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끝"vs "내정 간섭"...파국 치닫는 중·영 관계

입력
2022.11.29 20: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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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기자 폭행 사건 놓고 날 선 공방
시위 지지하는 서방과도 대립
중국 "권리 행사는 법 안에서" 시위 탄압 시사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1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1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에서 번지고 있는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를 놓고, 이를 지지하는 서방과 탄압하려는 중국이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시위를 취재하던 BBC 기자가 중국 공안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두고 영국과 중국은 날 선 비난을 주고받았다. '관계 재정립', '내정간섭' 등의 강경한 발언이 쏟아져,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취임 후 첫 주요 외교정책 연설에서 “중국과의 황금시대(golden era)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에드 로런스 기자가 중국에서 취재 도중 현지 공안에게 붙잡혀 구타당한 사건을 언급하면서다. '황금시대'라는 단어는 2015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추구하며 썼던 말이다.

수낵 총리는 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해서 "중국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체계적인 도전을 가해 오고 있다"며 "이 도전은 중국의 권위주의가 강화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낵 총리는 중국에 대한 영국의 접근법 변화도 예고했다. 중국과 경제협력을 추구하기보다는 관리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 경제 안정과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에 중국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날카롭게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낵 총리의 강경 발언에 중국 측도 '내정간섭'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BBC 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한 수낵 총리의 문제 제기에 "흑백전도"이자 "난폭한 내정간섭"이라고 평했다. 그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로런스 기자가 신분 확인 요구를 거부하는 등 법 집행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과거 영국 경찰의 시위 강경 진압 사례를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중국 당국은 시위를 탄압하지 말라는 국제사회 요구도 "어떤 권리나 자유든 법률의 틀 안에서 행사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그는 또 "중국은 법치 국가이며 중국 국민이 향유하는 합법적 권리와 자유는 법에 의해 충분히 보장된다"고도 강조했다. 전일 제러미 로런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이 "중국 당국이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하자, 이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시위 확산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이를 진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서방과의 갈등 수위는 더 고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3연임을 확정한 후 외교 활동을 재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번 시위가 큰 부담으로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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