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와 '정서적 아동학대'의 법리

입력
2023.09.21 04:30
25면

편집자주

변호사 3만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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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교권보호에 관한 각계각층의 논의가 이어졌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보호 4법'이 지난 15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그중 첫 번째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 금지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한다는 취지이다. 교권보호, 교권회복을 위해 좋은 법이 만들어지고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운용되길 바라지만, 짚고 넘어갈 문제는 여전히 있다.

우선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는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르더라도 아동학대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체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요청되는 여러 가지 바람직한 습관을 형성시키거나 규율위반과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교정하는 '정당한 훈육'도 마찬가지다. 특히 개념이 모호하다고 문제가 제기된 '정서적 학대'에 대해 △법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정서적 학대행위라 규정하고 있고 △법원은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아동에 대한 훈육 또는 지도 중 상당수는 아동에게 불쾌감 또는 모욕감, 모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아동의 의사에 반하는 훈육행위가 모두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즉, 사후적 관점에서 교사의 행위가 다소 거칠고 부적절하다는 사정만으로 아동학대가 되지 않고, 아동에게 가해진 유형력의 정도,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아동의 연령 및 건강상태, 교사의 평소 성향이나 행위 당시의 태도,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사례로 생각해 보자.

초등학교 교실에서 A가 앞에 앉은 B의 등을 단소로 찌르며 괴롭혔다. B가 하지 말라는 데도 멈추지 않았고, 결국 B는 울음을 터뜨리며 책상에 엎드렸다. 선생님은 A를 일으켜 세워 혼을 냈다. 그런데 A는 울고 있는 B와 주변 친구들의 불편한 눈초리는 생각하지 않고 '선생님이 뭔데 나를 혼내요'라며 대들기만 했다. 선생님은 A를 교탁 앞으로 불러서 단소로 손바닥을 두 대 때리고, A가 잘못한 점을 조목조목 알려줬으며, 교실 뒤에 서 있게 했다. A는 다음 시간부터는 풀이 죽어 시무룩했지만 수업태도는 좋아졌고, 더 이상 B를 괴롭히지 않았다.

위 사례는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안을 각색한 것이다. '위험한 장난', '친구를 다치게 하는 것', '선생님이 주의를 주는 데도 큰소리로 떠들며 수업을 방해하는 것'으로 치환시켜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로 학부모가 고소하여 수사가 개시된 사건 중 대부분은 무혐의로 결론이 나고, 극히 일부가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그리고 법원은 신체적 손상 없이 정서적 학대로만 기소된 경우 유죄 판단을 더 엄격히 한다. 아동의 의사에 반하는 훈육행위를 모두 정서적 학대라고 본다면 모든 교사들이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것이고 학교의 존재의의가 사라질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아동이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여 판단하는 마음의 자세나 태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는 행위"를 정서적 학대라고 해석하였다. 만약 위 사례에서 A의 부모가 풀이 죽어 돌아온 A의 이야기를 한쪽 면으로만 듣고, 그날 밤부터 밤낮없이 교사에게 항의전화를 하고 카톡을 보내 결국 교사가 훈육을 포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A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A가 올바른 인성을 가진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제인 법무법인 (유)세한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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