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 뇌관' 인종-계층 갈등이 폭발한다면

입력
2022.10.01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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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아테나'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영화 '아테나'는 프랑스 파리 변두리 지역에서 벌어지는 폭동을 통해 프랑스 사회의 현재를 돌아본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아테나'는 프랑스 파리 변두리 지역에서 벌어지는 폭동을 통해 프랑스 사회의 현재를 돌아본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1부작 | 18세 이상

한 소년이 숨진다. 경찰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하고서다. 소년은 알제리계 이민 가정 출신이다. 살던 곳은 프랑스 파리 외곽 아테나. 가난한 아랍계가 주로 사는 곳이다. 지역공동체는 분노한다. 유사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진상 규명과 단죄는 흐지부지되곤 했기에 분노의 불길은 더 거세다.

①사람들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이유

'아테나'는 전투를 방불케 하는 폭도와 경찰의 공방을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포착해낸다. 넷플릭스 제공

'아테나'는 전투를 방불케 하는 폭도와 경찰의 공방을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포착해낸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시작부터 폭발적 에너지가 넘친다. 피해자의 형 카림(사미 슬리먼)이 지휘하는 폭도가 경찰서를 유린한다. 금고를 탈취한 폭도는 파리 시내를 폭주한 후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아테나로 돌아온다. 폭죽이 지속적으로 터지는 가운데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질주하고, 경찰차가 맹추격하는 광포한 장면이 끊김 없이 11분가량 이어진다. 상영시간 97분 동안 영화가 어떤 형식으로 펼쳐질지 예고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왜 바리케이드까지 설치하며 경찰에 저항하고 진실 규명을 요구할까. 프랑스, 알제리라는 두 단어는 얽히고설킨 대립 관계가 화면에 지뢰처럼 숨겨져 있음을 암시한다. 식민 지배에서 비롯된 인종 간 반목, 종교 차이에 따른 갈등, 빈부격차 등이 포개지면서 소년 살인 사건은 단순한 강력 범죄를 넘어 사태로 비화된다.

②묵은 갈등은 쉬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 반대편에 서게 된 형 압델(왼쪽)과 동생 카림의 모습은 그리스 신화의 비극을 연상시킨다. 넷플릭스 제공

서로 반대편에 서게 된 형 압델(왼쪽)과 동생 카림의 모습은 그리스 신화의 비극을 연상시킨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폭도와 경찰의 대치라는 전형적인 구도에 카림의 형 압델(달리 벤살라)을 끼워 넣는다. 압델은 프랑스 군인이다. 동생이 숨진 사건을 주먹이 아닌 말로 풀어내고 싶다. 카림이 무력으로 경찰에 맞서는 걸 막는 동시에 카림이 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한다.

압델은 전향적인 인물이다.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미래를 기약한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카림과 다르고, 마약 거래로 뒷골목 삶을 이어가려는 형 세바스티앙(알렉시 마낭티)과 결을 달리하기도 한다.

압델은 카림에게 인질로 잡힌 경찰을 풀어주려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나 쉽지 않다. 해묵은 갈등은 오해를 부르고, 오해는 더 깊은 갈등으로 이어진다.

③결국 내전의 불씨가 된다

전장이나 다름없는 프랑스 파리 변두리의 모습. 첨예한 사회 갈등은 언제든지 내전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암시한다. 넷플릭스 제공

전장이나 다름없는 프랑스 파리 변두리의 모습. 첨예한 사회 갈등은 언제든지 내전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암시한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프랑스의 현실을 묵시록처럼 그리면서 미래는 더 어두워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극우 단체가 갈등을 악용해 반사효과를 보려 하면서 사회는 내전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프랑스에만 국한되는 경종이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에 어둠이 더 깃든다.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이 스릴을 만들어내나 이야기의 밀도는 떨어진다. 브레이크 없이 폭력으로 치닫는 카림의 모습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으나 압델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으면서 돌변하는 장면은 설득력이 약하다. 머리나 마음보다는 눈에 호소하는 영화들이 지닌 맹점이 반복된다.

뷰+포인트

감독 로맹 가브라스는 뮤직비디오 연출로 유명하다. 칸예 웨스트, 엠아이에이(M.I.A) 등 유명 가수들의 영상을 찍으며 이름을 알린 후 영화 메가폰을 잡았다. ‘제트’(1969)와 ‘의문의 실종’(1992) 등을 만들어 정치 영화 대가로 꼽혀 온 그리스계 프랑스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의 아들이다. ‘아테나’는 2019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파란을 일으킨 ‘레 미제라블’과 짝패 같은 영화다. 이민자들이 몰려 사는 빈민 지역의 소요를 소재로 삼은 점에서 엇비슷하다. ‘레 미제라블’의 래드 리 감독이 ‘아테나’ 각본을 함께 썼다. ‘아테나’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0%, 관객 60%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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