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팬카페 이장 사퇴 요구 일축... '쇄신 칼자루' 쥐겠단 신호인가

입력
2023.05.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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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옹호' 재명이네 이장 사퇴 요구
이재명 묵묵부답은 사실상 '수용 거부'
잇단 당내 의혹, 쇄신 주도 명분 삼을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적극 행동의 날’에 참석해 발언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적극 행동의 날’에 참석해 발언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사법 리스크로 위축됐던 모습에서 벗어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당 쇄신 칼자루를 쥐겠다는 태세 전환의 신호로 읽힌다.

일방적 '김남국 옹호'에 당내 이장 사퇴 요구

지난해 대선 직후 개설된 네이버 카페 재명이네 마을은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대표적 온라인 활동 공간으로 회원 수가 21만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4월 카페 '이장'으로 선출된 이 대표는 게시글을 10여 건 올리며 회원들과 활발히 교류해 왔지만 올 들어선 잠잠한 편이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등 팬덤정치의 폭력성이 부각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들어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의혹이 제기된 김남국 의원 사태를 계기로 "이 대표가 이장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 최측근인 김 의원을 지키자는 이유로 강성 지지자들이 당내 자성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 지지자들은 김 의원을 공개 비판한 민주당 대학생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직위 해제를 요구하는가 하면, 김 의원 사태를 계기로 당 쇄신을 촉구한 당내 청년 정치인들에게 '원외 8적(敵)’이란 낙인을 찍어 괴롭히고 있다.

이동학(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등 청년 정치인들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남국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 등에 사과하는 당 쇄신 촉구 기자회견을 연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학(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등 청년 정치인들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남국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 등에 사과하는 당 쇄신 촉구 기자회견을 연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비명계 이원욱, 조응천 의원 등이 이 대표에게 재명이네 마을 이장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당내 다양성을 억압해 중도층 이탈을 부르는 강성 팬덤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대표 측 "명예직 불과... 사퇴 없다" 선 그어

그러나 이 대표 측은 이장직 사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표실 관계자는 21일 본보 통화에서 "재명이네 마을 이장은 명예직에 불과해 사퇴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강성 지지자들의 청년 정치인 공격을 이 대표가 자제시켜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충분히 만류를 하지 않았나, 매번 만류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거리를 뒀다.

통합 차원에서 비명계 요구를 수용해 강성 지지자들에게 수차례 자제를 촉구해 온 것과 다른 선택을 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시급한 당 쇄신 작업에 대한 이 대표 측의 기류가 바뀐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대표와 박광온(두 번째)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대표와 박광온(두 번째)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리스크가 대표에 국한된 문제 아냐"... 비명계 반발할 수도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검찰 등의 전방위 수사를 받으며 쇄신보다 통합을 우선시해 왔다. 사법리스크에 묶인 채 당 쇄신을 이끌 수 있겠느냐는 비명계 중심의 의구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원 10여 명 연루 의혹이 불거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 민주당 의원들의 비리 의혹이 잇따르자 이 대표는 이를 쇄신 주도권을 가져올 계기로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사법리스크가 더 이상 이 대표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표적 소신파인 박용진 의원마저 지난 쇄신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에게 '쇄신의 칼을 휘둘러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느냐"며 "명분이 갖춰진 만큼 앞으로 이 대표가 쇄신의 칼자루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송영길 전 대표와 코인 의혹이 불거진 김남국 의원이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비명계가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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