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 280채로 310억 챙긴 일당... 경찰 '범죄집단조직죄' 적용

입력
2023.07.18 16:21
수정
2023.07.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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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등 91명 검거... 20명 구속
UP계약 후 보증금 미반환, 120명 피해

18일 울산경찰청 프레스센터에서 경찰이 깡통주택을 이용한 전세사기 사건 개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18일 울산경찰청 프레스센터에서 경찰이 깡통주택을 이용한 전세사기 사건 개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자기자본금 없이 집을 사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로 전세보증금 수백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울산경찰청은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무등록 부동산컨설팅 업체 대표 등 91명을 붙잡아 이 중 20명을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특히 범행을 주도한 7명에게는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해 엄벌하기로 했다.

일당은 전세난이 심각했던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허위 매수인을 모집해 빌라와 오피스텔 등 수도권 주택 280여 채를 실거래가보다 30% 이상 높은 가격으로 매매 계약(업계약)한 뒤 전세보증금 차액을 나눠 갖는 수법으로 310억 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업체는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조직폭력배 등을 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허위 매수인을 모집했다. 이후 매수인 명의로 ‘깡통주택’을 사들인 뒤 세입자에게 부풀린 시세로 전세보증금을 받아 매도자에겐 실거래 가격만 주고 차액을 나눠가졌다. 주택 한 채당 최소 2,000만 원에서 최대 8,000만 원의 차액을 챙겼고, 명의를 빌려준 허위 매수인에게는 건당 100만 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허위 매수인은 주로 울산 지역에 거주하는 50, 60대 무직자들이었으며 “2년 뒤 다시 명의를 찾아간다”는 말만 믿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업체는 감정평가사와 짜고 깡통주택 감정평가액을 올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제출해 시세를 조작한 후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했다. 빌라와 오피스텔은 시세 파악이 어려워 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시 감정평가사 평가액을 활용한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20명,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은 214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체가 깡통주택을 담보로 빌린 사기 대출 금액까지 합치면 전체 피해 규모는 310억 원에 이른다. 27명의 피해자는 HUG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아 그대로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업체 대표 등은 가로챈 보증금으로 고급 외제 스포츠카와 요트를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업체가 소유한 부동산 55채(시가 95억 원)를 범죄수익으로 특정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하고, 감정평가사 등을 상대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명의 대여비를 받을 목적으로 깡통전세를 소유하면 전세사기 공범이 될 수 있다”며 “임차인도 전세가격이 합당한지 여러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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