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40일째 히잡 시위 격화… 미, “러 시위대 진압 개입 가능성 우려”

입력
2022.10.27 09:32
수정
2022.10.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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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 아미니 고향에 1만 명… “경찰, 최루탄 발사”
“러, 이란에 시위대 진압 전수, 진압훈련 고려 징후”

마흐사 아미니의 고향이자 그의 묘가 있는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州) 사케즈의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정부 규탄 시위를 하는 현지 여성들의 모습이 포착돼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인(SNS)인 ESN에 공개된 영상의 캡처 화면. AFP 연합뉴스

마흐사 아미니의 고향이자 그의 묘가 있는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州) 사케즈의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정부 규탄 시위를 하는 현지 여성들의 모습이 포착돼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인(SNS)인 ESN에 공개된 영상의 캡처 화면. AFP 연합뉴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이 촉발한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40일째를 맞아 격화했다. 미국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한 이란 제재안을 내놓으면서 러시아가 이란 시위대 진압에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26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ISNA통신에 따르면 아미니의 고향이자 그의 묘가 있는 서부 쿠르디스탄주(州) 사케즈에서는 이날 시위대 1만여 명이 운집해 정부를 규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고, 보안상의 이유로 지역 인터넷이 차단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인들은 이슬람 문화에 따라 고인의 영혼이 사망 40일째 되는 날 잠시 돌아온다고 믿고, 대대적인 추모 행사를 연다. 이날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다 경찰과 대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쿠르드 인권 단체(Hengaw)는 이날 사케즈에서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중심 그랜드 바자르(전통시장)를 중심으로 많은 인파가 모여 손뼉을 치며 구호를 외쳤다. 이날 테헤란 도심의 많은 운전자는 연신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에 지지를 표했다.

미국 정부는 히잡 미착용 의문사 시위 무력 탄압과 관련해 이란 정부 인사와 기관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의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 관계자와 2개 단체를 인터넷 검열 및 시위대 탄압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정치범들이 수감되는 에빈 감옥의 운영자인 헤다얏 파자디를 포함해 혁명수비대 정보 간부 모하마드 가제미 등이 제재대상 명단에 올랐다.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모든 거래도 중단된다.

특히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이란 정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경계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정부가 저항을 탄압하고 억압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을 수 있어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란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한 무인기를 제공한데 이어, 시위대 진압방법을 전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이란의 저항세력을 무너뜨리는 데 어떤 종류의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진압 훈련을 고려하는 징후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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