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입력
2022.11.0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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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군 동강의 세찬 강바람에 단풍이 채 들지 않은 녹색을 머금은 나뭇잎이 하나둘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강원 영월군 동강의 세찬 강바람에 단풍이 채 들지 않은 녹색을 머금은 나뭇잎이 하나둘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입동(8일)을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 수 있을 만큼 공기가 차가워졌다. 이왕이면 서둘러 겨울을 만나볼 요량으로 강원 영월군 동강을 찾았다. 이른 아침 강가는 추위에 떠는 사람들 입김처럼 하얀 물안개가 쉼 없이 피어나고 있었다. 여기에 세찬 강바람까지 불어오니 그제야 매서운 추위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동강의 세찬 강바람에 단풍이 채 들지 않은 녹색을 머금은 나뭇잎이 하나둘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동강의 세찬 강바람에 단풍이 채 들지 않은 녹색을 머금은 나뭇잎이 하나둘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순간 떠오르는 햇살이 강물을 비추자 강 위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이 눈에 들어왔다.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인지, 단풍이 채 들지 않은 녹색을 머금은 나뭇잎이 하나둘 힘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한참을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보니 문득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지 못하고 이태원 참사에 희생된 젊은이들이 오버랩됐다.

동강의 세찬 강바람에 단풍이 채 들지 않은 녹색을 머금은 나뭇잎이 하나둘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동강의 세찬 강바람에 단풍이 채 들지 않은 녹색을 머금은 나뭇잎이 하나둘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한동안 먹먹한 마음으로 멍하니 물안개를 바라보았다.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강물에 조용히 몸을 싣고 어디론가 떠내려가고 있었다. “이 나뭇잎들도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 종착지에 다다르겠지. 그곳에서 편안한 안식을 취했으면…”이라는 생각까지 다다르니 가슴이 저려왔다. 이번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도 이젠 편안한 안식을 누리길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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