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중대재해법 유예해야... 의대 증원, 의료산업 성장에도 필요"

입력
2024.02.07 22:32
수정
2024.02.07 22:50
3면

[KBS 특별대담: 사회정책 부문]
"중대재해법에 기업 문 닫으면 일터 사라져
소아과 오프런·응급실 뺑뺑이 부끄러운 일"
저출산 문제엔 경쟁 완화·가치관 전환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 신년대담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치고 박장범 앵커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내가 다 책임진다(The buck stops here)' 팻말을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 신년대담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치고 박장범 앵커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내가 다 책임진다(The buck stops here)' 팻말을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밤 방송된 KBS와의 신년 대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수위가 높고 책임 범위가 확대돼 중소기업이 감당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중대재해법 확대 철회를 촉구했다. 전날 발표된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결정에 대해선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 의료산업 성장 필요성을 들어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경쟁 구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할 뜻도 밝혔다.

지난 4일 사전 녹화된 이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사회정책 가운데 △의료개혁 및 의대 정원 확대 △늘봄학교 △저출산 정책 △중대재해법 △개식용금지법 제정에 대해 정책 취지나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필수의료·지역의료 강화가 골자인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의료진 역량이나 건강보험 효율성은 세계 최상위 수준인데, 소위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이 의료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에 대해선 "의료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바이오·헬스케어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환자와 환자 가족, 의료진 입장에서도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의사단체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의료계에도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대재해법이 지난달 27일부터 근로자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 것을 두고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러다가 기업이 문을 닫는 일이 벌어진다면 많은 근로자들이 일터를 잃을 수 있다"며 "사후 처벌보다 예방을 강화하는 쪽으로 시간을 좀 더 주자는 것"이라고 법 적용 유예를 주장했다. 나아가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근로자의 안전사고가 줄어드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어떤 실증적, 긍정적 결과가 없다"며 중대재해법 자체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규정하면서 "(아이를 낳고) 사는 데 좋은 정책을 쓴다고 해서 출산율이 꼭 느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 문제'를 강조하며 "우리 사회가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쟁에 휘말려 있는 것 아닌가, 좀 더 가정을 중시하고 휴머니즘에 입각한 가치를 갖고 살 수 있어야 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 완화, 가치관 전환을 저출산 정책의 새로운 기조로 제시한 걸로 풀이된다. 당초 일정을 1년 앞당겨 올해 2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가 늘봄학교 서비스(방과 후·돌봄 프로그램)를 제공하도록 한 것에 대해선 "이제 전부 핵가족에 부부 모두가 사회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돌봄을 하지 않는다면 어린아이들을 방과 후에 방치하는 셈"이라고 정책 당위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제정된 '개식용금지법'에 대해선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가 많이 바뀌었고 해외에서 한국에 대해 실망할 수도 있다"며 두둔했다. 입법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역할이 있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저와 제 아내(김 여사)가 개식용 금지 입법화 운동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며 "집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고 집사람도 꽤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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