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회초리에 김행 카드 접어... 尹 '마이웨이' 국정운영도 달라질까

입력
2023.10.13 04:30
1면
구독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 화이트해커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 화이트해커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카드를 끝내 접으며 민심의 회초리를 일단 맞았다. 자진사퇴 형식이긴 하나, 전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로 읽힌다. 이날 '사퇴 불가피'로 돌아선 여당의 요구를 주저 없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도 취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국정운영 방식이 바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쇄신'과 '소통'이라는 과제 앞에 얼마나 유연한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이를 거부하고 당장의 불만을 수습하는 데 그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대 악재는 윤 대통령 본인일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선거에서 17%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패하자 꽤나 당황한 표정이었다. 구청장 선거가 총선 전초전으로 불리자, ‘너무 판이 커진 선거’라며 보궐선거에 애써 거리를 두던 당초 모습과 달리 이날은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몸을 낮췄다.

김행 후보자에 대한 기류도 급변했다. 전날까지 대통령실 내부에선 “본인이 모든 의혹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청문회 파행의 책임은 국회에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가리려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고 보던 터라 김 후보자 임명 철회는 타협이 아닌 굴복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서구청장 선거가 완패로 끝났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입장에선 패배한 첫 선거일 뿐 아니라, 김태우 후보에게 기회를 준 장본인이라는 프레임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김 후보자 사퇴 이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에 윤 대통령이 인사를 고리로 쇄신 의지를 보여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한 중진 의원은 “당도 바뀌어야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린 민심을 잡는 데는 대통령의 인적 쇄신 결단을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을 위한 인사는 없다고 강조해왔다. 다만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나야 하는 참모진 교체와 맞물려 내달 대통령실의 대규모 인사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여권 관계자는 “수석비서관급 참모의 경우 연말 혹은 연초까지 대통령실을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분위기 쇄신을 위해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 대통령실 인사를 단행하자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정기조와 소통방식의 변화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윤 대통령이 대법원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김태우 후보를 사면·복권하면서 선거 참패의 빌미가 됐지만, 그것만으로 현재 여권의 수세적 상황을 설명하기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홍범도 장군 논란처럼 이념 싸움에 몰입할 경우 총선에서 벌어질 결과를 미리 보여준 게 아니냐”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념을 앞세우면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통합, 경제, 민생에 가치를 두는 중도층의 마음은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