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총선, ‘승패의 방정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입력
2023.09.02 16:00
13면

편집자주

자기 주장만 펼치는 시대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찰력’(인사이트)이 아닌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관점’(아웃사이트)이 필요합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격주로 여러 현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고정관념을 넘은 새로운 관점의 글쓰기에 나섭니다.

2020년 4월 15일에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총 253석이 걸린 지역구 선거에서 무려 163석을 얻으며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이해찬, 이낙연 민주당 당시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0년 4월 15일에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총 253석이 걸린 지역구 선거에서 무려 163석을 얻으며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이해찬, 이낙연 민주당 당시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 계열의 ‘3대 참패’는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이다. 민주당 계열의 ‘3대 압승’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이다. 3대 참패와 3대 압승은 두 가지가 달랐다.

첫째, 투표율이 급등했다. 대선은 14.2%포인트, 총선은 20.1%포인트, 지방선거 투표율은 8.1%포인트가 증가했다. 둘째, 2030세대가 투표율 증가를 주도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모두 2030세대만 ‘평균을 상회하는’ 투표율 증가를 보여줬다

여기까지가 지난번 칼럼(8월 19일 자)에서 했던 이야기다. 세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투표율은 왜 올랐던 것일까? 둘째, 2022년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다시 떨어졌다. 투표율은 왜 떨어진 것일까? 셋째, 내년 총선 때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지난 10년간 2030세대 투표율 상승을 이끌었던 3가지 에너지

[그림-1] 1987년 민주화 이후 투표율 추이

[그림-1] 1987년 민주화 이후 투표율 추이

첫째, 투표율은 왜 올랐는지부터 살펴보자. [그래프1]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투표율 추이(1987~2020년)다. 대선은 대선끼리, 총선은 총선끼리, 지방선거는 지방선거끼리 비교했다. 흥미로운 것은 3가지 선거의 투표율 추이가 모두 ‘V자 곡선’ 형태라는 점이다. 1987년부터 2008년까지 투표율은 ‘경향적으로’ 하락한다. 2008년 총선을 최저점으로 2020년 총선까지 ‘경향적으로’ 상승한다.

게다가 2008년 이후 투표율 반등은 ‘꾸준히’ 진행됐다. 대선의 경우, 2007년보다 2012년이 높고, 2012년보다 2017년이 더 높았다. 총선도,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왜 투표율은 2008년 총선을 최저점으로 찍고, 이후에 다시 반등했을까? 크게 3가지 요인을 꼽아볼 수 있다. ①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②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한 반감 ③복지 이슈의 부상이다.

정치는 형식상으론 여당과 야당이 치고받고 싸우는 게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정치의 행태가 항상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치도 진화(進化)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치가 다루는 ‘주요 어젠다’가 바뀐다. 이를 정치학에서는 ‘갈등 축의 전환’이라고 표현한다.

한국의 민주화는 25년에 걸친 ‘점진주의 혁명’이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화의 중요 분수령은 1980년 광주, 1987년 6월항쟁과 직선제 쟁취,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2004년 민주화 세력 최초의 원내 과반이었다. 2004년 총선이 중요했던 이유는 민주화 세력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잡은 최초의 선거였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화 국면’의 일단락을 의미했다.

2004년 이후 투표율이 ‘바닥’을 찍은 이유는 ‘한 시대의 미션’이 실현됐기 때문이다. 그것은 ‘민주화 국면’의 일단락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민주적 선거’로 선출됐지만, 통치행태는 권위주의적이었다.

마침 민주당 계열은 ‘새로운 어젠다’로 전열을 정비했다. 과거에는 반독재 이슈를 전면에 내걸었다. 이제는 ‘유럽식 복지국가’ 노선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 분기점이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 이슈였다. 즉, 2010년부터 2030세대의 투표율이 특히 상승했던 원동력은 ①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미안함 ②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 ③유럽식 복지국가 노선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한 시대의 미션’이 일단락되면, 투표율은 떨어진다

둘째, 그런데 2022년 지방선거는 2018년 지방선거에 비해 다시 투표율이 떨어졌다. 먼저, 투표율이 어떻게 떨어졌는지부터 살펴보자.

[그래프2] 2006·2018 지방선거 연령별 투표율

[그래프2] 2006·2018 지방선거 연령별 투표율


[그래프3] 2018년 지방선거와 2022년 지방선거 연령별 투표율

[그래프3] 2018년 지방선거와 2022년 지방선거 연령별 투표율

[그래프2]를 보면, 2006년 지방선거 대비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 상승은 전체 평균 8.1%포인트였다. 2030세대는 ‘평균을 상회하는’ 투표율 상승폭을 보여준다. 이들이 투표율 상승을 주도했다.

