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가 스테디셀러가 된 까닭

입력
2022.11.11 04:30
14면
구독

신간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1925년 4월 10일 '찰스 스크라이브너스 선스'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1925년 4월 10일 '찰스 스크라이브너스 선스'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의 유명 작가인 스콧 피츠제럴드는 1925년 '웨스트에그의 트리말키오(Trimalchio in West Egg)'라는 제목의 소설을 써서 책을 출판한다. 책 판매는 바닥이었다. 뉴욕의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는 '웨스트에그'와 로마시대 벼락부자의 이름인 '트리말키오'를 결합한 책 제목이 너무나 생경했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저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목을 바꿨고, 책은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의 탄생 비화다.

내용은 그대로이고 제목만 바꿨는데 독자들의 태도가 돌변한 까닭은 뭘까.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나음보다 다름' 등 브랜드로 마케팅 노하우를 풀어내는 데 천착해온 연구자인 홍성태 한양대 교수는 그 이유를 '이미지'에서 찾는다. 감각을 자극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미지'가 없다면 소비자는 절대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의 바람대로 '웨스트에그의 트리말키오'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면 문학적 평가엔 변함이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100년 가까운 세월동안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저자는 팩트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인식(perception)을 심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지칭한다. 브랜딩은 크게 두 방향이다. 하나는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설정하는 콘셉트 잡기, 다른 하나는 그 콘셉트를 얼마나 느끼게 해주느냐 하는 브랜드 체험이다.

저자는 그 두 가지 갈래를 따라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실용적인 노하우를 다수 소개한다. 예컨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내세우던 시몬스 침대는 '침대 없는 광고'로 화제를 일으키더니 최근엔 하드웨어 스토어, 그로서리 스토어 등 팝업스토어를 선보여 젊은 층의 팬덤을 얻었다. 안경 브랜드인 젠틀몬스터는 얼핏 안경과 무관해 보이는 예술 전시로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내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당장은 구매 의사가 없는 소비자라도, 마음속 어딘가에 고려상표군으로 자리 잡게 하고, 결정적인 순간 기억의 최상단으로 떠오르게 하는 전략이다. 스승과 제자가 문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해 현장에서 같은 문제로 고민 중인 창업자와 마케터들, 실무자들이 생생하게 팁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홍성태 지음·북스톤 발행·560쪽·2만5,000원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홍성태 지음·북스톤 발행·560쪽·2만5,000원


손효숙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