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큰불 속 사흘 만에 1만7000명 실어 나를 수 있었던 비결은요..."

입력
2024.02.09 18:00
수정
2024.02.12 14: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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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희망의 싹틔우다]
하와이안항공 CEO 한국 매체 첫 인터뷰
한국, 전 세계서 日·캐나다·호주 이어 네 번째
알래스카항공과 합병…한국 항공편 그대로

피터 인그램 하와이안항공 최고경영자(CEO). 하와이안항공 제공

피터 인그램 하와이안항공 최고경영자(CEO). 하와이안항공 제공


지난해 8월 8일 미국 하와이주(州) 마우이섬에 큰불이 나자마자 하와이안항공은 비행기 수백 편을 띄웠다. 사흘 동안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을 오가며 이 회사가 실어 나른 탑승객은 1만7,000여 명. 이재민을 위한 구호금도 쾌척했다. 하와이 푸드뱅크와 마우이 푸드뱅크, 하와이 커뮤니티재단의 마우이 스트롱 펀드에 5만 달러씩 총 15만 달러를 기부했다. 화재 직후 재빨리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이 회사 긴급지휘센터가 있다. 이튿날 아침 이곳에선 어떤 의사 결정이 내려진 걸까.

지난해 12월 11일(현지시간) 오아후 하와이안항공 본사에서 만난 최고경영자(CEO) 피터 인그램은 "믿을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숨과 삶의 터전을 잃고 한순간에 재산을 날렸다"며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날의 사고를 없었던 일로 만들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침통하다"며 운을 뗐다. 화재 당일 그는 ①긴급지휘센터를 소집했다. 이들은 ②정보를 모았고투입 가능한 인력과 항공편을 따져봤다. ④조치는 즉시 이뤄졌다. 이날 인그램은 별도 방이 아닌 사무실에 직원들과 섞여 앉았다. 수평적 문화가 이처럼 빠른 조치를 이끌어낸 것으로 읽혔다.

그는 "마우이섬에서 다른 섬으로 가거나 하와이 밖으로 나가려는 이들을 태웠다"며 "집이 불타 갈 곳 없는 마우이 주민들이거나 호텔에서 빠져나온 관광객이었다"고 떠올렸다. 거꾸로 마우이로 들어가는 비행기에는 구호 활동가들을 태웠다. 인그램은 "하와이에서 90여 년을 함께한 유일한 항공사로서 피해 입은 주민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자 우리의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하와이안항공 CEO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건 처음이다.

하와이안항공에 한국이 특별한 이유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번지며 대형 화재로 이어진 가운데 지난해 8월 11일 잿더미 속에 모습을 드러낸 라하이나 시가지가 폐허로 변해 있다. 라하이나=EPA 연합뉴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번지며 대형 화재로 이어진 가운데 지난해 8월 11일 잿더미 속에 모습을 드러낸 라하이나 시가지가 폐허로 변해 있다. 라하이나=EPA 연합뉴스

하와이안항공에 한국은 특별하다. 하와이주 여섯 개의 섬을 잇기 위해 192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세계 곳곳서 하와이로 오는 여행객을 실어 나르며 몸집을 키웠다. 그중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 취항지로 인천국제공항을 선택했다. 인그램은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 속도로 볼 때 한국은 잠재력이 큰 나라였다"며 "한국인들이 신혼여행지로 하와이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예상은 정확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에서 이 섬에 가장 많이 방문하고 있고 캐나다와 호주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국가보다 비교적 먼데도 한국인 탑승객은 전 세계 탑승객 중 네 번째로 많다.

팬데믹을 겪으며 2020년 2월 이 회사는 인천 가는 여객기 운항을 멈췄다. 인그램은 "사람들은 줌(zoom) 같은 비대면 서비스로 많은 걸 해결했지만 여행으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은 대체할 수 없었다"며 "그런 소중함 때문인지 승객 수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수합병 해도 운항편 안 줄어…'알로하 스피릿'은 영원히

하와이안항공 승무원이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 마나날루 알루미늄 생수병을 들고 있다. 하와이안항공 제공

하와이안항공 승무원이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 마나날루 알루미늄 생수병을 들고 있다. 하와이안항공 제공

하와이안항공은 94년 만에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알래스카항공과 인수합병(M&A) 계획을 밝혔는데 인그램은 "(우리만의) 고객 서비스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두 항공사가 가진 고유의 영역을 합해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 관광객들이 국적기 대신 하와이안항공을 선택하는 건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하와이의 여러 섬에 이 항공사의 주내선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비행기에 타는 순간 여행은 시작되는데 하와이안항공을 타면 곧장 알로하 스피릿을 느낄 수 있다"고 자랑했다.

미국 본토와 하와이, 여러 인접국과 하와이를 잇는 하와이안항공, 여기에 미국 본토와 다른 여러 주(州)와 국가를 잇는 알래스카항공이 합하면 이들 항공사는 미국 전역에서 6위권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오아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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