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나비효과'에 신경 곤두선 게임업계, P2E 이슈에 강하게 반박하는 까닭은

입력
2023.05.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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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게임사 발행 암호화폐 다수 보유·거래
게임사들 "로비·사전정보 제공 의혹 사실무근"

가상자산(코인) 이상 거래 의혹 논란에 자진 탈당을 선언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가상자산(코인) 이상 거래 의혹 논란에 자진 탈당을 선언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14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무소속)이 투자한 가상자산(코인) 가운데에는 국내 게임사가 블록체인 분야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발행한 코인이 여럿 존재한다. 이 때문에 게임사가 '돈 버는 게임(P2E, Play to Earn)'의 합법화를 위해 로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자 게임사들은 강하게 반박했다. 김 의원이 거래한 코인 중 게임사 코인이 있다고 해서 로비 의혹으로 연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 의원은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 넷마블의 '마브렉스' 등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난다. 게임사 외에 블록체인 전문 업체들이 개발했지만 게임 생태계를 염두에 둔 '젬허브' '자테라' '보물' '제미트' 등도 사고팔았다. 이를 두고 게임사들이 임의로 김 의원에게 코인이나 상장 정보 등을 전달해 P2E 합법화 논의에서 이득을 보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위메이드와 넷마블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활용한 로비는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넷마블 역시 "마브렉스는 어느 누구에게도 사전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발행량을 임의로 조절해 코인을 전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도 강력하게 반박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위믹스는 이미 발행이 다 돼 있고 조금이라도 움직일 경우에는 다 공시해서 외부에 알린다"면서 "변동이 있다면 홀더(소유자)들이 금방 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는 10일 위믹스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발행량만큼 코인을 매입해 파괴하는 '소각' 규칙을 공개했는데 이는 소유자 공동체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 일이다.



P2E 합법화 원하던 게임사들, '테라·루나 사태' 이후 힘 잃어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위메이드 본사. 뉴스1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위메이드 본사. 뉴스1



업계에선 김 의원이 특히 대부분의 자산을 탈중앙화거래소(DEX)인 '클레이스왑'에서 거래하고 있었던 점에 주목한다. 암호화폐 시장 전체로 보면 미미하지만 이 거래소에선 위믹스와 같은 한국산 코인들이 활발하게 거래되기 때문에 김 의원이 관심을 뒀을 것이란 얘기다. 마브렉스도 김 의원이 사들인 2022년 4월에는 클레이스왑에 상장돼 거래량 1위를 찍었다.

김 의원이 거래한 마브렉스, 젬허브, 메콩코인 등은 클레이스왑에서 '에어드롭' 이벤트를 진행하며 주목도를 높이기도 했다. 에어드롭이란 거래소가 신규 상장 코인 물량을 일부 확보해 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이용자에게 보상 격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발행사는 홍보를 목적으로, 거래소는 거래량을 늘리고 가상자산을 예치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연다.

김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이 게임업계로 번진 것은 지난해 초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됐던 'P2E 합법화' 주장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지난해까지 P2E를 실현할 수단 중 하나로 블록체인 기술에 적극 투자했고 연결된 코인 발행도 시도했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호응해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떠올랐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테라·루나 사태'를 기점으로 암호화폐 가치가 폭락하는 '크립토 겨울'이 밀어닥치자 이 주장은 힘을 잃었다. 게임사들도 관련 프로젝트를 조용히 전개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의 코인 보유가 '게임사의 정치권 로비설'로 연결되자 업계는 가상자산 규제 논의가 게임사 규제 쪽으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P2E 자체가 합법이 아니고 게임사들은 이를 어길 의도가 없다"면서 "정황만으로 논의의 중심으로 끌려가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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