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靑 싹 뜯어 고치는 게 정치개혁"... '집무실 이전' 직진 배경은?

입력
2022.03.23 21:00
수정
2022.03.23 23:23
4면
구독

'작은 청와대'로 구조 바꿔 효율↑
수석비서관 절반·인력 30% 감축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를 싹 뜯어고치는 것이야말로 정치 개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핵심 참모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제동을 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청와대 해체론'을 앞세워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과 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약속했다.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실의 힘을 빼 슬림화한 실무형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결심은 여전히 확고하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이에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23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은 청와대 개혁의 첫 단추이자, 윤석열 정부의 일하는 프로세스를 결정짓는 의미가 있다"며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은 청와대'로 소프트웨어도 바꾼다

윤 당선인 직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1일부터 용산 이전과 함께 '작은 청와대'를 만드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하드웨어' 개혁 외에 대통령실 업무 체계를 바꾸는 소프트웨어도 확 바꾸기 위해서다.

이에 따르면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 절반 이상이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에선 차관급인 수석비서관이 각 부처 장관으로부터 보고사항을 들은 다음, 이를 다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같은 중복 보고를 없애 각 부처 장·차관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생각이다. 수석비서관이 국무위원인 장관들보다 더 큰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하고, 전문성이 있는 개별 부처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다.

수석비서관이 폐지되면 비서관이나 행정관은 대통령과 장관 사이의 소통을 보좌하는 가교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장관이 대통령의 실질적 참모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책임장관제 구조가 마련되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공약한 '수석비서관제 전면 폐지'까지는 어려워 보인다. 인수위 과정에서 국정 현안 조정 등 수석비서관 고유의 역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대통령실 인원 줄이고 민간 참여 늘리고

대통령실 인원도 현 정부 대비 30% 전후로 크게 줄인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청와대가 점점 비대해져서 인원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 당선인 측은 "필수 인력들이 효율적으로 일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대통령실이 비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민관합동위원회는 윤 당선인이 추구하는 '작은 청와대'를 뒷받침한다. 현재처럼 부처·기구 중심 위원회가 아닌 어젠다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공무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대통령과 현안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을 벌이면서 국정 방향을 잡아가는 방식이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를 본보기로 삼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 일렉트릭(GE) CEO가 CEA 자문위원장을 맡았는데, 민간 최고 전문가와 정부가 교류할 수 있는 통로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슬림한 청와대'와 '일하는 청와대'를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선 집무실의 빠른 용산 이전이 필요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면 부처도 바뀌고 국회도 바꿀 수 있다는 게 윤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