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본능' 젤렌스키, 러시아 본토 때리려 했다"...기밀문건 속 '다른 얼굴'

입력
2023.05.14 2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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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무기로 본토 공격 안 해” 약속 달리
“국경 타격” 등 계획, 미 기밀문건에 담겨

1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교황과의 비공개 접견을 위해 바티칸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교황과의 비공개 접견을 위해 바티칸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국경 도시 공격, 러시아산 원유 수출용 파이프라인 폭파 등을 계획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국 기밀 문건 내용이 공개됐다. 서방 국가로부터 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우크라이나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때리면 명분을 얻은 러시아가 대대적 재반격에서 나서면서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것을 국제사회는 걱정한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유출된 미 국방부의 기밀문서를 인용해 13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1급 기밀’로 분류된 문서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월 회의에서 “불특정 다수의 러시아 국경 도시를 점령하자”고 언급했다. 향후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러시아의 남서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를 찍어 드론 공습을 제안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헝가리에 대한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러시아와 동유럽 등을 잇는 드루즈바 송유관 파괴를 지시하며 “러시아 석유에 기반을 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산업을 파괴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경제 제재에 반대한다. 문서에서 미 정보당국은 오르반 총리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미 없는 위협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2월 20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올해 2월 20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핵 보유국’인 러시아와의 확전을 극도로 경계하는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통제하려고 애써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는 로켓은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ATACMS)를 비롯한 장거리 미사일 지원 요청에 선을 그었다. 하이마스(HIMARS) 다연장로켓이 러시아 본토를 때리지 못하도록 발사대를 개조해 제공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강화 지원'에 집중했다.

영국도 최근 장거리 순항 미사일 ‘스톰 섀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면서 “러시아 본토 타격에 쓰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

WP는 기밀문서에 담긴 젤렌스키의 모습이 "'러시아의 맹공격을 견뎌내는 차분하고 금욕적인 정치인'이라는 공개적인 이미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내 강경파를 달래려 일부러 강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지난해 시리아 내 러시아군을 비밀리에 공격하려는 군사 작전에 중단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 작전을 실제 시행했다면 시리아로 전선이 넓혀졌을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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