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김남국 윤리특위 제소... 읍참마속인가 출구전략인가

입력
2023.05.18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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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 비판에 떠밀리듯... 늑장 대응 지적
"측근 감싸기" 비판 염두 이재명 결단 강조
한계·부담 큰 당 차원 조사 정리 수순 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의혹이 불거진 김남국 의원을 17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미온적 대응으로 리더십 리스크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읍참마속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는 한편, 김 의원의 탈당으로 무력화된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징계에 따르는 부담을 덜기 위한 이중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 간부회의 직후 "당 자체 진상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지체하지 않고 윤리특위에 제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제소 배경을 설명했다. 국회 의안과에 제출된 민주당의 징계안에는 △김 의원이 2021~2023년 가상자산 보유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자산 관련 의정활동으로 공정성을 의심받는 행위를 했고 △지난 3월 법제사법위 전체회의 시간에 거래하는 등 국회의원 품위유지·직무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유를 적시했다.

'이재명 결단' 강조... 측근 감싸기 비판 의식한 듯

민주당은 이번 제소 결정이 이재명 대표의 결단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가 비공개회의에서 "공직자인 국회의원은 윤리 규범을 엄중하게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서 윤리특위 제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가 최측근인 김 의원 의혹에 늑장 대응을 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비판과 심상치 않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원조 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이자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다.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 직후 발표된 결의문에서 김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제소 추진'이나 '복당 불허' 등의 요구가 명시되지 않은 것을 두고,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가 김 의원을 봐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17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자리가 비어 있다. 고영권 기자

17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자리가 비어 있다. 고영권 기자


부담 큰 당 진상조사·징계에 출구 모색

윤리특위 제소는 한계가 분명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마무리해 출구를 모색하겠다는 뜻도 깔려 있다. 이미 탈당한 김 의원의 협조 없이는 당 진상조사는 진전되기 어렵다. 조사와 징계를 논의한다고 해도 수위가 미흡할 경우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수위가 높을 경우 김 의원을 옹호하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검찰의 강제 수사가 시작되면서 진상조사단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것도 여의치 않게 됐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김병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진상조사단과 윤리감찰단 활동에 대해 "사실상 종료됐다"고 말했다.

소나기를 피할 시간도 번 셈이다. 당 차원의 징계는 결정이 늦어질수록 지도부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지만, 국회 윤리특위는 여야 이견으로 공전되더라도 책임 소재가 뚜렷하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이야 김 의원에게 최대 수준의 징계를 해야 한다는 분노가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윤리특별위원회에서 변재일 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윤리특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코인 투자 논란을 일으킨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 방안을 논의했다. 고영권 기자

17일 국회에서 열린 윤리특별위원회에서 변재일 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윤리특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코인 투자 논란을 일으킨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 방안을 논의했다. 고영권 기자


'명백한 불법' 확인 안 되면 제명 쉽지 않아

윤리특위가 내릴 징계 수위가 국민 눈높이에 맞을지도 불투명하다. 국회의원 징계 수위는 △공개 회의에서의 경고 △공개 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필요) 등인데, 검찰 수사를 통해 명백한 불법이 드러나기 전에는 제명 결정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김 의원 제명 가능성에 대해 "1948년 국회가 구성된 이래 제명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9년) 김영삼 전 대통령(당시 신민당 총재) 단 한 건"이라며 "명백한 불법 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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