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추며 표정 관리' 민주당... '닥치고 정권심판론'에 우려도

입력
2023.10.12 2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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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낮은 자세로 경청해야" 자축 자제 속
"한덕수 해임·한동훈 파면"… 정부 압박
이재명은 '통합'… 혁신안엔 "뜻 받들겠다"

재보궐 선거에서 강서구청장 당선이 확실해진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익표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선거사무실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재보궐 선거에서 강서구청장 당선이 확실해진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익표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선거사무실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12일 표정 관리에 나섰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승리를 만끽하기보다 몸을 낮추는 쪽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다만 당 장악력을 강화한 친이재명계 지도부가 비이재명계와 통합이나 쇄신 의지를 보이지 않고 강경 일변도의 정권심판론에 몰두할 경우, 보선 승리가 내년 총선 승리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검찰이 이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것처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재명 등 지도부 "겸허히 민심 받들 것"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라기보다는 '좀 제대로 하라'는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실종된 정치를 바로 세우는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17.15%포인트 격차로 압승한 결과에 대해 '민주당에 기회를 주었다"며 자세를 낮춘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보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며 "더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이재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도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사과·총리 해임·법무장관 탄핵' 요구도

그러나 강경파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까지 정권심판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윤 정부는 심리적 탄핵 상태를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도 국감 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 당원청원 게시판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요구가 올라온 가운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11월 탄핵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강서구의 보선 결과는 민생보다 이념을 앞세우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 방식과 기조에 대한 불만이 크다. 쇄신이나 통합 없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무총리 해임, 법무부 장관 탄핵 등 강대강 방식의 대여투쟁만으로 내년 총선 승리에 필요한 중도·무당층을 견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선거와 마찬가지로 총선 6개월 전 치러졌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을 대표한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53.4%를 득표해 나경원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46.2%)를 이겼지만, 2012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152석)이 민주통합당(127석)을 크게 앞섰던 사례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패스트트랙 표결 참여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패스트트랙 표결 참여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계파 갈등, 사법리스크 관리도 넘어야 할 산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후 증폭된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 수습도 민주당의 과제다. 이 대표는 강서구 유세 당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겠다"며 통합을 예고한 바 있다. 가결 사태 후 사퇴한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 후임 인선을 통해 이 대표의 의중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대표가 가결파 징계에 대한 친명계와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다독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지도부는 이날 '김은경 혁신위 혁신안을 이행해 달라'는 당원 청원에 "당원 여러분의 바람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뜻을 받들 수 있도록 혁신의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혁신안에 담긴 대의원제 축소, 공천룰 개편 등에 대해 비명계 반발이 큰 상황에서 일단 친명계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구속영장 기각에도 선거법,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이날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강선우 대변인은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윤 정권의 첫 응답이 국정 쇄신이 아닌 정적 죽이기 기소라니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박세인 기자
우태경 기자
배시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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