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4·19 기념사서 "자유와 민주주의, 사기꾼에 농락당해선 안 돼”… 野 "대통령이 갈등 조장" 반발

입력
2023.04.20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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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4·19혁명 기념식에서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등을 꼬집고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공세적 가짜뉴스를 규탄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직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야권 전체를 '사기꾼'으로 규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야당은 발끈했다.

이재명과 짧은 만남서 尹 "돈에 의한 매수로 민주주의 도전"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온 자유민주주의가 늘 위기와 도전을 받고 있다.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돈에 의한 매수' 표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어 "독재와 전체주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도 이는 가짜 민주주의"라며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과 폭력, 선동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사기꾼'의 대상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거짓 선동과 날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전체주의를 지지하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저희는 많이 봐 왔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일부 유튜버가 양산·유포한 가짜뉴스를 민주당 주류 의원들이 대여 비판에 무책임하게 활용했다는 것이 여권의 인식이었던 만큼 윤 대통령이 작심하고 야권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하는 만큼 1,570여 자의 짧은 기념사를 여러 차례 직접 수정했다고 한다. 이날 행사장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악수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대화를 하진 않았다.

野 "야당이 사기꾼? 대통령이 갈등 조장" 반발

윤 대통령 기념사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행태를 마주하면, 4·19 영령들을 뵐 면목이 없다"면서 "국정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제1야당의 전·현직 당대표가 모두 사법리스크로 얼룩진 현재의 모습은 4·19 영령들이 이룩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일"이라고 윤 대통령에게 힘을 보탰다.

반면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과 언론을 가짜뉴스 선동꾼으로 매도하고 민주적 의정시스템을 위협하는 사기꾼이라고 칭하고 싶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윤 대통령이 굴욕 외교와 국정 무능으로 추락한 국정 지지도를 가짜뉴스 선동의 결과라고 강변하고 있으니 한숨만 나온다"며 "대통령이 4·19혁명 기념일에 국민 통합을 강조하지는 못할 망정 갈등을 조장하는 저주의 단어만 나열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달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도 가짜뉴스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며 "일반론적인 얘기"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와 전혀 관련이 없는 세력이 민주주의자를 참칭하면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례가 많지 않느냐"며 '사기꾼' 표현이 야당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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