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핵심을 놓쳤다

입력
2022.11.23 04:30
24면

흑 신진서 9단 백 신민준 9단 결승 3번기 제2국 <4>

4보

4보


7도

7도


8도

8도

뭔가 빠르게 판단해야 할 때는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 순위다. 맥락을 통해 논지를 깨달아야 불필요한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 둘 때 역시 마찬가지. 고수가 될수록 장면마다 쟁점을 빠르게 파악한다. 상대의 요구가 쟁점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손을 빼거나 사석 작전을 결행한다. 이렇게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에 숙련도가 쌓이면 바둑 둘 때 보류하는 공간이 많아진다.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고 다음 문제로 빠르게 넘어가기 때문에 수읽기가 크게 향상된다.

신진서 9단은 흑1, 3으로 중앙을 관통하는 수법을 선택한다. 어려운 장면에서의 올바른 선택이다. 7도 흑1로 한 점을 살리는 것은 백6까지 백 대마가 연결된다. ‘대마불사’라는 격언이 있듯 백12까지 흑의 중앙 공격이 듣지 않는 모습. 실전 흑7까지 쌍방 외길수순이 이어진다. 신진서 9단은 흑9, 11로 재차 복잡한 수읽기 전투를 이끈다. 그러나 이것이 오버페이스. 8도 흑1, 3으로 두터움을 쌓아 흑9로 중앙을 천천히 압박하는 편이 나았다. 실전 백14, 16으로 중앙을 돌파한 후 백20에 틀어막자 하변이 순식간에 백의 세력권이 되었다. 흑17, 19로 우하귀 다섯 점을 잡았으나, 하변의 주인이 바뀐 것에 비해선 너무 작다. 백24, 26은 초읽기에 몰린 신민준 9단의 정확한 타개 수순.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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