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까지 들고 나온 네타냐후... ICJ 또 비판 "홀로코스터서 교훈 못 얻어"

입력
2024.01.28 10:06
수정
2024.01.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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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학살" 국제사법재판소 결정 연일 비판
"하마스 제거 못하면 다음 학살은 시간문제"
이 각계 인사 40여 명 "네타냐후 퇴진" 서한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두 번째)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를 방문해 이스라엘군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가자=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두 번째)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를 방문해 이스라엘군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가자=AP 연합뉴스

이스라엘에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방지를 촉구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명령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신나치주의자들의 교육 방식"이라고 밝혔다. 전날 ICJ 결정 직후에 '유대인 차별'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바로 다음 날 한층 더 강한 어조로 반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각계 주요 인사들이 의회에 '총리 퇴진'을 촉구하는 등 네타냐후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네타냐후 총리는 '홀로코스트 추모일'인 이날 TV 방송으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ICJ의 판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가자지구 지상전 과정에서 발견됐다는 '나치 수괴'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 아랍어판을 들고 나와 "이것이 바로 신나치주의자들이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 가자지구 북부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의 소지품 중 '나의 투쟁' 사본이 있었다고 밝히며 "하마스가 반유대주의 이념을 연구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거짓 집단 학살 주장을 편 것은 충격적"이라며 "집단 학살을 자행한 건 하마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이스라엘이 집단 학살에 관여하고 있다"는 남아공의 제소에 따라, 유엔 최고 법원인 ICJ는 26일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피해를 억제하라"는 임시 조치 명령을 내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ICJ의 사건 심리 준비 상태는 세계의 많은 사람이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집단 학살)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증명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무너뜨리지 않는다면, 다음 학살은 시간 문제"라며 하마스 제거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에서도 네타냐후 총리 비판 여론이 거세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직 고위 국가안보 당국자들을 포함한 이스라엘 각계 주요 인사 43명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촉구하는 서한을 대통령과 의회 의장에게 보냈다. 이스라엘 국내외 담당 정보기관 전직 국장 4명과 이스라엘군(IDF) 전 참모총장 2명, 노벨상 수상자 3명 등이 서한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잔혹한 대학살로 이어진 상황을 야기해 버린 주요 책임은 네타냐후에게 있다"며 "희생자들의 피가 네타냐후의 손에 묻어 있다"고 비난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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