[그래프3]은 2018년 지방선거 대비 2022년 지방선거 투표율이다. 투표율은 다시 떨어졌다. 전체 평균 9.3%포인트가 낮아졌다. 이번에는 투표율 하락을 2030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투표율 하락폭을 보면, 20대 초반 15.9%포인트, 20대 후반 15.4%포인트, 30대 초반 16.1%포인트, 30대 후반 16.8%포인트, 40대 초반 13.9%포인트 낮아졌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대 초반에서도 투표율이 하락했다. (*투표율은 모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다. 연령별 투표율 표기 방식이 2006년과 2018년, 2022년 모두 바뀌었다.)

2022년부터 투표율은 왜 다시 떨어지는 것일까? ‘한 시대의 미션’이 일단락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한 시대의 미션’이란, ①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미안함 ②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 ③유럽식 복지국가 노선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럼, 한 시대의 미션은 왜 일단락되었을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진보적 사회경제 정책을 상당부분 실험해봤기 때문이다. ①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적폐청산 작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미안함이 어느 정도 풀렸다. ②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도 어느 정도 털었다. ③유럽식 복지국가 노선의 경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롯한 진보적 사회경제 정책을 상당부분 해봤다. 성과도 있었고, 부작용도 발생했다.

경제학에는 ‘경기변동론’이 정설로 자리 잡았다. 경제는 호황기와 불황기를 반복하는 경기순환을 거친다. 정치도 유사하다. 투표율 하락기가 있고, 투표율 상승기가 있다. 국면의 변동이 작동한다.

셋째, 2024년 4월 총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선거공학적 관점에 국한해서 보면, 민주당에는 나쁜 징조 두 가지와 좋은 징조 한 가지가 혼재한다.

나쁜 징조는 두 가지다. 하나는, 2030세대가 투표율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2024년 총선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하나는, 한국갤럽은 2016년 1월부터 진보-보수 이념 지형을 조사하고 있는데, 2021년 3분기 이후 다시 ‘보수 우위’로 바뀌었다. 2016년 3분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진보 우위’가 되고 오랫동안 유지됐다. 2021년 4·7 재보선 이후, 3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보수 우위’ 구도가 됐다. 정치지형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불리한 형국이다.

좋은 징조 한 가지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산-전체주의 세력’과의 투쟁에 나섰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에서 8·15 광복절은 매우 무게감 있는 행사다. 역대 대통령들은 광복절에 국가 비전과 외교적 중대 제안을 발표해왔다.

윤 대통령은 달랐다. 뜬금없이 ‘공산-전체주의 세력’과의 전면적 투쟁을 선언했다. 이후 홍범도, 김좌진 장군 등이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국정원 출신 이종찬 대한광복회 회장이 반대하고 나설 정도다. 홍범도, 김좌진, 이범석 등은 박정희 대통령 이후 역대 진보와 보수 대통령을 막론하고 업적을 인정했던 분들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가 뉴라이트 세력의 이념에 ‘진하게’ 포섭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위기였다. 안철수와 호남 의원들이 대규모 탈당했다. 그러나, 결국 원내 1당이 됐다. 한 축으로는 스스로 혁신했고, 한 축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 국정교과서 추진 등을 통해 ‘이념 편향적인’ 세력임을 스스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9번의 총선이 있었다. 선거 승패를 좌우했던 두 개의 방정식이 작동했다. 첫째, 상대방 실책에 의한 ‘반사이익’이다. 집권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나친 강경함은 언제나 ‘상대방 선거운동’을 도와주게 된다. 현재도 유효하다.

둘째, 혁신과 확장을 주도하면 승리했다. 정치에서 혁신 개념의 본질은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약점 보완을 주도하면 혁신 이미지를 선도하게 된다. 확장의 본질은 ‘중도 확장’이다. 민주당에는 ‘중도는 허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중도 확장과 거리가 먼 발상이다.

선거는 ‘51% 예술’이다. 지지층을 결집하되, 중도 확장에 성공해야만 51%가 가능하다. 혁신과 확장 없이, 반사이익만으로는 승리하지 못한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지면 개편으로 ‘최병천의 아웃사이트’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그동안 관심있게 읽어주신 한국일보 독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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