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심판이 바로잡은 월드컵 첫 골... 카타르 월드컵에 숨은 기술

입력
2022.11.21 16:41
수정
2022.11.22 11:07
5면
구독

21일 카타르 알코르 알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전에서 에콰도르 선수들의 선제골이 비디오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노 골 선언되고 있다. 알코르=뉴스1

21일 카타르 알코르 알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전에서 에콰도르 선수들의 선제골이 비디오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노 골 선언되고 있다. 알코르=뉴스1

주심의 눈보다 데이터가 빨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터진 첫 골을 '노 골'로 선언한 것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AI)이었다. 경기장에 설치된 수많은 카메라와 공 안에 숨겨진 센서를 기반으로 오심을 잡아낸 것인데, 기존 비디오판독(VAR)보다 빠르고 정확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I, 세리머니 직후 오프사이드 잡아... 월드컵 첫 날부터 활약

21일 오전 1시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에서 전반 3분 에콰도르의 에네르 발렌시아(33)가 카타르의 골망을 흔들었다. 페널티 지역에서 골 경합을 벌이던 마이클 에스트라다(26)가 머리로 떨군 공을 펠릭스 토레스(25)가 시저스 킥으로 연결, 이를 발렌시아가 머리로 마무리한 것이다.

세리머니까지 마친 이번 월드컵 첫 골은 2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VAR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정된 것이다. 에스트라다의 발이 카타르 수비수보다 반 발 정도 앞에 있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인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전반 3분 SAOT 기술로 판독된 오프사이드 장면. 이 판독으로 에콰도르의 첫 골은 무산됐다. KBS 중계화면 캡처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인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전반 3분 SAOT 기술로 판독된 오프사이드 장면. 이 판독으로 에콰도르의 첫 골은 무산됐다. KBS 중계화면 캡처

이를 잡아낸 건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 시스템이었다. 이날 첫선을 보인 SAOT는 경기장에 설치된 12대의 추적 카메라와 함께 공인구 '알 릴라'를 통해 구현된다. 카메라는 선수들의 관절 움직임을 29개로 나눠 추적하고, 알 릴라 속 관성측정센서(IMU)는 1초에 500회 빈도로 공의 위치를 VAR실로 전송한다. AI는 이를 종합해 오프사이드를 판단, 심판에게 알린다. 심판의 최종 결정을 거치기 때문에 '자동'이 아닌 '반자동'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그간 오프사이드 판정 시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온 축구계의 산실이다. 앞서 도입된 VAR는 판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경기 흐름을 끊는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던 반면, SAOT는 판정 시간을 최대 25초까지 줄여 이 단점을 극복했다. 다만 판정에 대한 못마땅한 시선은 여전히 있다. 이날도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앨런 시어러(52)와 게리 리네커(62)는 영국 BBC 방송에서 "그 누구도 이를 오프사이드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앞으로도 축구 산업에는 이런 데이터 과학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석 포항공대 스포츠산업지원센터 소장은 "축구 산업 분야에서도 데이터의 중요성과 활용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면서 "VAR, 골 판독 시스템, 선수 경기력 분석을 위한 '전자 데이터 측정 및 추적 장비 시스템'이 대표적인데, 앞으로 미래 축구산업은 과학기술과의 융복합 연구 개발을 통해 선수 육성부터 부상 방지, 전략 수립, 팬 만족도 향상 등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위 잡은 태양열 에어컨... "쌀쌀할 정도"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이 열리는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 21일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알코르=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이 열리는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 21일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알코르=연합뉴스

경기장 밖에도 이번 월드컵에는 신기한 과학 기술이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중동의 더운 날씨에 선수와 관객 모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첫 도입된 냉방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닥터 쿨(Dr.cool)'이라고 불리는 사우드 가니 카타르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만든 이 시스템은 경기장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에너지 센터에서 보낸 냉각수로 찬 공기를 만들고, 이를 경기장과 관중석에 배치된 노즐로 흘려주는 방식이다. 냉각수는 태양열 발전으로 만든다.

또 뜨거운 공기는 상층으로, 찬 바람은 하층으로 분리되는 대류현상을 이용해 사람이 있는 곳만 냉방을 할 수 있게 해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렸다. 실제 관중들도 시원한 경기장에 놀람을 표했는데, 카타르전을 관전한 20대 직장인 A씨는 "벽면 기계에서 나오는 바람을 직접 느끼지는 못했지만, 기온이 낮아서 쌀쌀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안면 인식 기술을 탑재한 1만5,000여 대의 카메라가 경기장은 물론 버스, 지하철 등에 설치돼 있다. 테러, 훌리건(축구장에서 난동을 피우는 사람) 등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드론 감시 시스템을 통해 거리 인파 규모 파악에도 나서고 있다.

오지혜 기자
김형준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