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까지 “완전히 미친 짓” 비판한 독일 환경단체, ‘범죄단체’ 혐의로 압수색

입력
2023.05.25 07:55
수정
2023.05.25 11:25
구독

‘과격 시위’ 펼친 라스트 제너레이션
독일 검찰·경찰, 활동가 및 거점 수색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의 기후 위기 대응 촉구 시위에 참석한 이들이 행진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의 기후 위기 대응 촉구 시위에 참석한 이들이 행진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독일 검찰과 경찰이 기후활동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마지막 세대)’ 소속 활동가 7명과 이들의 거점을 압수수색했다. 이 단체는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려 미술관에 걸린 명작에 으깬 감자를 던지거나, 도로·활주로 점거에 나서는 등 과격한 시위로 독일 사회에서 연일 논란을 일으켰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뮌헨 지방검찰과 바이에른주 경찰은 공동성명을 내고 “범죄 단체를 결성하거나 지원한 혐의에 대한 조사의 일환”이라면서 이 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급습 사실을 공개했다. 라스트 제너레이션이 웹사이트를 통해 기부받은 140만 유로(약 20억 원)를 ‘추가 범죄 행위’에 썼다는 것이다. 활동가 중 일부는 ‘중요 기반 시설’인 이탈리아~독일 송유관을 파괴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트 제너레이션의 은행 계좌와 홈페이지도 검찰 지시에 따라 폐쇄된 상태다.

라스트 제너레이션은 정부에 2030년까지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등 지구온난화에 대한 강력한 조처를 요구해 왔다. 이를 위해 도로에 손바닥 등 신체를 접착제로 붙여 베를린의 교통을 마비시키고, 공항 활주로에서도 같은 행동으로 항공기 운행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10월에는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작품에 접근해 으깬 감자를 끼얹었을 뿐 아니라,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 작품에도 음식이나 신체 일부를 붙이는 형태의 시위를 벌였다.

25일 독일 베를린의 한 도로에서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 활동가가 시위 도중 접착제로 바닥에 손을 붙인 채 거리에 앉아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25일 독일 베를린의 한 도로에서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 활동가가 시위 도중 접착제로 바닥에 손을 붙인 채 거리에 앉아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시위가 과격해질수록 독일 정부 대응도 강경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정유공장을 점거해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라스트 제너레이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2일 “그림이나 거리에 자신을 붙이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이 단체를 비판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전했다. 독일의 한 여론조사 결과, 이들의 시위 방식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86%에 달하는 등 외부 시선도 곱지 않아졌다.

라스트 제너레이션은 자신들의 시위가 과격한 게 사실임을 인정하면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집 침대에 누워 있는데 공권력 집행자 25명이 총구를 겨누며 들이닥쳤다”며 “우리는 모두 이런 상황이 두렵지만, 두려움 속에 머무를 수 없다. 독일 정부가 우리를 기후지옥으로 모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생활 여건이 지속적으로 파괴되는 걸 좌시할 수 없기에 시위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