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수출 안 되고 ②재고 쌓이고...기업들 "2분기도 빛 보기 힘들 것 같다"

입력
2023.03.29 19:00

1분기 성장률, 지난 4분기 수준인 1.3% 예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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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재고 자산(지난해 말 기준)이 전년보다 각각 26.1%(10조8,034억 원), 75.0%(6조7,146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가전 교체·구입을 미룬 결과로, 반도체 역시 '주문 감소→재고 증가→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2분기까지 수출 한파가 이어진다고 보고 공장 가동률을 낮추며 감산으로 재고량 조정에 들어갔다.

수출 부진에 따른 재고 자산 증가 여파 등으로 제조 기업들이 전망하는 2분기 경기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2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조사'(전국 제조업체 2,257곳 대상)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BSI 전망치는 94로 집계됐다. 1분기보다 20포인트 올랐지만,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BSI가 100 이상이어야 경기를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2분기 BSI 전망치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와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 등의 기대감으로 작년 2분기(96) 이후 이어온 3분기 연속 하락세를 멈췄지만, 수출·내수 동반 부진 상황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종별로도 갈렸다. 중국 특수가 기대되는 화장품(137)과 의료정밀(104), 기계(101), 그리고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부품(102) 등은 기준치를 넘으며 회복세를 탄다고 전망했다.

반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가 포함된 IT·가전(95)을 비롯한 정유·석유화학(95), 철강(85) 등 주요 수출 품목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 제약(71), 출판·인쇄(71), 섬유·의류(79) 등도 2분기 전망이 불투명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소기업(95.1)과 중견기업(94.9)보다는 대기업(84.5)의 부정적 전망이 더 컸다. 대한상의 측은 "대기업은 반도체,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의 수출 부진과 재고 과잉 상황이 지속돼 체감 경기 회복에 부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600대 기업 경기심리, 작년 4월부터 13개월 연속 부진


전경련, 종합경기 전망 추이

전경련, 종합경기 전망 추이


실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경기실사지수에서도 4월 전망치는 기준 밑인 93.0에 그쳤다. 지난해 4월(99.1) 이후 13개월 연속 기준치를 넘지 못한 것으로, 2021년 2월 이후 최장기 기록이다.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85.7)가 7개월 연속 부진한 것은 2020년 11월(92.0) 이후 29개월 만이다.

전경련이 1996년 2분기부터 분기별 기업경기 지수 자료 등을 활용해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을 예측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수준인 1.3%에 그쳤다. 수출 증가율 전망치(전년 동기 대비 -10.1%), 설비투자증가율 추정치(-6.4%) 모두 하락세를 보인 여파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의 심리가 좋아지면 실물 경제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만큼 기업 경영에 활력을 줄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고,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대내외 호재 요인이 실제 내수 소비 활성화와 수출 증대로 이어지도록 정부 차원의 소비 진작 대책과 수출기업 애로 해소·지원 방안을 맞춤형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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