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이스라엘 기습' 하마스의 첫 복기… "실수 있었지만 공격은 옳았다"

입력
2024.01.22 17:00
14면
구독

16쪽짜리 보고서로 기습 공격 정당화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 중단시킬 필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의 음악 축제에 참석한 이들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하마스는 21일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해당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의 음악 축제에 참석한 이들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하마스는 21일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해당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감행한 이스라엘 본토 기습 공격,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작전'에 대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억압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발표한 16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해당 공격의 성격을 규정한 것이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유발한 당시 작전을 하마스가 복기해 공식 발표한 건 개전 후 처음이다.

'공격 정당화' '범죄 부정' 공식화한 하마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대원들은 패러글라이딩 등을 이용해 가자지구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했다. 당시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약 1,140명이 사망하고, 약 250명이 인질로 붙잡혀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이후 지금까지 100일 넘도록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 보고서는 큰 틀에서 '이스라엘 공격 정당화'와 '범죄 사실 부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영어와 아랍어로 작성된 보고서에서 하마스는 ①"전쟁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 이래 팔레스타인을 줄곧 억압·학대해 왔고, 2022년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연립정권이 들어선 뒤엔 그 강도가 더 심해졌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략, 가자지구 주민을 상대로 한 범죄·인종 청소를 즉각 중단시킬 필요가 있었다"며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또 ②"우리는 '유대인'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민족 또는 종교에 대한 적개심에 근거한 작전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21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에서 한 여성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아들을 추모하는 나무를 심은 후 아들의 사진을 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레임=AP 뉴시스

21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에서 한 여성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아들을 추모하는 나무를 심은 후 아들의 사진을 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레임=AP 뉴시스

아울러 ③"이스라엘 기습 당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적은 없다"고도 강변했다. 사상자 상당수는 하마스에 대응하려는 이스라엘 군·경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만 하마스는 "이스라엘 보안·군사 체계가 급속하게 무너지는 등 혼란으로 인해 어느 정도 실수를 하기는 했다"고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더해 ④'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에서 시신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했다'는 식의 이스라엘 주장을 거론하며 "우리를 악마화하려는 것"이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두 국가 해법 수용" 등 요구도 담아

하마스는 이번 보고서에 이스라엘에 대한 요구 사항도 담았다. 핵심 내용은 △가자지구 공격 중단 및 군대 철수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국가 대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 수용 등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고 내정을 조정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사법기관인 국제형사재판소를 향해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자행하는 범죄를 즉각 현장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