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서훈 '국정원 채용비리' 혐의도 겨눈다... 경찰, 강제수사 개시

입력
2023.05.24 19: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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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재직 때 측근 특혜 채용 의혹
서해 피격 사망 이어 또 수사대상 올라
박, 관련 경력 전무... 서, 복무규칙 변경
朴 "정상적 채용 절차 거쳐" 혐의 부인

박지원(왼쪽 사진)·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박지원(왼쪽 사진)·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박지원ㆍ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재임 시절 유관기관에 측근을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이어 ‘채용 비리’ 혐의까지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ㆍ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폰 및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서울 서초구 국정원 내 비서실장실과 기획조정실 등도 압수수색해 채용 관련 서류 일체를 확보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국정원장으로 일할 때 측근 인사를 국정원 유관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직원으로 채용하게끔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8월 자신의 보좌진 등을 지낸 측근 2명을 추천과 서류심사, 면접 등을 거치지 않고 전략연 연구위원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관련 경력이 전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원장은 2017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인사인 조모씨를 전략연 연구기획실장으로 채용하기 위해 인사 복무규칙을 변경하게 했다. 해당 직위는 원래 공개채용이 원칙이었으나, 특별채용을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인을 위한 ‘특혜성 채용’ 정황이 뚜렷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연 부원장까지 지낸 조씨는 임대 사업용으로 쓰던 연구원 소유 사무실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10억 원 이상을 횡령한 혐의로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이곳에 외부인을 불러 술 파티를 벌였단 의혹도 제기됐다. 다만 법원은 “피해액 상당 부분이 회복된 것으로 보이고,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전략연은 북한 이슈 등 외교안보 분야의 전략ㆍ정책을 개발하는 국정원의 싱크탱크 격 기관이다.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시기 이뤄진 인사 업무를 자체 감사해 채용 비리 정황을 파악한 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 전 원장 측은 본보 통화에서 “정상적 채용 절차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상식적으로 면접 등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겠느냐”며 혐의를 부인했다.

두 사람은 현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2020년 9월 고(故)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피격됐다는 첩보를 확인하고도, 이튿날 열린 1차 관계장관 회의에서 합동참모본부 관계자 등에게 보안 유지를 지시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씨의 피격 사망을 숨기고 해경이 실종 상태를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도 적용됐다. 서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가 지난달 3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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