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핵·미사일 개발 관여 개인 8명, 기관 7곳 독자 제재", 미일과 보조 맞춰

입력
2022.12.02 11:20
수정
2022.12.02 15: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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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미사일 위협 단호 대응 차원"
北 은행 소속으로 核 금융거래 관여
FBI 수배 중인 싱가포르인 등도 포함

우리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한 싱가포르 국적 궉기성의 모습. 그는 이미 미국 FBI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다. FBI 홈페이지

우리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한 싱가포르 국적 궉기성의 모습. 그는 이미 미국 FBI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다. FBI 홈페이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북한 은행 관계자와 선박 회사들이 우리나라의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됐다. 지난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하는 등 북한의 도발 수위는 높아지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 탓에 제 기능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2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대북제재 회피 등에 기여한 개인 8명, 기관 7개를 독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은 132명, 기관은 113개로 늘었다.

추가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은 리명훈, 리정원, 최성남, 고일환, 백종삼, 김철 등이다. 이들은 북한 대성은행, 통일발전은행 등 소속인데 이 은행들은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된 금융거래에 관여했다.

미국과 일본도 대북 독자 제재 발표…한미일, 보조 맞춘 듯

개인 제재 대상에는 외국인도 2명 포함됐다. 궉기성(싱가포르)과 천시환(대만)이다. 이들은 바다 위에서 선박 2, 3척을 붙여 유류 등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제재 물자를 운송했다. 궉기성은 북한 자금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미연방수사국(FBI)의 수배를 받고 있다.

기관 제재 대상은 조선은금회사, 남강무역, 조선은파선박회사, 포천선박회사, 뉴이스턴 시핑(New Eastern Shipping Co. Ltd), 안파사르 트레이딩(Anfasar Trading (S) Pte. Ltd), 스완시스포트서비스(Swanseas Port Services Pte. Ltd) 등이다. 이 회사들은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을 지원하거나 북한 노동자를 송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회피에 관여했다.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는 지난 10월 14일에 이어 49일 만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두 번째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독자 대북제재 조치를 내린 것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도 1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노동당 간부 3명을 대북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김수길 전 인민군 총정치국장, 유진 전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전일호 국방과학원 당위원회 위원장 등 3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OFAC는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이 지난 4월 21일 북한의 WMD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책임자로 이들을 지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재 명단에 오른 3명은 미국이 통제 가능한 해외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차단된다.

김수길은 2018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북한 인민군 당 사업과 인사를 총괄하는 군 총정치국장을 지냈고 지금은 강원도당 책임비서를 맡고 있다. 당 군수공업부는 북한에서 핵·미사일 개발 등 군수산업을 담당한다. 유진과 전일호는 각각 군수공업부 부장과 부부장을 역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제재 대상자는 모두 북한의 불법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다”며 “이 조치는 한국,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취해졌고,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정책을 EU 파트너들과 조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본도 북한의 핵 개발에 관여한 단체 3곳과 개인 1명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단체는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무기거래 단체인 해금강무역회사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담당하는 조선남강무역회사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단체 라자루스이다. 개인으로는 노동당 산하 군수공업부의 베트남 대표 김수일이 추가됐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일본의 독자 제재 결정에 대해 "일본은 북한이 핵·미사일과 같은 여러 현안 해결을 위해 구체적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 초치 역시 미국, 한국과 보조를 맞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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