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손흥민, 삼세판 월드컵 이번엔 웃는다

입력
2022.10.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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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9월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뉴스1

손흥민이 9월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뉴스1

한국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30·토트넘)의 별명 중 하나는 '울보'다. 중요한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을 때마다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쏟았던 장면들이 많았던 까닭이다.

손흥민은 대표팀의 막내로 출전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과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던 2018 러시아 월드컵 모두 조별리그 탈락이란 결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분한 마음에 흘리는 '손흥민의 눈물'은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은 쓰라렸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22년, 손흥민은 그 동안의 눈물을 씻을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그 무대는 30일 앞으로 다가온 카타르 월드컵이다.

브라질 월드컵 때 막내였지만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손흥민은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개인 첫 월드컵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1승 제물로 여겼던 알제리에 2-4로 완패하자 손흥민은 경기 후 땅을 치며 눈물을 쏟았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마저 패하면서 1무2패란 최악의 성적표로 탈락이 확정된 뒤에는 어린아이처럼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이듬해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입지를 넓혀간 손흥민에게 러시아 월드컵은 4년 전 눈물을 만회할 기회였다.

하지만 ‘카잔의 기적’으로 불리는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마치고 손흥민은 또 울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였던 독일을 상대로 기적 같은 2-0 승리를 거뒀지만, 탈락이 확정되자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0-1로 패한 뒤 눈물을 쏟는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0-1로 패한 뒤 눈물을 쏟는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속되는 월드컵 실패는 손흥민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손흥민은 축구 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소속팀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정규리그에서 총 23골(7도움)을 터트려 한국인으로는 물론 아시아 선수로도 역대 처음 유럽 빅리그 득점왕에 오른 것이다.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은 이제 자신 커리어의 3번째 월드컵에 나선다.

세계적인 강팀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경쟁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무대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표팀의 중심을 잡고 있는 손흥민이 최전성기에 있다는 점이 기대를 갖게 한다. 우리에게도 '영웅급' 카드가 한 장 있다.

손흥민의 의지도 남다르다. 대표팀에 소집될 때마다 늘 '영광스러운 자리'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강조해 온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서만큼은 실패의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손흥민은 “월드컵은 두려운 무대다. 모두 강팀들이고 뛰어난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빈다”면서 “이 무대를 아무나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두렵지만 그걸 함께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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