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쌍방울 해외도피자 신병 모두 확보∙∙∙ 대북송금 마지막 퍼즐 맞출까

입력
2023.02.12 20:00
수정
2023.02.12 22:25
6면

'금고지기' '수행비서' 통해 이재명 겨눌 수도
자금흐름과 통화대상 파악 도우미 역할 할 듯
쌍방울·이재명 연결고리 이화영은 혐의 부인

8개월간의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8개월간의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주 김성태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지목된 김모씨를 마지막으로 해외로 도피했던 핵심 인물들을 모두 국내로 송환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김 전 회장이 북한에 거액을 송금하게 된 구체적 경위를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됐는지 규명할 예정이다.

檢, 금고지기 수행비서 도우미 역할 기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에 대해 △배임·횡령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김성태 전 회장의 매제로, 쌍방울그룹과 김 전 회장 재산을 관리하는 ‘금고지기’ 역할을 하며 계열사 간 자금 흐름을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검찰 수사 초기인 지난해 5월 해외로 도피했다가 그해 12월 태국에서 검거돼 11일 국내로 압송됐다.

김씨가 구속되면 검찰은 해외로 도피했던 쌍방울그룹 핵심 인사 4명을 모두 구속하게 된다. 검찰은 앞서 김성태 전 회장, 양선길 현 회장, 김 전 회장 수행비서인 박모씨를 태국과 캄보디아에서 검거해 국내로 압송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약 98억 원)와 관련한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냈다. 김 전 회장은 대북송금이 경기도의 대북사업 및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 비용 명목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북한의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송명철 부실장 이름이 적힌 800만 달러 영수증 등 김 전 회장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도 여럿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검찰은 수행비서 박씨와 금고지기 김씨가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복잡한 퍼즐을 맞춰줄 도우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전 회장 공소장에는 대북송금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이외에 김씨도 적시했다. 김씨가 대북송금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밝힌 셈이다. 검찰은 특히 김 전 회장 공소장에 '경기도 관계자'라는 표현을 두 차례 쓰면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수사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수행비서 박씨가 소지했던 6대의 휴대폰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휴대폰 2대가 김 전 회장 소유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들 휴대폰에는 대북송금이 이뤄진 2019년 사용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쌍방울과 경기도 간 부정한 청탁이나 대가성이 확인되면, 이 대표에게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연결고리 이화영 수사 협조 가능성 낮아

검찰 안팎의 시선은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도 쏠린다.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송금 및 방북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협조할 경우 검찰 수사는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이 기대하는 진술을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대다수의 관측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일 변호인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이미 "이화영과 이재명 대표님, 경기도는 김성태와 쌍방울의 대북송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대표 역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소설'이라고 일축하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선 김 전 회장 진술을 뒷받침해줄 물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수사 성공을 위한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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