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와 핑크뮬리의 ‘어색한 동거’

입력
2022.09.2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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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에 피어난 핑크뮬리 사이로 메뚜기 한 마리가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고 있다.

올림픽공원에 피어난 핑크뮬리 사이로 메뚜기 한 마리가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고 있다.

분홍색 핑크뮬리의 계절이 돌아왔다. 10월이 제철이지만 벌써 분홍빛으로 물든 곳이 제법 있어 벌써 SNS에는 인증샷들이 쏟아지고 있다. 26일 평일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그중에 한 곳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올림픽공원에 피어난 핑크뮬리 사이로 흰나비 한 마리가 힘겹게 날고 있다.

올림픽공원에 피어난 핑크뮬리 사이로 흰나비 한 마리가 힘겹게 날고 있다.

평소 핑크뮬리가 ‘생태계 위해성 2급’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꽃밭 옆에서 꽃을 살피던 중 초록빛을 띤 생명체를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요즘 우리들 주변에서 보기 힘든 메뚜기였다. 그곳 주변을 둘러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꽃밭 사이로 들어갔는지 곳곳에 핑크뮬리 가지가 꺾여 있었고 사람들이 버리고 간 마스크까지 뒹굴고 있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활짝 피어난 핑크뮬리 사이로 사진 촬영을 하고 난 후 버리고 간 마스크들이 보인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활짝 피어난 핑크뮬리 사이로 사진 촬영을 하고 난 후 버리고 간 마스크들이 보인다.

핑크뮬리는 외래종이며 ‘위해성 2급’으로 지정된 관리 대상 식물로 씨앗이 번지면서 주변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 최근엔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대부분 눈으로만 즐기지만, 일부 사람들은 공원 관리인들의 제지에도 인생샷을 건지려 꽃밭 한가운데를 향한다. 이참에 화려한 위해성 외래 식물보다 투박하지만 친근한 국내 토종식물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메뚜기, 나비, 잠자리를 비롯해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곤충들도 핑크뮬리와의 ‘어색한 동고(同苦)’보다 토종식물과의 ‘친밀한 동락(同樂)’이 행복할 것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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