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장기화? 한국 떨게 만드는 미국 고용 과열

입력
2023.01.07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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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수당 청구 줄고 민간고용 대폭 증가
수요 키워 인플레 초래... 긴축 지속 근거
韓 고금리 불가피, 1% 미달 저성장 우려

지난해 7월 채용 공고문을 붙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가든그로브의 맥도널드 매장 앞을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다. 가든그로브=AFP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채용 공고문을 붙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가든그로브의 맥도널드 매장 앞을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다. 가든그로브=AFP 연합뉴스

식지 않는 미국 고용시장의 열기가 한국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공격적인 미국의 긴축이 멈추지 않는 한 한국 역시 경기 방어에 나서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이 1%에 미달하는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작년 12월 25~3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1만9,000건 감소한 20만4,000건으로 파악됐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최근 14주 사이 최저 수치다. 그만큼 실업자가 줄었다는 뜻이다.

실제 고용 증가세는 뚜렷하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기업의 민간 고용이 23만5,000개 증가해 전월 증가폭(18만2,000개)을 대폭 상회했다. 작년 11월 채용 공고도 1,046만 건으로 전문가 전망치(1,000만 건)를 웃돌았다는 게 미 노동부 집계다.

고용 호조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도록 부추기는 요인이다. 임금 소득이 수요를 창출해 인플레이션 동력을 제공하는 데다, 내수가 버텨주면 경기가 가라앉을 가능성도 줄어든다.

아닌 게 아니라 연준도 당분간 금리 인하를 고려할 기색이 아니다.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률이 우리 목표치인 2%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확인될 때까지 기준금리는 5% 이상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며 내년(2024년)에도 5%대 금리가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4일 연준이 공개한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봐도 위원 19명 중 올해 금리를 내리는 게 적절하다고 평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한 고용시장이 연준의 긴축 기조를 지탱하는 핵심 근거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갈수록 떨어지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 그래픽=송정근 기자

갈수록 떨어지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 그래픽=송정근 기자

전반적인 세계 경제 형편은 미국과 딴판이다. 곧 들이닥칠 한파를 앞두고 긴장감이 역력하다. 미국발(發) 긴축 여파에 최근 중국의 ‘제로 코로나(방역 봉쇄)’ 회귀 조짐이 포개지며 수요 둔화 예상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과 안전자산 선호가 반영된 금값 앙등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딱한 사정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한국(3.25%)보다 1.25%포인트 높은 연 4.5%다. 격차가 더 벌어지면 투자자금 유출을 막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불가피하게 다시 금리를 올릴 공산이 크다.

문제는 저성장 그림자다. 지난달 21일 정부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위기 때 말고는 2%를 밑돈 적이 없었다. 그러나 고금리가 계속되면 1%선도 붕괴될 수 있다는 게 일각의 걱정이다. 정부로서는 이를 방치하기 어렵다.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거부 기류가 기획재정부 내에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국제금융학회장)는 “글로벌 경제 침체로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와 내수를 위축시킬 금리 인상 국면이 올해 내내 이어지면 한국 경제가 버틸 힘이 없다”며 “성장률이 1%에 못 미친다면 그때는 정말 위기”라고 말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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