지침' 내용 중 안락사 내용을 삭제하고, 고양이가 국립공원 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달라는 청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 주셨는데요.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에 지침 개정 상황을 물었습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와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에게는 지침 개정 방향을 들어 봤습니다. -들고양이 포획·관리지침 개정 상황은 어떤가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요구한 지침 개정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현재 실무자 선에서 수정안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오래전 제작된 지침이라 이주방사 기준 등 수정하고 보완할 범위가 넓어 당초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을 듣고 대외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초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하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안락사 지침은 그대로 유지되는 건가요. "안락사가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들여 2018년부터는 아예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 대신 중성화 후 재방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섬에 사는 고양이로 인한 조류 피해 사례가 발생하는 등 안락사를 완전히 삭제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지침 중 가장 먼저 거론되는 안락사 순서를 뒤로 조정하고, 안락사 대상, 기준, 절차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환경부는 안락사 지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중성화로 이미 개체 수가 줄고 있는데 굳이 안락사 지침을 유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현재 시행하는 중성화 후 방사(TNR)와 달리 정관∙자궁절제술(TVHR)을 하면 서식 밀도가 더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안락사 이외에 다른 대안을 검토하고 적용하는 게 먼저입니다." (채일택 동자연 정책팀장) "예컨대 고양이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거나 전염병에 걸린 경우라면 안락사나 살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섬과 같은 고립된 환경에서 고양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성화 후 재방사를 기본 원칙으로 세우되 안락사나 살처분은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반드시 인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확인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지침 개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보나요. "고양이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있는지부터 묻고 싶습니다. 관련 예산을 들여 고양이가 국립공원 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게 먼저입니다." (채일택 팀장) "동네 고양이든 들고양이든 모두 사람 곁에서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기존 연구결과를 보면 들고양이 역시 사람 주변에서 먹이를 구하는 반면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서식 밀도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조사에 따르면 들고양이 개체 수가 감소하는 데 이는 중성화뿐 아니라 국립공원 훼손을 막기 위해 음식점을 이전한 사례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해야 합니다." (천명선 교수)

세상에서 하나 뿐인 머그컵을 만들 뻔 했던 냥이

지난 11월 캐나다에 사는 고양이가 자신만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모습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고양이 '찰리'는 도자기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집사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평소에도 집사 옆에서 얌전히 도자기 작품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을 즐긴다고 해요. 찰리는 집사 곁에 항상 붙어 있어 손님들에게도 유명한 인기냥이라고 하는데요. 집사는 평소처럼 공방에서 판매하기 위한 머그잔을 다량으로 만들어,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말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찰리가 머그잔 위에 올라가 발 도장을 찍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찰리는 머그잔을 하나하나 밟으면서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머그잔이 완전하게 굳지 않았기에 결국 찰리의 발자국이 여기저기 남게 되었어요. 집사는 어쩔 수 없이 판매 예정이던 머그잔 전량 폐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진을 본 사람들은 고양이 발자국이 찍힌 특별한 머그잔을 팔아달라며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찰리가 만든 훌륭한 작품이라며, 얼마면 팔겠냐는 반응까지 나왔다고 하는데요. 집사는 머그잔을 팔지는 않았지만, 찰리의 인기를 실감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집사와 공방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찰리가 도자기 작품을 만드는 방법을 이해하고 한 행동은 분명 아니겠지만, 전 세계 유일한 머그컵이 나올 뻔했던 해프닝은 결국 훈훈하게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집사는 앞으로 도지기 건조 작업을 할 때 신경 쓸 부분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네요.

동함직

"로드킬에 죽어가는 야생동물, 인간의 책임입니다"

