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9개월 만에 헤르손 탈환… 무기 팽개치고 도망친 러시아

입력
2022.11.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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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손 탈환, 하르키우주 수복 이어 최대 전과
젤렌스키 "역사적"… 주민들 기쁨의 눈물·환호
버려둔 러군 무기도 발견… 미국 "특별한 승리"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수복했다는 소식에 11일 수도 키이우 주민들이 관장에 몰려 나와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수복했다는 소식에 11일 수도 키이우 주민들이 관장에 몰려 나와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몇 달간 남부 요충지 헤르손주(州) 탈환 작전을 펼친 끝에 마침내 주도 헤르손을 되찾았다. 수도 키이우 수성과 북동부 하르키우주 수복에 이어 최대 전과로 꼽힌다. 동부에 이어 남부 전선에서도 우크라이나 승기를 잡으면서 전쟁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크라군 헤르손 입성… 젤렌스키 “역사적인 날”

11일 우크라이나 헤르손 주민들이 도시에 입성한 우크라니아 병사들을 환영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11일 우크라이나 헤르손 주민들이 도시에 입성한 우크라니아 병사들을 환영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 군이 헤르손에 근접했고 특수부대는 벌써 도시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점령군의 위협과 억압에도 헤르손 주민들은 결코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해방한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우리의 귀환을 기다리는 또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도 “헤르손이 우크라이나 통제 아래로 돌아오고 있다”며 “우리 군이 도시에 진입 중”이라고 선포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도 “우리 군이 헤르손 일부 지역에서 드니프로강 서안에 도달했다”고 확인했다.

헤르손주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 점령지인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개전 직후인 3월 초 러시아에 점령됐다. 러시아는 9월 말 강제 주민투표를 실시해 헤르손주를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주 등 다른 점령지와 함께 자국 영토로 불법 편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을 멈추지 않았다. 서방 무기를 앞세워 최근까지 헤르손주 마을 40여 곳을 차례로 수복했고, 기어이 헤르손 턱밑까지 다다랐다. 헤르손은 헤르손주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드니프로강 서안에 위치해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거침없는 진격에 후퇴를 거듭하던 러시아군은 지난 9일 공식적으로 철군 명령이 떨어진 지 이틀 만에 헤르손에서 빠져나와 드니프로강 동안으로 옮겨갔다. 러시아군은 보급도 받지 못한 채 궁지에 몰렸다. 여기서 더 밀리면 크림반도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에는 확실하게 승기를 잡을 기회다.

다만 세르히 클란 헤르손주 행정 부수반은 “여전히 일부 러시아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해 헤르손에 머물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도시를 확보하는 동안 주민들은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유리 삭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보좌관도 “우리 군은 러시아군의 함정을 주의하면서 조심스럽게 진군하고 있다”며 “민간인으로 변장한 러시아 병사들은 항복하라”고 촉구했다.

“자유다” 주민들 환호… 미국도 “특별한 승리” 축하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헤르손주 마을 한 창고에서 발견된 러시아군의 박격포탄.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헤르손주 마을 한 창고에서 발견된 러시아군의 박격포탄. 로이터 연합뉴스

헤르손 주민들은 해방의 기쁨을 만끽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주민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영광을”이라고 외치며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광경이 담긴 영상도 여러 개 올라왔다. 이름이 알렉세이 산다코우라고 밝힌 한 주민은 “이제 이름을 숨길 필요가 없다. 헤르손은 자유다. 아침부터 모두가 울고 있다. 도시에 도착한 병사들을 껴안아 주고 싶다”며 벅찬 심정을 영국 BBC방송에 털어놨다. 수도 키이우에서도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밤새 국기를 흔들며 서로 부퉁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러시아군이 떠난 헤르손 인근 지역 창고에선 군복과 식량, 박격포탄 수백 발이 발견됐다. 이 포탄들은 언제든 발사할 수 있게 뇌관까지 장전돼 있었다. 우크라이나군 공세에 밀린 러시아군이 미처 무기와 군수품을 챙길 여유도 없이 황급히 철수했다는 방증이다. 클란 헤르손주 부수반은 “러시아 병사 다수가 헤르손을 떠나려다 드니프로강에서 익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도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축하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캄보디아로 향하는 도중 기내 브리핑에서 “러시아 점령지 중 한 곳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다시 꽂힌 것은 매우 특별하고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 철군으로 오데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남부 다른 도시들에 대한 러시아의 장기적 위협도 완화되는 등 더욱 폭넓은 전략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의 끈질기고 단합된 지원에 힘입은 우크라이나인들의 놀라운 집념과 기량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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