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밥 거를 정도… 저연차에 번아웃된 간호사들

입력
2023.05.12 15:30
수정
2023.05.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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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간호사의 날 맞아 실태 조사
44%가 연장근무, "그만두고 싶다" 66%

지난달 5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일반 병동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달 5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일반 병동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홍인기 기자

간호사들이 주 4회 식사를 걸러야 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명 중 3명 이상이 '번아웃(기력 소진)' 상태이며, 4명 중 3명은 이직을 고민할 정도로 근무 조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에 위탁해 지난 1, 2월 간호사 3만1,6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평균 주 4회 식사를 거를 정도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사를 거르는 횟수가 주 5회라고 답한 응답자 중 45.1%는 '장시간 연장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3개월간 연장근무 경험을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43.5%가 하루 45분~1시간 30분 연장근무를 했다고 답했다. 10명 중 1명은 하루 1시간 30분 이상 연장근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밤 근무 3교대 근무자가 73.2%나 됐는데, 이 중 91.8%가 '자고 일어나도 기진맥진하거나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면서 깬다'고 답했다.

반복되는 고강도 근무에 간호사 대부분 번아웃에 빠진 상태였다. 응답자의 63.4%는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다', 74.2%는 '내일 출근하기 싫다'고 답했다. 71.3%는 '근무조건이 극도의 위험 상태에 놓여 있다'고 인식했다.

3교대 근무자의 85%가 1~5년 저연차 간호사

국제 간호사의 날(5월 12일)을 하루 앞둔 11일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 간호학과 학생들이 기본간호학실습에 열중하고 있다. 뉴스1

국제 간호사의 날(5월 12일)을 하루 앞둔 11일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 간호학과 학생들이 기본간호학실습에 열중하고 있다. 뉴스1

간호사들이 열악한 환경에 놓인 건 숙련도가 낮은 20·30대 젊은 간호사들로 버티는 근무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응답자 중 82.4%가 20·30대였고, 93.3%가 여성이었다. 3교대 근무자의 84.7%는 근속연수가 1~5년 차였다.

젊은 나이에 '자신을 갈아 넣어' 일해야 하는 탓에 많은 이들이 간호계를 떠나고 싶어 했다. 응답자의 74.1%가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했다'고 답했는데, 이 중 80% 이상이 숙련 간호사로 진입하는 4, 5년 차 간호사였다.

간호사들의 82.6%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인식했다. 5명 중 2명은 의사 부족으로 의사 대신 시술·드레싱(44.9%), 처방(43.5%)한다고 했고, 68.1%는 '의사 대신 항의와 불만을 듣는다'고 답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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