도로에서 찻길사고(로드킬)를 당한 고라니, 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에 충돌해 다친 새를 발견한다면 어디에 신고해야 할까. 농약을 먹은 채 발견된 독수리는 누가 구조해 치료할까.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에게 119 구조대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야생동물구조센터(구조센터)에서 근무하는 야생동물 재활관리사다. 환경부와 각 지자체는 직영 또는 위탁으로 전국에 17곳의 구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국 구조센터가 구조한 야생동물은 지난해 기준 1만7,813마리로 해마다 늘고 있다. 재활관리사는 야생동물 구조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직업이지만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직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되지 않았고, 또 워낙 힘든 일이라 오래 일하는 이들도 많지 않은 편이다. 구조센터 중에서도 매년 구조 1, 2위를 다투는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10년째 야생동물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김봉균(33) 야생동물 재활관리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야생동물 구조 이야기를 다룬 책 '우리 만난 적 있나요?'를 출간하고, 최근 개봉한 영화 '생츄어리'에 출연하는 등 야생동물 보호 필요성을 알리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야생동물 재활관리사라는 직업이 생소하다. "재활관리사는 조난당한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하고, 재활훈련을 통해 건강성을 회복시켜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 직접적인 치료행위를 제외한 야생동물 구조의 모든 활동에 관여한다고 보면 된다. 또 현장에서 동물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 노출돼 살아가고 있는지 피부로 느낀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도 한다." -재활관리사가 된 계기는. "야생동물을 좋아해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성적 때문에 포기했다. 수의대 이외 동물관련 학과를 알아보던 중 공주대 홈페이지에 유일하게 흰꼬리수리 사진이 배너로 걸려 있어 지원했다. 막상 와보니 당시 야생동물 관련 수업은 없었다. 재학 중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생겼고 곧바로 지원해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공주대에서 야생동물 관련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배운 것을 나눠줄 수 있어 뿌듯하다." -야생동물 구조는 어떻게 이뤄지나. "구조는 시민 신고로부터 시작된다. 신고자에게 최대한 자세하게 상황을 듣고 필요한 장비를 구비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유리창에 충돌한 새 등 이미 동물이 구조된 상태에서 인계받는 경우가 많지만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 폐어망에 감겨 있는 고니, 전봇대에 부딪혀 전깃줄에 걸려 있는 새 등 전문적으로 구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구조해야 하는 동물이 다양한데. "동물원 사육사라면 담당한 동물을 공부하며 관리 노하우를 익힐 수 있지만 재활관리사는 많은 동물을 담당하는 대신 깊이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종별, 생태적 특성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야생동물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었지만 지금은 많이 늘었다. 2020년 12월에는 환경부와 야생동물 구조부터 방생까지 지침을 총망라한 실무지침서를 제작해 배포했다. 재활관리사의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가장 많이 구조되는 동물은. "건물이나 전선 충돌로 인해 부상당한 조류(64%)가 가장 많고, 어미를 잃거나 차량 충돌, 덫, 인공구조물 고립 등 위기에 처한 포유류(33%) 순이다. 조류 가운데는 흰뺨검둥오리, 멧비둘기,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등을, 포유류는 고라니, 너구리, 삵 등을 구조한다. 구조된 동물 10마리 가운데 4마리는 방생하며 나머지는 안락사(19.1%), 폐사(14.1%)한다." -많은 동물의 죽음을 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하루에도 여러 마리의 야생동물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이 힘들었지만 버티기 위해 애썼다. 더 힘든 건 야생동물 구조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고 느껴질 때다. 우리는 매일 야생동물이 처한 상황을 피부로 느끼지만 많은 사람이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야생동물이 조난당하는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구조해 방생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에게 발견되지 못한 채, 또 사람에 의해 죽어가는 야생동물이 많을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조 사례는. "2013년 새끼 너구리 '클라라' 구조다. 당시 일반인이 2개월 동안 가정에서 돌보면서 사람을 따르게 돼 결국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매일 산책을 시키며 최선을 다해 돌봤지만 클라라의 삶이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흰꼬리수리 '알비'는 포획허가종을 구분 못 하는 사람에 의해 부상을 당해 센터에 들어와 11개월 치료를 마치고 다시 돌려보냈지만 100일 만에 또 총에 맞아 구조됐다. 신경이 손상돼 결국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못하고 7년째 구조센터에서 지내고 있다."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어디로 신고하면 되나. "야생동물구조센터라는 기관을 알고 있다면 해당 지역 구조센터에 연락하면 된다. 하지만 구조센터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 119나 지역 민원 콜센터, 지자체 등을 거쳐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 담당자조차 구조센터를 몰라 유기동물보호소로 연결해주기도 한다. 업무 효율을 높이고 체계적 구조체계 마련을 위해 119처럼 통합 운영 콜센터가 있으면 좋겠다." -조난당하는 야생동물을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야생동물이 사고와 부상을 당해도 자연의 섭리라며 지나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상황 때문에 야생동물이 위기에 처하는 것인 만큼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동물을 지나치지 말고 구조센터에 연락을 하는 것만으로도 동물에게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나아가 야생동물이 위기에 처하는 근본적 원인을 고민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차에 치여 쓰러진 동물이 있으면 '불쌍하다'에서 그치지 않고 사고가 왜 났는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묻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 -예비 재활관리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야생동물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들어오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금방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동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다. 현실적 문제를 마주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동물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이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동물 기획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