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란 민병대, 미군 공격 멈춘 이유는 "이란이 요청해서"

입력
2024.02.19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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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우려한 이란 "미국 공격 말라"
"최근 2주 공격 없어… 예전엔 20건"

에스마일 카아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이 지난달 3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고(故) 가셈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에스마일 카아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이 지난달 3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고(故) 가셈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최근 이라크 내 친(親)이란 민병대의 미군 공격이 잦아든 것이 '미국을 공격하지 말라'는 이란 요청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저항의 축'(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진영) 맹주 이란은 확전을 우려해 동맹 무장단체들에 이런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복수의 이란·이라크 소식통을 인용해 "에스마일 카아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의 요청으로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미군 공격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카아니 사령관은 지난달 29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라크 내 무장세력 대표단을 만나 미군 공격 자제를 요청했다. '이란 직접 타격'을 비롯한 미국의 심각한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 같은 요청은 지난달 27일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 공습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한 직후 이뤄졌다. 당시 자국민 사망에 분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즉각 보복을 천명했다. 실제로 이달 초 미국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친이란 세력을 연달아 공격하며 중동 확전 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다만 친이란 세력이 이란 요청대로 맞대응을 자제하자 긴장감은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지난 4일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조직 '이슬라믹 레지스턴스(IRI)'가 시리아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긴 했지만, 미군 사망자가 나오지 않아 큰 파장은 없었다. 미국도 지난 7일까지 보복 공습을 이어간 뒤 '자국민 사망' 보복은 멈췄다. 로이터는 "지난 4일 이후 (2주간) 미군에 대한 이라크·시리아의 공격은 없었다"며 "카아니 사령관 방문 전 2주 동안에는 20건이 넘는 공격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저항의 축' 맹주 이란의 당부가 효과를 본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친이란 민병대 대부분이 카아니 사령관 요청을 받아들였고, 앞서 미군 3명을 사망케 한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지난달 30일 미군 대상 군사작전을 펼치지 않겠다고 공언까지 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한 고위 지휘관은 "카아니 사령관의 직접 개입이 없었다면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로이터는 카아니 사령관이 이라크를 찾은 것을 두고 "이란이 확전을 피하기를 원한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입장에선 직접 미국을 상대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 확전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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