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정쟁 사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딜레마

입력
2022.11.23 04:30
구독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건강한 공론장인가, 정쟁의 난장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21일부터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중단했지만 표정이 마냥 편치만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은 공개 설전과 슬리퍼 논란의 책임을 MBC에 떠넘기며 재발방지 대책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대국민 직접 소통' 약속을 저버린 데 따른 부담 또한 적지 않다. 국정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통로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점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대통령실 "도어스테핑, 자랑스러운 기억"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도어스테핑은 대통령과 기자들이 쌓아 왔던 자랑스러운 기억"이라면서도 "일(MBC와의 충돌 사태)이 반복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어스테핑 제도가 가치가 있다면 정착되고 관행화될 수 있도록 언론인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전날에도 기자단에 MBC 출입 기자의 등록 취소나 출입 정지, 교체 등을 거론하며 출입기자단 차원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처럼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를 사실상 언론에 떠넘긴 모습이다. 출입기자단이 아닌 대통령실이 앞장서 징계절차를 밟을 경우 정권 차원의 '언론 탄압'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서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언론의 자정 노력이 충분하게 선행돼야 대통령이 믿고 소통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플랜B 고심 중이지만… 도어스테핑 장점은 어쩌나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 취임 6개월간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윤 대통령이 직접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국정운영의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 이는 대통령실도 부인하기 어려운 도어스테핑의 장점이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 당시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통해 시장 독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검토를 지시(10월 17일)하며 발 빠른 수습에 나섰다. 아울러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을 언급하면서 '약자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복지정보시스템 재정비를 지시(8월 23일)한 것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반면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정치·사회적 갈등을 키운 경우도 적지 않다. 경찰국 신설에 대한 일선 경찰서장들의 반발에 "정부가 헌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은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라고 규정짓거나(7월 26일), 주 52시간제 개편 논의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혀 부처 간 혼선을 부추겼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을 대체할 '플랜B(두 번째 전략)'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이태원 참사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중간·마무리발언 영상을 전면 공개했다. 이처럼 언론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직접 소통을 늘리는 방식이 거론된다.

그러나 국민을 대신하는 언론과의 '쌍방 소통'이 아니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나 시혜적인 언론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나무가 아닌 숲을 볼 필요가 있다"며 "전체 언론과 각을 세우기보다 더 나은 제도로 만들어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