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한 해외 여행객, 숙박·교통비 할인으로 붙잡는다

입력
2023.03.26 14:30
수정
2023.03.26 19:5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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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범부처 내수 활성화 대책 공개
관광 도와 경상 적자 줄이면 일석이조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여행사 카운터에서 여행객들이 상담하고 있다. 뉴시스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여행사 카운터에서 여행객들이 상담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진정과 함께 폭증한 해외 여행객을 국내 숙박ㆍ교통 비용 부담을 줄여 붙잡는 방법을 정부가 강구하고 있다. 그나마 돈을 덜 풀고 경기 침체를 막아 보려 짜낸 궁리다.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는 이르면 이번 주 범부처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수출 부진 만회 대책이 이미 몇 차례 나온 데다 팬데믹(대유행) 기세가 누그러지며 시작된 내수 회복세가 다시 둔화하는 분위기여서 정부가 소비 진작 대책을 내놓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기재부는 “구체적 내용과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대책의 핵심은 국내 관광업 활성화 방안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방역 완화와 더불어 급증한 해외 여행 수요가 일부라도 국내에서 흡수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대유행 기간 월 10만 명을 밑돌던 출국 해외 여행객 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꾸준히 늘어 올 1월에는 180만 명에 육박했다. 1월 기록된 월별 사상 최대 경상수지 적자의 최대 요인 중 하나로 꼽힌 것도 1년 전의 3배에 이른 여행수지 적자였던 만큼, 국내 관광업을 도와 해외 여행 수요가 줄면 정부로서는 일석이조다.

새롭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지난해 재미를 본 숙박 할인 쿠폰 지원이 확대 재활용될 전망이다. 정부가 국내 숙박비 3만~4만 원을 깎아 주는 숙박 쿠폰을 제공한 작년에 이 쿠폰 사용자가 평균적으로 여행에서 지출한 금액은 쿠폰 금액의 11배에 이르렀다.

‘여행 가는 달’ 캠페인을 추진하는 6월에는 교통편 가격 할인까지 병행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KTXㆍ관광열차 운임과 렌터카, 지방공항 항공편, 시티투어 버스 가격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책에는 외국인 관광객 유인책도 담길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단체와 공동 기획하는 K팝 공연이나 뷰티ㆍ미식 등 한국 문화 체험 이벤트, 전자여행허가제(K-ETA) 절차 간소화 등이다. 정부는 특히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가 본격화하면 지난달 이미 200% 넘게 늘어난 중국 관광객의 방한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 호텔 개점, 봄맞이 세일… 업계도 활기

때마침 업계도 활기를 띠고 있다. 여행ㆍ쇼핑 수요 공략 채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작년 11월 서울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근처에 문을 연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을 필두로 이달 28일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 내달 7일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 서울 용산’, 6월 ‘빌라쥬 드 아난티’(부산 기장) 등 고급 호텔이 속속 개점한다.

백화점 업계도 이달 마지막 주말부터 봄철 쇼핑 수요를 잡기 위한 공세적 할인 행사에 들어간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덕에 고객이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월 전년비 3.7% 빠졌던 매출액이 지난달 5.2% 증가로 반등한 참이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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