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감세 종착역, '공정가액비율 60%'에 달렸다

입력
2023.01.11 04:30
12면
구독

비율 60%로 낮추자, 종부세 감소
세수 좌우, 올해 80% 가정 추계
부동산 안 풀리면 60% 카드 쓸 수도

서울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종부세 등 상담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서울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종부세 등 상담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체계를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되돌린 윤석열 정부가 쓸 수 있는 추가 감세 카드는 아직 남아 있다. 종부세 과세표준(과표)을 확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이 비율을 작년처럼 60%로 유지할지, 더 높일지에 따라 올해 종부세액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종부세는 ①공시가에서 ②기본공제액을 뺀 금액에 ③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과표에다, 과표 구간별 ④세율을 곱해 구한다. 종부세를 산출할 때 쓰는 4가지 요소 가운데 정부가 좌우할 수 있는 건 시행령 개정 사안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기본공제액, 세율 변경은 국회 권한이고, 공시가는 시장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60~100% 내에서 정할 수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 세율 인상과 함께 2009년 도입 후 10년 동안 80%였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19년부터 5%포인트씩 높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00%에 도달했을 이 비율을 60%로 떨어뜨렸다. 지난해 기준 기본공제액 11억 원을 감안한 공시가 20억 원짜리 1세대 1주택자의 과표가 9억 원에서 5억 4,000만 원으로 내려간 셈이다.

그 결과, 2020년 1조5,000억 원에서 2021년 4조4,000억 원으로 급증한 주택분 종부세액은 부동산 과열이 이어진 지난해 4조1,000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집값 상승, 세율 인상에서 비롯된 종부세 증가 요인을 공정시장가액비율 하락이 누른 것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올해 종부세 과세 환경은 세 부담 감소 요인이 많아지면서 전년 대비 확 달라졌다. 종부세법 개정으로 다주택자 기본공제액이 6억 원에서 9억 원(1세대 1주택자 11억→12억 원)으로 올랐다. 세율 역시 0.6~6.0%에서 0.5~5.0%로 내려갔다. 아울러 종부세액을 키우는 공시가 상승도 한풀 꺾였다.

일각에선 종부세 부담이 줄어든 만큼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인 80%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이어가면, 80%였던 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자산가에게 지나친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예상 종부세액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가정하고 추계됐다. .

정부는 종부세액을 고지하는 올해 11월 전까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정하면 돼 서둘러 확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히든카드'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규제지역 해제, 대출 규제 완화 등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각종 부동산 정책에도, 시장이 풀리지 않으면 세금 절감 수단인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올해 경기 하강,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추가 확대 등 세수 여건이 부정적이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높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놓고 올해 종부세 추계를 한 건 정부가 정할 수 있는 범위인 60~100%의 중간값인 데다 과거 10년 동안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부동산시장, 세수 상황 등을 봐 가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