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극화 시대에 ‘미국 올인’

입력
2023.04.21 16: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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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미중러 등거리 거래 '다극화' 변화 속
한국 외교는 미국 동맹 중시로 급격히 기울어져
중국 러시아 주목 속 윤 대통령 미국행 부담 커져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게티이미지 뱅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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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대국이 분열할 때 생존법’.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 최근 호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사이 긴장이 고조되면서 점점 많은 나라들이 세 강대국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외교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127개국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대결에서 비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주요국을 ‘거래형(transactional) 25개국’으로 선별해, ‘T25’라고 명명했다.

□ 가장 큰 인도에서 가장 작은 카타르까지 다양한 T25는 세계 인구의 45%, GDP의 18%를 차지한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우디 이집트 이스라엘 멕시코 칠레 등 모든 대륙에 골고루 포진돼 있다. 주요 교역 상대도 다양해 평균적으로 서구 43%, 중국·러시아 19%, 나머지 국가 30% 정도로 구성된다. T25는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지역이며, 한국의 중요한 교역 상대이기도 하다. T25는 열강 중 하나에 의존하기보다는 등거리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라 믿는다.

□ 미국의 국제사회 장악력이 약화하는 이유는 뭘까. 미 외교협회 발행 '포린 어페어스'는 지난해 말 ‘왜 미국 동맹들이 러시아 중국과 가까워지나’라는 논문을 통해 바이든 정부의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이분법적 외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잣대로 동맹국 충성도를 측정하고, 미국의 이익이 곧 동맹의 이익이라는 ‘전략적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고 꼬집는다. 반면 대부분 나라들은 한 강대국의 위협보다 강대국 간 경쟁 격화의 불확실성을 더 걱정하기 때문에 특정 강대국에 올인하기를 꺼린다.

□ 국제사회는 빠르게 ‘다극화 체제’로 변해가는데, 우리 정부의 외교는 최근 미국 동맹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한국이 적극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데, 중국은 이에 대한 한국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검토’ 이슈가 돌출하며 러시아도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으로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길이 점점 더 무거워 보인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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