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기웃거리는 '예산실 올드보이'… 야당만 붐비는 이유

입력
2023.01.06 04:30
구독

예산 관료 출신, 속속 정계 도전
문 정부서 중용, 대부분 민주당 간판
여당엔 현역 2명 있어 문턱 높아

노형욱(가운데)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안도걸(왼쪽)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재임 시절 브리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노형욱(가운데)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안도걸(왼쪽)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재임 시절 브리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예산 관료들이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몸을 풀고 있다. 광주에서 지역 기반을 다지는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2차관,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표 사례다.

안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내면서 더불어민주당 인맥을 두루 쌓았다. 안 전 차관처럼 '예산실 올드보이(OB)'인 노 전 장관 역시 문재인 정부 시기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국토부를 이끌었다. 기재부 예산실 과장 출신인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지사 역시 광주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기재부 2차관을 맡았던 김용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경기 이천에서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김 전 이사장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작년엔 기재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 쪽에 합류했다가 현재 야인 생활 중이다.

네 사람 모두 민주당에서 총선 공천을 받기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을 대비하는 예산 관료 출신은 제주의 문성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정도다.

예산 관료는 정치권과 접점이 크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분야 공직자보다 정계 진출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대다수 예산 관료는 여야가 이듬해 예산안을 협의하는 정기국회 기간인 9~12월 국회에 살다시피 한다. 예산 관료가 국회에 입성하면 지역구 예산을 확실히 챙겨 재선을 노리기 유리하고, 정계에 드문 경제통 대우까지 받을 수 있다.

예산실 OB들이 민주당 쪽에 특히 붐비는 모습도 눈에 띈다. 확장 재정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가 예산 관료를 중용하면서 민주당 내 예산실 출신의 입지가 넓어졌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에 예산 관료 출신 현역 의원이 2명(송언석·류성걸) 있는 현실도 무시하기 어렵다. 예산실에서 일하진 않았지만 기재부 출신으로 재선 의원인 추경호 부총리까지 더하면 현역은 3명이다. 정치를 이제 막 시작한 예산 관료 출신 입장에서 국민의힘은 문턱이 높은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예산실은 물론 경제 관료 출신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았던 김진표 의원이 경제 관료 출신 의원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서 현재는 무소속 상태다.

세종= 박경담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